25m 높이에서 기둥 자르다 '날벼락'…참사 9일째, 비극의 전말

2025-11-14 17:02

 사고 발생 9일째,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현장은 여전히 무거운 침묵과 절박함만이 감돌고 있다. 지난 6일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린 보일러 타워의 거대한 잔해 속에서 마지막 실종자 김 모(62) 씨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구조작업이 밤낮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희망의 끈은 점점 가늘어지고 있다. 구조 당국은 빔 절단기를 비롯한 온갖 중장비를 동원해 엿가락처럼 휘고 뒤엉킨 철골 구조물을 해체하며 진입로를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겹겹이 쌓인 철제 빔과 복잡한 잔해는 한 뼘의 전진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 구조대는 김 씨가 6호기 인근에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위험을 무릅쓴 채 내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현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철제 무덤을 방불케 한다. 육중한 철골 구조물들이 위태롭게 얽혀 있어,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추가 붕괴로 이어져 구조대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구조 작업은 속도보다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소방 당국은 구조기술자와 해체 전문가 등 각 분야의 베테랑들을 현장에 투입해 붕괴 구조물의 역학을 분석하며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해체 순서를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한 사람의 생존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또 다른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딜레마 속에서 구조대의 고뇌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높이 63미터에 달하는 5호기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내린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시 25미터 지점에서 낡은 구조물의 기둥을 절단하며 철거 작업을 벌이던 작업자 9명은 속수무책으로 참변을 당했다. 사고 직후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되었지만, 나머지 7명은 순식간에 쏟아져 내린 수백 톤의 철골 더미 아래에 갇히고 말았다. 사고 이후 이어진 수색 작업 끝에 매몰자 7명 중 6명은 결국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이들이 한순간에 생때같은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현장에서, 이제 남은 마지막 한 명의 흔적을 찾기 위한 사투가 계속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9일 밤낮을 현장 근처에서 지새우는 실종자 가족의 애끓는 기다림과 함께,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보내야 하는 유가족들의 슬픔도 깊어지고 있다. 먼저 발견된 희생자 6명의 유가족들은 '울산화력발전소 희생자 유가족 협의체'를 꾸리고, 함께 장례를 치르는 공동 발인을 포함한 향후 대책을 논의하며 슬픔 속에서도 힘을 모으고 있다. 동료들의 장례 절차가 논의되는 동안에도 마지막 실종자의 가족은 여전히 그 어떤 것도 준비할 수 없는 잔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가운데, 사고 현장의 시간은 더디게만 흐르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결국 K-콘텐츠가 해냈다… 디즈니가 글로벌 전략의 ‘중심’을 한국으로 옮긴 진짜 이유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전면에 한국 작품들을 내세우며, 이를 단순한 지역 흥행작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장기적인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디즈니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세계적인 OTT 플랫폼들이 공통적으로 한국 콘텐츠의 무한한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국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디즈니의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지난 13일 홍콩에서 열린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2025’ 행사에서 더욱 명확해졌다. 이 자리에서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한국 창작자들과의 협업이 낳은 결과물들이 전 세계적으로 깊은 공감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이 ‘위대한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디즈니+의 정체성과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웹툰, 음악 등 다양한 한국의 지적재산(IP)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제작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의 창의적인 생태계가 디즈니의 미래 전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디즈니의 자신감은 2025년을 겨냥한 압도적인 신작 라인업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날 공개된 작품 목록에는 ‘조각도시’, ‘메이드 인 코리아’, ‘21세기 대군부인’, ‘골드랜드’, ‘재혼황후’,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등 블록버스터급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대거 포함되었다. 지창욱, 도경수, 정우성, 현빈, 박보영, 신민아, 주지훈, 이동욱 등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대한민국 톱배우들이 총출동하여 아태 지역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수급을 넘어, 한국의 스타 파워와 제작 역량을 디즈니+의 핵심 경쟁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특히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공개 전부터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며 작품에 대한 디즈니의 확신을 증명했다. 1970년대 격동의 한국을 배경으로 인간의 극단적인 욕망을 파고드는 이 작품에 대해 주연 배우 정우성은 "역사적 사실 기반 위에 인간 내면의 깊은 욕망을 담아낸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 역시 전작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계보를 잇는, 뒤틀린 욕망과 신념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될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처럼 제작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과감한 투자와 기획을 통해 완성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디즈니의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