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이 깨끗해야…”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 의혹 구청장 ‘제명’

2025-11-03 17:40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재개발 지역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병길 부산 사상구청장을 제명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관련 논란을 ‘내로남불’이라 비판하던 상황에서 터져 나온 내부 악재에 대한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더라도 직은 유지할 수 있어, 조 구청장의 거취는 당분간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국민의힘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당내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여상원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조 구청장이 투기 목적이 없었고, 자신은 주민들이 추진하는 일에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에 불과했다고 해명했지만, 선출직 공무원은 스스로의 청렴성에 대한 확신만으로는 부족하며, 주민들의 시선에서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당 소속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특히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전 문제 등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손이 깨끗해야 상대방을 공격할 명분이 선다는 여 위원장의 발언은 이번 징계의 배경을 명확히 보여준다.

 


조 구청장은 지난 2월 부인과 공동명의로 부산 사상구 괘법1구역의 주택을 매입했다. 이후 해당 지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재개발 추진위원회까지 구성되면서 구청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사전에 재개발 정보를 입수하고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의혹은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국민의힘의 이번 결정은 ‘내로남불’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노력으로 보인다. 야당의 부동산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내부 단속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하지만 이미 터져 나온 악재가 당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힘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일관된 원칙을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이번 징계가 다른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공직 사회 전반의 부동산 투기 근절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유미의 세포들' 뮤지컬… 자존감 깨우다

‘유미의 세포들’은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연애와 이별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내면의 목소리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냈다. 티파니 영과 김예원이 주인공 유미 역을 맡아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가운데, 작품은 유미의 외부 사건보다는 그를 움직이는 세포들의 움직임에 더욱 집중하며 관객들을 내밀한 심리의 세계로 초대한다.이번 창작 초연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견습 세포 ‘109’의 등장이다. 최재림과 정택운이 연기하는 109는 이름도 역할도 부여받지 못한 채 세포 마을을 배회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인물이다. 프라임 세포인 ‘사랑’을 동경하면서도 늘 주변부에 머무는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의 자화상을 투영한다. 109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유미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긍정하게 되는 성장 서사와 궤를 같이한다.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연애의 기술이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존감’에 닿아 있다. 양정웅 연출은 세포들의 세계를 먼저 구축한 뒤 그곳에 유미를 초대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만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각자의 안에는 하나의 거대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위로의 메시지는 소외감을 느끼는 많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음악은 이러한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너라는 이름의 이야기’, ‘마이너 마이너 마이너’ 등 총 25곡의 넘버는 따뜻한 선율 속에 자기 긍정의 철학을 담아냈다. 특히 ‘우주’나 ‘별’과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외로운 존재들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동시에 ‘응큼파티’나 ‘우선순위 쇼’와 같은 재치 있는 쇼 넘버들은 강렬한 리듬과 군무를 통해 극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 의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세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앙상블은 극의 생명력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명탐정, 패션, 응큼, 감성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포들은 서로 다른 말투와 움직임으로 유미의 복잡한 내면을 시각화한다. 개별 캐릭터의 활약보다 이들이 함께 노래하고 움직일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무대를 꽉 채우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무대 좌우의 프레임을 활용한 ‘무대 속 무대’ 구성은 웹툰의 칸 만화 형식을 연극적으로 재해석하여 원작 팬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비록 대극장 규모에 비해 영상 의존도가 높고 무대 장치가 단출하다는 일부 아쉬움은 있으나, 촘촘한 서사와 배우들의 열연이 그 빈틈을 충분히 메운다. 작품은 이름 없는 세포 109의 입을 빌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존재일지라도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자기 안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이 다정한 뮤지컬은 오는 8월 23일까지 관객들과 만나며 우리 모두가 각자 인생의 주인공임을 다시금 일깨워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