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FA는 왜 한국시리즈에서 사라졌나…김경문 구상에 없는 심우준
2025-10-29 18:01
가을야구의 정점,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의 선택이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김 감독은 6년간 72억 원에 계약한 안치홍과 4년 78억 원의 FA 투수 엄상백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시즌 내내 부진했던 두 선수를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가을의 끝에서 냉정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팬들의 고개를 더욱 갸웃하게 만든 것은 바로 유격수 심우준의 기용법이다. 4년 50억 원의 FA 계약을 맺은 그는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도 잠실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단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김 감독은 1차전에서는 이도윤을, 2차전에서는 하주석을 선발 유격수로 내세우며 심우준을 철저히 외면했다.이러한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공격력 강화'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해석된다. 시즌 막판 김 감독은 심우준을 비롯해 하주석, 이도윤, 황영묵 등을 중앙 내야에 번갈아 기용하며 확실한 주전 없이 라인업을 운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우준은 몸값에 비해 부족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팀 내에서 가장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력을 갖춘 선수라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1, 2차전에서 타격감이 좋은 하주석을 유격수로, 황영묵을 리드오프로 기용하는 등 공격에 무게를 둔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는 포스트시즌, 특히 수비 범위가 넓은 잠실구장에서는 수비를 우선시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플레이오프 5경기 중 4경기에 선발 출전했던 주전 유격수를 한국시리즈에서 벤치에만 앉혀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한화 이글스가 가진 근본적인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2년 연속 안치홍과 심우준이라는 거물급 FA를 영입하며 중앙 내야 보강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 오지환과 신민재가 굳건히 버티는 LG의 내야진에 비해 공수 양면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승에 도전하는 강팀이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조차 확실한 중앙 내야 조합을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라인업에 변화를 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현장의 수장인 감독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한화의 내야진 구성이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방증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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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