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경주에서 13조원 ‘투자 잭팟’ 터트렸다

2025-10-29 17:25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향한 역대급 외국인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경주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르노, 코닝 등 7개 글로벌 기업 대표들을 만나 향후 5년간 총 90억 달러(약 13조 원)에 달하는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이들 기업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첨단·주력 산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투자가 한국의 높은 성장 잠재력과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하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단일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눈길을 끌었다. 맷 가먼 AWS 대표는 2031년까지 인천과 경기 일대에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총 50억 달러 이상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울산에 4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나온 것으로, 한국의 역대 최대 그린필드 투자 기록을 스스로 경신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가 정부가 추진하는 ‘AI 고속도로’ 구축을 가속하고 대한민국 AI 생태계를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자동차와 의료기기,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투자가 이어졌다. 르노 그룹은 부산 공장의 기존 생산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며 한국을 미래차 전략의 핵심 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포항에 3000평 규모의 심장 초음파 의료기기 부품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4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채용, 한국을 세계적인 초음파 의료기기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앰코테크놀러지, 코닝, 유미코아, 에어리퀴드 등 각 분야의 선도 기업들이 반도체 후공정, 첨단소재, 배터리 소재, 특수가스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내 생산 역량 확충에 동참했다.

 

글로벌 기업 대표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과 ICT 역량, 우수한 인력, 그리고 K-문화의 매력을 한국 투자의 핵심 이유로 꼽으며 한국이 글로벌 사업 전략의 허브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 내 생산 역량을 확충하는 동시에 기술 혁신을 더욱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한국을 최적의 투자처로 선택한 기업 대표들에게 사의를 표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재차 약속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국제 사회의 굳건한 신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