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권 레이스 과열, 선관위 “엄중 제재” 경고

2026-08-06 22:00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거머쥐기 위한 승부처인 호남과 수도권 경선을 앞두고 후보들 간의 공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8월 17일 전당대회를 열흘 남짓 앞둔 시점에서 정청래 후보와 김민석 후보는 서로를 향해 '반명 분열주의'와 '허위사실 유포'라는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퇴로 없는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특히 충청과 영남권 경선에서 두 후보의 격차가 1%p 미만의 초박빙으로 나타나자,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사생결단식 네거티브 전략이 전면에 등장했다. 당내에서는 경선 이후의 극심한 내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승기를 잡으려는 후보들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김민석 후보는 연일 정 후보를 향해 '반명(반이재명) 주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후보는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시민 작가 등의 행보를 언급하며 정 후보가 당과 대통령을 흔드는 세력에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를 '분열주의'로 규정하며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입법 요청을 당이 묵살했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하며 당시 지도부였던 정 후보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김 후보는 호남에서의 완승을 발판 삼아 수도권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고 결선 투표 없이 당권을 확정 짓겠다는 전략이다.

 


정청래 후보 역시 '정당방위' 차원을 넘어선 강력한 역공으로 맞서고 있다.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제기한 신천지 개입 의혹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방화범보다 나쁜 허위 신고자'라며 맹비난했다. 또한 김 후보가 총리 재임 시절 도입된 레버리지 ETF 상품이 국민에게 경제적 고통을 안겼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정책적 과오를 정조준했다. 정 후보는 수도권과 일반 유권자 그룹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대통령 팔이'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SNS를 통해 이미 게임은 끝났다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동시에, 호남 민심을 자극하는 김 후보 측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3지대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송영길 후보의 행보도 변수로 떠올랐다. 송 후보는 정 후보의 특정 SNS 게시물을 거론하며 호남 시민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비하했다고 공격하며 틈새 공략에 나섰다. 그는 전남 광주와 해남 등 현장을 누비며 에너지 자립도시 특별법 등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세워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현재 3위에 머물고 있는 송 후보의 득표율이 결선 투표로 이어질 경우, 그의 지지표가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최종 승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송 후보는 사법 개혁과 지역 발전을 화두로 던지며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 경선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김 후보와 정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그야말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전체 응답자 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앞서지만, 당심이 반영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김 후보가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1차 투표에서 과반 승자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결국 선호투표 방식의 결선에서 송 후보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이 당락을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경선이 남길 상처에 대한 우려가 깊다. 윤건영 의원은 집안의 기둥뿌리까지 뽑는 듯한 과열 경쟁이라며 자제를 촉구했고, 당 선관위는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엄중 제재를 예고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후보들은 호남과 수도권이라는 거대 유권자 그룹의 마음을 얻기 위해 AI 반도체 특구 지정과 반도체 클러스터 특별법 등 대형 공약을 쏟아내며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8월 17일 전당대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간의 앙금과 불신을 씻어내는 것이 차기 당 대표의 가장 무거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김애란 “AI 시대에도 문학은 필요하다”

문학의 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드는 가운데 인간과 세계를 느린 호흡으로 들여다보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8개국 2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올해 축제의 주제는 ‘누구세요?’다.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문학은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집중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사람을 복잡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더 큰 정체성으로 단순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축제는 이러한 복잡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연대를 모색한다.축제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연수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인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그는 이번 축제에서 ‘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보다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2006년 제1회 축제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연수 작가는 20년 만에 다시 기획위원을 맡았다. 그는 한국 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하면서 AI만으로는 인간과 세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이 누구인지,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개막 대담에는 김애란 작가와 벵하민 라바투트 작가가 ‘사람입니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비행운’, ‘안녕이라 그랬어’ 등을 통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포착해 사회와 인간을 바라봐 왔다.라바투트 작가는 ‘매니악’ 등의 작품에서 논픽션을 탐구하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면 픽션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바라본 두 작가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지점에서 만난다.김애란 작가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가족의 안부를 묻는 순간처럼 일상적인 행동에서 인간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모든 동물에게 자기 보존 욕구가 있지만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라바투트 작가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다양한 경험과 인간이 풀어내지 못하는 세상의 미스터리를 꼽았다. 그는 예술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며, 문학은 결말을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탐구하는 장르라고 말했다.AI가 읽기와 쓰기의 기본적인 관계를 바꾸고 창작 영역까지 진입하고 있지만, 작가들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AI가 결과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과 달리 예술에서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김연수 작가는 AI가 결과물을 보여줄 뿐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술에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순히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통해 알게 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앎만 생기는 것은 맹신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김애란 작가는 실시간 번역 기술을 예로 들며 소통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SNS에 실시간 번역 기능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언어의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갈등과 혐오, 전쟁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다.그는 문학의 미덕 가운데 하나가 소통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가 빠르게 오간다고 소통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라는 의미다.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김효은·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어린이입니다’, 안보윤·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작가의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이승우·데이먼 갤것 작가의 ‘직면하는 사람입니다’, 김멜라·천쉐 작가의 ‘몸을 쓰는 사람입니다’, 황정은·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다른/같은 사람입니다’ 등의 대담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