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 관세 폭탄’ 피했다…안도의 한숨 내쉰 K바이오, 하지만 진짜 속내는?

2025-10-30 17:17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미국이 제네릭(복제약)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안도감이 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이번 협상을 통해 제네릭 외 의약품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과 비슷한 15%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는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다. 이는 한때 100%에 달하는 관세 폭탄이 예고되었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로, 불확실성이라는 가장 큰 리스크를 걷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협상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조되었던 ‘관세 공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내에 생산 시설을 두지 않은 기업의 의약품에 대해 10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며 국내 업계를 압박해왔다. 실제로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SK바이오팜 역시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 위탁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야만 했다. 이번 타결로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은 피하게 되면서, 기업들은 한숨 돌리며 다음 전략을 구상할 여유를 얻게 되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즉각 논평을 내고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협회는 이번 협상 타결이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을 제거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제네릭 의약품의 무관세 유지는 물론,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관세 조건을 보장받게 되면서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관세 장벽이라는 큰 짐을 덜어낸 만큼, 이제는 기술력과 품질로 세계 시장에서 정면 승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당장 국내 기업들의 핵심 수출 품목 중 하나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구체적으로 어떤 관세 범위에 포함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관세 부과 기준이 완제의약품인지, 아니면 원료의약품인지에 따라서도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업계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데 의의를 두면서도, 향후 이어질 후속 협상에서 바이오시밀러 등 주력 품목에 대해서도 무관세 혜택이 계속 유지되기를 기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