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vs 변호사 정면충돌…판사 평가 놓고 ‘네가 뭘 아냐’ 설전

2025-10-30 17:36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법관의 근무평정에 대한변호사협회의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법조계의 두 축인 대한변호사협회와 대법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변협은 해당 개정안이 법관 인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기가 될 것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대법원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변호사들의 평가는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법부의 핵심인 법관 인사를 둘러싸고 사법부와 재야 법조계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사법개혁을 향한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되었음을 예고하고 있다.

 

변협은 대법원의 우려가 자신들의 법관 평가 시스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변협이 내세우는 가장 큰 논거는 변호사라는 직업군이 갖는 특수성이다. 변호사는 특정 사건에 얽매여 소수의 법관만을 경험하는 일반 소송 당사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많은 재판에 참여하며 다수의 법관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이를 통해 특정 법관의 재판 진행 태도, 법리 이해도, 절차 운영의 공정성 등을 비교·분석하며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위치의 전문가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즉, 재판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에 감정적인 대응에서 자유로우면서도, 법정 내 누구보다 재판 과정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평가자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변협은 평가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대법원의 우려를 반박했다. 변협의 법관 평가는 특정 변호사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나 감정이 반영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가 각 지역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익명의 설문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변협은 이를 취합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만을 도출하여 공개한다. 이러한 다단계의 집단적 평가 시스템을 통해 개인의 이해관계나 특정 사건의 유불리에 따른 편향된 평가가 나올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평가 결과의 신뢰도를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이번 개정안이 단순히 법관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법관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곧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드는 핵심 초석이라는 인식이다. 또한, 사법부의 독립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감시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법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법관 평가 반영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 신뢰라는 더 큰 가치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견제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