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으로 변한 LA.."숨을 쉴 수가 없어"

2025-01-10 18:34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가 사흘째 이어지는 동시다발 산불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산불로 인해 대기가 연기와 재로 가득 차며 최악의 공기 질을 기록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식수 부족 사태까지 발생해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LA 카운티 공공보건국은 9일(현지시간) "연기 주의보(Smoke Advisory)"를 발령하며 공기 질이 건강에 해로운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밝혔다. 산불 연기는 작은 입자와 유독 가스로 구성되어 눈과 호흡기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문투 데이비스 LA 카운티 보건 담당관은 "연기와 재는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실외 활동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산불이 심각한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알타데나 지역에서는 연기로 인해 햇빛이 차단되고, 주민들이 손전등을 들고 다녀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알타데나 지역에 거주하는 제니퍼 윌슨(42)은 “집 안에서도 연기 냄새가 심하게 나 숨쉬기가 어렵다”며 “아이들이 연기에 민감해 밤새 기침을 멈추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녀는 "공기청정기를 사러 갔지만 이미 품절 상태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절망감을 표현했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주민 마이클 리(37)는 “산불 연기가 너무 심해 이웃들과 함께 대피를 고려하고 있다”며 “마트는 생수와 필수품이 모두 동난 상태라 추가로 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라카냐다 플린트리지의 주민 톰 하워드(54)는 “집 앞에 재가 쌓이고 연기가 자욱해 바깥에 나갈 수 없다”며 “수십 년 동안 이곳에 살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황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LA 수자원전력국(LADWP)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알타데나를 포함한 서부 지역 주민들에게 끓인 물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상수도 시스템이 과도하게 가동되고 재가 유입되면서 수질이 악화된 탓이다. 이에 따라 마트에서 생수를 사려는 주민들이 몰리며 생수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생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산불 확산을 가속화한 주요 원인은 강력한 '샌타애나 돌풍'이다. 이 북동풍은 최대 시속 70마일(약 113㎞)에 달하며 불길을 빠르게 번지게 만들었다. 미 기상청(NWS)은 9일 오후 다시 강풍 경보를 발령하며 추가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20만 에이커(약 809㎢)의 산림이 불에 탔으며, 최소 40여 채의 가옥이 전소됐다. 다수의 도로가 폐쇄되었고, 수백 명의 주민이 대피소로 이동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번 산불을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피해 지역에 재난 구호 인력을 추가로 파견했다. FEMA 관계자는 “주정부와 협력해 산불 진압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연방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산불 피해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을 강화할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연방 환경보호청(EPA)도 주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확대하고 대피소 시설을 늘릴 계획을 발표했다. EPA는 이번 산불을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평가하며 장기적인 환경 정책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산불이 더욱 빈번해지고 피해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건조한 환경과 강풍이 겹치며 이번 산불이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환경학자 마이클 존슨은 “캘리포니아의 산불 문제는 이제 매년 반복될 위험이 크며, 장기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현재 LA 소방 당국과 주정부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산불 진화와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산불의 규모와 기후 조건을 고려할 때 완전한 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산불 사태는 LA 주민들에게 공기 질과 식수 문제뿐만 아니라 일상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산불의 연관성이 점차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흡입력 최강\" 오페라 '윙키'.. 위험한 진실을 파헤친다

정교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오페라는 인간과 인공지능(AI) 로봇 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특히 육아를 맡은 AI 로봇이 가족 내 비극을 일으킨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작품의 주인공인 '윙키'는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젊은 부부를 대신해 가사를 돌보고 아기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어느 날 아기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 부부는 윙키를 고발하게 되며, 오페라는 윙키가 형사에게 취조받는 과정 속에서 밝혀지는 가족의 숨겨진 비밀을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이라는 의인화된 인공지능이 등장하여, 윙키와 대립을 벌이게 된다.윙키는 AI와 인간의 윤리적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특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만한 주제를 제공한다. 공혜린 작곡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엄마와 아이의 돌봄 노동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로봇에게 아기를 맡긴 '아내'의 죄책감과 로봇의 의무적인 '무조건적인 모성애'를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사회적, 윤리적 이슈를 오페라라는 예술 장르로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깊은 사고를 유도한다.공혜린 작곡가는 오페라 윙키에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음악적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윙키가 형사에게 취조받는 장면에서 로봇다운 기계적인 음악과 아기의 죽음을 슬퍼하는 인간적인 음악의 변화를 섬세하게 처리했다. 또한, 이 오페라는 다양한 악기를 활용하여 감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프와 첼레스타, 윈드차임 등의 악기들이 주는 효과는 극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며, 극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작곡가는 각 인물의 심리를 음악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이 오페라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연출의 탁월함이다. 연출가 양수연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붙은 10개 장면 무대를 빠르게 전환하며, 각 장면의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특히 윙키와 알고리즘이 대립하는 장면에서 연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며,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극의 몰입도는 관객들로부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렇게 몰입이 잘 되는 창작오페라는 처음이다"는 평을 들으며 매우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음악과 연기 면에서도 오페라는 완벽을 추구했다. 윙키 역의 소프라노 장은수, 아내 역의 소프라노 김수정, 남편 역의 테너 유슬기, 형사 역의 바리톤 서진호 등 주역들은 모두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와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였다. 특히 윙키와 알고리즘 간의 대립은 이 작품의 중요한 축을 이루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코리아쿱오케스트라는 지휘자 박인욱의 지휘 아래, 공혜린의 음악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다. 또한, 연합합창단은 주역들과 함께 노래를 주고받으며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고, 그들의 합창 장면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윙키'는 단순한 오페라를 넘어, 사회적, 윤리적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이 오페라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과 로봇 간의 관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며, 감정과 음악, 연기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윙키의 성공적인 공연은 향후 창작오페라와 공연예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더욱 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접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