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끝?…정부, '심각' 경보 해제 시사, 의료계 반응은?
2025-10-14 17:57
의정 갈등으로 1년 8개월간 유지되었던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단계가 다음 주 중 해제될 전망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진료량 회복 등을 근거로 위기 단계 하향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자 이같이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보건의료 재난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왔다. 정 장관은 위기평가회의를 이번 주나 다음 주 중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경보 해제 시의 조치 방안까지 마련했다고 덧붙여 사실상 경보 해제를 기정사실화했다. 오랜 기간 지속된 의료 공백 사태가 드디어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정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지역·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로드맵 종합계획을 만들고 있다"며, 지역의료 강화의 핵심 전략으로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빅5' 수준까지 끌어올려 지역 내에서 중증·응급진료가 완결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국정과제인 공공의료사관학교 설립과 관련해서는 현재 기능과 수요에 대한 분석이 진행 중이며, 의대가 없는 지역의 의대 신설은 지역 및 대학의 준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언급해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 밖에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장기기증 온라인 매칭 시스템 마비 사태와 응급의료·분만 취약지 지정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되었다. 정 장관은 카카오톡을 이용한 뇌사 장기기증 정보 공유의 보안 문제에 대해 "민감 정보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하며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응급의료·분만 취약지 지정 단위를 시군구에서 중진료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진료권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공감하며 세밀한 검토와 반영을 약속했다. 산적한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정 장관의 답변은 향후 관련 정책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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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