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부터 '악마 사냥꾼'까지…트럼프 금관 선물에 美 코미디언들 총출동

2025-10-31 17: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선물 받은 천마총 금관 모형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도 이 금관 선물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주요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인기 토크쇼들은 이 금관을 주요 풍자 소재로 다루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BC 방송의 지미 키멀, NBC의 지미 팰런과 세스 메이어스, CBS의 스티븐 콜베어 등 정상급 진행자들이 이끄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풍자하는 데 주력하며,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자주 드러내 왔다. 이번 금관 선물 역시 이들 프로그램의 주요 풍자 대상이 되면서 다양한 해석과 유머가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반응은 단순히 선물의 의미를 넘어, 미국 정치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미 키멀은 자신의 토크쇼에서 한국 정부가 금관을 선물한 배경에 대해 재치 있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 정부가 수백만 명이 왕을 원하지 않는다며 외친 '노킹스(No Kings)' 시위를 보고 보석으로 장식된 왕관이 선물로 딱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서 그는 "대통령이란 사람이 얼마나 쉽게 조종당하는 건지 정말로 창피하다. 마치 아이들에게 포켓몬 카드를 쥐여주는 것과 같은데 그냥 한국에서 왕이나 해보는 게 어떠냐"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풍자했다. 또한 키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당신은 어떤 악마 사냥꾼(demon hunter)입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것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언급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를 엮어 유머를 만들어낸 것이다.

 


CBS의 '더 레이트 쇼'를 진행하는 스티븐 콜베어 역시 금관 선물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이어갔다. 그는 "나는 한국인들이 트럼프에게 아부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지금 트럼프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커다란 황금 왕관을 줬다"고 말해 청중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경주 힐튼호텔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며 케첩을 많이 달라고 요청한 것이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을 언급하며, 콜베어는 "말 그대로 한국인들이 트럼프를 버거킹(Burger King)으로 만들었다"는 비유로 또 한 번 웃음을 선사했다. NBC의 세스 메이어스도 "트럼프는 특별 대우를 받을 때를 좋아하고 아시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언급하며, "카메라가 사라지자마자 금관을 써볼 수 있냐고 묻더라. 오래된 왕관을 쓰면 오래전에 죽은 왕의 분노를 살 위험이 항상 따르지만 말이다"라는 농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욕을 풍자했다.

 

아울러 미국 케이블 채널의 대표적인 정치 풍자 프로그램인 '더 데일리 쇼'에서도 진행자 데시 리딕은 금관 선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뭐 하는 거냐. 우리나라는 지금 대통령이 왕 놀음에 빠지지 않지 않게 하느라 애쓰고 있다"고 말하며, "정말 멋지고 사려 깊은 선물"이라고 비꼬았다. 리딕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했을 것이라는 농담을 덧붙이며,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풍자를 이어갔다. 이처럼 미국의 주요 토크쇼와 풍자 프로그램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천마총 금관 모형을 단순한 외교적 선물로 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미국 정치 상황을 엮어 다양한 방식으로 풍자하며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 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복합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동시에, 정치 풍자의 역할과 영향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물, 바람, 땅…자연의 모든 것을 담았다, 단 한 번의 공연으로 한국무용 완전 정복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