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 5만 개 투입! 삼성, HBM 넘어 'AI 제조 혁명' 시작된다

2025-10-31 17:04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가 업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인공지능(AI) 팩토리'를 공동으로 구축한다고 31일 발표했다. 양사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제조 혁신 플랫폼을 조성하여, 반도체 개발 및 양산 주기를 단축하고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수년에 걸쳐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개 이상을 도입하며 AI 팩토리 인프라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6세대 HBM4, 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7(GDDR7), 저전력 D램(LPDDR) 모듈인 SoCEM2 등 차세대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서비스 공급에 대해서도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양사의 오랜 기술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반도체 제조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AI 팩토리는 반도체 설계, 공정, 운영, 장비 관리, 품질 관리 등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의 모든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며 제어할 수 있는 지능형 제조 시스템이 구현되는 스마트 공장의 개념이다. 이러한 AI 기반 시스템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양산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전반적인 제조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 인프라 구축을 통해 확보한 역량을 미국 테일러 공장 등 해외 주요 생산 거점에도 확대 적용하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쳐 지능화 및 효율화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AI 팩토리가 단순한 제조 혁신을 넘어 국가 제조 산업이 AI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는 AI 팩토리를 중심으로 국내외 파트너사 및 EDA(전자설계자동화) 기업들과 협력하여 차세대 반도체 설계 도구를 공동 개발하고, AI 기반 반도체 제조 표준을 선도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 HBM4, GDDR7, SoCEM2 등을 공급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양사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현재 엔비디아와 HBM4 공급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진행 중이며, 삼성전자는 모든 고객사에 HBM3E를 성공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HBM4의 경우,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출하를 완료하였으며, 고객사 일정에 맞춰 양산 출하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의 HBM4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비 투자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양사는 AI 모델과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여 생성형 AI,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등을 아우르는 차세대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삼성전자의 AI 모델은 엔비디아 GPU상에서 메가트론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구축되었으며, 고도화된 추론 능력을 기반으로 실시간 번역, 다국어 대화, 지능형 요약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삼성전자는 제조 자동화 및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전반에서 엔비디아 RTX 프로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 플랫폼을 활용하여 지능형 로봇의 상용화와 자율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다양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상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실제 로봇 데이터를 연결하여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작동하는 로봇 플랫폼도 구현하였다. 더불어,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 로보틱스 플랫폼을 통해 지능형 로봇의 AI 추론, 작업 수행, 안전 제어 기술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국내 산·학·연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지능형 기지국(AI-RAN) 기술 연구 및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하였다. AI-RAN은 네트워크와 AI 기술을 융합하여 차세대 AI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 및 새로운 서비스 구현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통신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에 D램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파운드리 분야에 이르기까지 25년 이상 지속적으로 파트너십을 강화해 왔으며, 이번 프로젝트는 양사 간 기술 협력의 결실이자 업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AI 팩토리 구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