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한국 PC방 없었으면 엔비디아도 없었다"

2025-10-31 10:04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30일 서울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과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하며 한국과의 깊은 유대감을 드러냈다. 

 

황 CEO는 1996년 이건희 선대 회장에게서 받은 편지 한 통이 자신을 한국으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르는 사람이 보낸 아주 아름답게 쓰인 편지였다"고 회상하며, 편지에는 한국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비디오 게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며, 비디오 게임 올림픽 개최라는 세 가지 비전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편지가 한국 방문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황 CEO와 앞서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깐부회동'을 가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함께 참석해 'AI 깐부'로서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오후 7시 30분부터 1시간 넘게 이어진 깐부회동을 마치고 온 이들은 무대 등장부터 하이파이브와 어깨동무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황 CEO는 이 회장과 정 회장을 '베스트 프렌드'라고 소개했고, 이 회장은 황 CEO를 '최고의 발명가이자 최고의 사업가'라고 화답하며 존경심을 표했다. 무대 중간 황 CEO가 두 회장과 포옹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재용 회장은 황 CEO가 언급한 편지가 "제 아버지가 보낸 편지다"라고 확인하며, 25년 전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GDDR을 사용해 지포스 256을 출시하며 양사의 협력과 우정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황 CEO를 "꿈이 있고, 배짱도 있고, 따뜻하고, 정이 많은 친구"라고 칭찬했다. 정의선 회장 역시 "어릴 때부터 아케이드 게임을 계속해왔고, 제 아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하는데 당연히 엔비디아 GPU가 들어 있을 것"이라며 엔비디아와의 인연을 밝혔다.

 


황 CEO는 이번 방한 목적이 APEC 참석이라고 밝히며, "좋은 소식이 있는데 힌트를 주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로보틱스와 관련될 것"이며 "분명히 한국과 연관될 것"이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엔비디아가 시총 5조 달러에 도달한 것이 영광이라며 AI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PC방 문화, e스포츠 인기가 없었다면 오늘의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많은 관객이 모였다.

 

특히 이재용 회장은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으냐?"라며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기자회견 외 일반 대중에게 발언하는 것은 처음으로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오후 3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해 깐부 회동과 페스티벌 참석까지 마친 황 CEO는 APEC 참석을 위해 경주로 이동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의 AI 반도체 공급 신규 계약을 오는 31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들 간의 강력한 협력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