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관위 직무대행 '특검 1호 수사' 촉구
2026-08-04 22:05
국민의힘이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자 수 집계 오류를 정조준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해체 수준의 전면 개편에 착수했다. 여당은 사전투표제 폐지와 선관위 조직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강도 높은 개혁안을 제시하며, 전산 시스템 전반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선거 관리의 공정성이 훼손되었다는 판단 아래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외부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국민의힘 산하 선거관리 개혁 특별위원회는 4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국민참정권 수호 법안'의 세부 내용을 논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선관위 내부에 독립적인 감찰 기구인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선거 자료의 파기나 변조, 영상 기록 훼손 등 5대 중대 행위에 대해 엄격한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위는 이번 사태를 참정권 박탈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선관위의 기존 구조를 완전히 허무는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 시흥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자 수 집계 오류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은혜 의원은 시흥시의 특정 시간대 투표자 수가 대규모로 잘못 입력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통계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특정 시간대에 누락되었던 3,600여 명의 투표자가 다음 보고 시각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등 비정상적인 데이터 흐름이 나타났다. 이는 선관위의 지침에 따른 조치였다는 해명이 있었으나, 여당은 이를 선거 데이터의 신뢰성을 무너뜨린 심각한 결함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국가 선거 시스템의 근간을 재설계하는 작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선관위는 창설 이후 가장 큰 조직적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야당이 여당의 공세를 선거 패배의 책임을 돌리려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선거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여당의 초강수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문학의 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드는 가운데 인간과 세계를 느린 호흡으로 들여다보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8개국 2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올해 축제의 주제는 ‘누구세요?’다.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문학은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집중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사람을 복잡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더 큰 정체성으로 단순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축제는 이러한 복잡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연대를 모색한다.축제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연수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인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그는 이번 축제에서 ‘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보다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2006년 제1회 축제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연수 작가는 20년 만에 다시 기획위원을 맡았다. 그는 한국 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하면서 AI만으로는 인간과 세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이 누구인지,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개막 대담에는 김애란 작가와 벵하민 라바투트 작가가 ‘사람입니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비행운’, ‘안녕이라 그랬어’ 등을 통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포착해 사회와 인간을 바라봐 왔다.라바투트 작가는 ‘매니악’ 등의 작품에서 논픽션을 탐구하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면 픽션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바라본 두 작가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지점에서 만난다.김애란 작가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가족의 안부를 묻는 순간처럼 일상적인 행동에서 인간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모든 동물에게 자기 보존 욕구가 있지만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라바투트 작가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다양한 경험과 인간이 풀어내지 못하는 세상의 미스터리를 꼽았다. 그는 예술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며, 문학은 결말을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탐구하는 장르라고 말했다.AI가 읽기와 쓰기의 기본적인 관계를 바꾸고 창작 영역까지 진입하고 있지만, 작가들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AI가 결과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과 달리 예술에서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김연수 작가는 AI가 결과물을 보여줄 뿐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술에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순히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통해 알게 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앎만 생기는 것은 맹신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김애란 작가는 실시간 번역 기술을 예로 들며 소통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SNS에 실시간 번역 기능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언어의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갈등과 혐오, 전쟁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다.그는 문학의 미덕 가운데 하나가 소통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가 빠르게 오간다고 소통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라는 의미다.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김효은·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어린이입니다’, 안보윤·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작가의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이승우·데이먼 갤것 작가의 ‘직면하는 사람입니다’, 김멜라·천쉐 작가의 ‘몸을 쓰는 사람입니다’, 황정은·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다른/같은 사람입니다’ 등의 대담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