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찌질한 XX야' 문자 공개되자…국감장서 터진 욕설 진실게임

2025-10-16 17:31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논해야 할 국정감사장이 두 의원의 개인적인 감정싸움으로 얼룩지며 또다시 멈춰 섰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우주항공청 등 국가의 미래가 걸린 기관들을 검증해야 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16일 국정감사는 시작된 지 고작 41분 만에 파행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이 모든 소동의 중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 두 사람의 이른바 ‘문자 폭로 사태’가 있었다.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두 의원의 날 선 공방과 진실게임이 국감장을 집어삼키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포문은 박정훈 의원이 열었다. 신상 발언을 통해 동료 의원에게 욕설 문자를 보낸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는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정작 당사자인 김우영 의원에게는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달 5일, 김 의원이 자신의 장인 사진을 공개하고 멱살까지 잡았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욕설 문자는 이러한 도발에 대한 반응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김 의원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고의로 노출해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김 의원이 자신에게도 ‘찌질한 XX’라는 욕설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하며, 한 달 전 자신이 대통령실 실장을 공격한 것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우영 의원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즉각 맞받아쳤다. 전화번호 노출은 문자 캡처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일 뿐이며, 유권자에게 명함을 돌리는 공인인 국회의원의 전화번호가 비밀 정보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박 의원에게 똑같이 욕설 문자를 보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관련 기간 통화 내역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국감장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를 가리는 진실게임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두 의원의 감정 섞인 설전은 끝없이 이어졌고, 국정감사는 본래의 목적을 완전히 상실한 채 표류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회의장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위원장의 의사진행이 편파적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싸움을 붙이자는 거냐”는 항의부터 “그딴 식으로 할 거면 진행하지 마시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터져 나왔고,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께 ‘그딴 식’이라니”라며 맞서면서 회의장은 고성과 삿대질로 가득 찼다. 결국 최민희 위원장이 “솔직히 이 시간에 이것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괴감 섞인 한탄과 함께 정회를 선언하면서, 2025년도 과방위 국감은 또 한 번 오점을 남긴 채 멈춰버렸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