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다 모였는데 주인공은 처음 보는 얼굴?…'국민 도적' 홍길동의 파격 세대교체
2025-10-29 17:52
25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마당놀이 '홍길동전'이 단순한 추억의 재현을 넘어,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정조준하는 날카로운 풍자극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마당놀이의 신화'를 썼던 연출 손진책, 작곡 박범훈, 안무 국수호, 연희감독 김성녀 등 원조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홍길동이 온다'는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서자의 설움이라는 고전 서사를 오늘날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 사회적 단절, 그리고 만연한 불평등 문제와 정면으로 교차시킨다. 1993년 초연 당시 부패한 권력과 위선을 통렬하게 꼬집었던 파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칼끝이 향하는 방향을 동시대의 모순으로 옮겨와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이번 공연의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주인공 홍길동을 당대 최고의 여성 소리꾼들이 연기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원조 홍길동'으로 전설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김성녀의 뒤를 이어,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가 더블 캐스팅되어 각기 다른 매력의 K-히어로를 선보인다. 이는 정형화된 남성 영웅 서사를 탈피하는 신선한 시도이자, 두 소리꾼의 섬세하면서도 호쾌한 에너지가 지금 시대가 마주한 답답함을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원조' 김성녀 연희감독은 "강직한 리더십의 이소연표 홍길동과 자유롭고 당찬 김율희표 홍길동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후배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내, 세대교체를 통해 더욱 풍성해질 홍길동의 새로운 모습를 예고했다.

이 모든 새로움 속에서도 마당놀이의 핵심인 '신명과 소통'의 가치는 변치 않는다. 공연 시작 전 엿을 나누어 먹는 소박한 정부터, 돼지머리에 복돈을 꽂으며 새해의 안녕을 비는 고사, 공연 내내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추임새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뒤풀이 춤판까지, '홍길동이 온다'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며 완성하는 축제의 장을 펼친다. 웃음과 해학으로 묵은해의 부정적인 것들을 털어내고, 마음속에 희망을 심어주는 한국형 송구영신(送舊迎新) 공연으로서, 연말연시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웃음과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미국 민주당의 상징이자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연방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85) 의원이 내년 11월 치러지는 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


종합선물세트'라는 윤혜정 예술감독의 표현처럼, 서로 다른 개성과 역사를 지닌 8개의 전통 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 개념인 '미메시스', 즉 예술이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한다는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각각의 춤은 물의 흐름(교방무), 바람의 형상(한량무), 땅의 기운(소고춤) 등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단순한 춤사위를 넘어, 자연 속에서 생성되고 발전해 온 우리 전통과 민속의 깊은 뿌리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엄선된 7개의 춤에 마지막으로 살풀이춤을 더해 완성된 8개의 레퍼토리는 한국 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깊이를 증명한다.'미메시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마치 잘 차려진 뷔페처럼 관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춤을 골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첫 장을 여는 교방무가 기생들의 유려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물의 흐름을 그려낸다면, 곧이어 펼쳐지는 한량무는 불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바람처럼 변화무쌍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한다. 태평소 가락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흥을 분출하는 소고춤의 역동성은 관객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종교적 경건함과 인간적 고뇌가 담긴 승무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한다. 이처럼 정적인 여백의 미와 동적인 에너지의 폭발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구성은 한국 무용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마저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각 춤의 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8개 중 6개의 음악을 새로 작곡한 유인상 음악감독의 미니멀한 접근 방식 또한 춤 본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이번 공연은 시각적인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김지원 의상 디자이너는 전통 한복의 '하후상박(上薄下豊)' 실루엣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대 의상을 완성했다. 특히 한량무에서는 K팝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의상에 전통 갓의 챙을 유난히 넓게 제작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버선발의 섬세한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속치마를 시스루 소재로 만들거나 무릎, 뒤꿈치를 과감히 노출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이는 전통을 어느 선까지 현대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로,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각 춤의 특징을 살린 의상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예술 작품으로 빛을 발한다.'미메시스'는 스타 무용수의 참여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현대무용가 기무간이 서울시무용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장검무와 태평무 무대에 올랐다. 그는 "한국 무용은 정서적으로 깊은 내면을 다루며,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멈춤의 미학'이 있는 춤"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공연을 통해 현대 무용과 한국 무용의 본질적인 차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를 채워서 밖으로 분출하는 현대 무용과 달리, 무용수가 감정을 비워낸 무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한국 무용의 정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메시스'는 전통의 재현을 넘어, 현대적인 해석과 스타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춤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