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식물 기관' 만든 이진숙, 새 정부와 철판 깔고 버티기

2025-06-11 09:38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되어 '공영방송 장악' 시도 의혹 등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의 거취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3년 임기에도 불구하고, 거센 사퇴 요구 속에서 자리를 지키며 새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향후 행보는 새 정부가 추진할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향과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 말 취임한 이후 끊임없이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2인 위원' 체제에서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을 무리하게 임명하거나 추천하는 과정에서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임명 당시부터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현재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다. 앞서 이동관,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던 사례와 비교되며 이 위원장의 퇴진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재 방통위는 김태규 부위원장의 사퇴로 이 위원장 1인 체제가 되어 사실상 안건 심의 및 의결이 불가능한 기능 마비 상태이다. 방통위의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언론계와 시민사회계는 이 위원장의 즉각적인 자진 사퇴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사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새 정부 출범 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두 차례의 국무회의에 모두 배석하는 등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새 정부가 예고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작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새 정부는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흩어진 방송·영상·미디어 관련 규제 및 정책 기능을 통합하고 방통위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개편 논의는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한 방통위법 개정안은 과기정통부의 방송·통신 관련 업무를 방통위로 이관하고 위원 수를 9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부칙에 따라 현 위원장 및 위원들의 임기가 자동으로 종료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의 임기 지속 여부는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 여부와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 추진 속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OTT에 빼앗긴 관객, 6000원 할인쿠폰으로 되찾을 수 있을까?

4495만 명)보다도 적으며, 지난해 상반기(6293만 명)에 비해 200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영화산업 리포트 FOCUS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영화관 관객수는 약 48억 명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68% 수준에 그쳤다.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은 한국 극장가의 정점이었다. 총 관객수 2억2668만 명, 1인당 극장 관람 횟수 4.37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총 관객수는 5952만 명으로 급감했고, 1인당 극장 관람 횟수도 1.15회로 떨어졌다. 한국 영화 수익률은 전년의 10.9%에서 -30.4%로 추락했다.코로나19 이후 3년(2022~2024년) 동안 한국 극장가는 '1조2000억원대 매출액, 1억2000만명대 관객'이라는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약 1억 명이 감소한 수치다. 관객 감소와 함께 '영화 흥행의 문법'도 변화했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흐려졌고, 2024년에는 전통적인 성수기가 아닌 2월과 4월에 개봉한 〈파묘〉와 〈범죄도시 4〉가 각각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영화 시장의 양극화도 가속화되었다. 중박 영화(100만~500만 명 관객)는 코로나19 이전 25편 이상에서 팬데믹 이후 10편대로 절반가량 감소한 반면, 500만 명 이상의 대작은 3~4편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영화 시장의 허리를 받쳐주는 중소 영화들이 약화되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제작비는 10년 새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5년 평균 순제작비 37억 원에서 2023년에는 100억 원대로 증가했다. 넷플릭스 등 OTT의 영향으로 배우 개런티가 상승했고, 주 52시간 노동제 도입 등으로 스태프 인건비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극장이라는 주요 수익원이 위축되면서 영화 수익은 악화됐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수익률은 2020년 -30.4%부터 2024년 -16.4%까지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수익 악화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재무적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전통적 투자배급사도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거나 중단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60~80편이던 한국 영화 제작 편수는 현재 20편 내외로 감소했다. 영화 공급이 부족해지자 극장들은 재개봉작 상영이나 공연 콘텐츠 영화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2024년 재개봉 편수는 228편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OTT 서비스 의존도 증가도 극장 관람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가정에서 IPTV, VOD, OTT로 영화를 본다는 응답이 2019년 54.1%에서 2024년 69.8%로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홀드백' 기간도 급격히 짧아지는 등 붕괴 현상이 나타났다.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F1 더 무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슈퍼맨〉 등 할리우드 대작과 제작비 300억 원의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악마가 이사왔다〉 등 한국 영화가 개봉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8월경 영화관에서 회당 6000원 할인된 관람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쿠폰 450만 장(271억 원 규모)을 지급할 예정이다.그러나 영화산업 전문가들은 "올해보다 앞으로 2~3년이 더 문제"라고 전망하며, 제작사나 감독들이 차기작 제작에 위축되어 있고 우수 인력 유입이 감소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홀드백, 객단가, 정책 자금 집행 방향 등 해법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