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2년, 멈추지 않은 울음과 멈춰 선 약속
2026-04-16 09:23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희생자 유가족들은 다시 국회 앞에 섰다.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던 국가의 약속이 12년째 공허한 말로 남아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세월호로 아들 동수를 잃은 정성욱씨는 “참사 뒤에도 사회적 재난은 되풀이됐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깊은 분노를 드러냈다.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이날 국회 앞 문화제를 열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법안은 참사 발생 시 독립적 진상조사기구 설치, 피해자 중심의 권리 보장,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국가 책임 명문화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유가족들은 법 제정이 제때 이뤄졌다면 이후 발생한 대형 참사의 대응 역시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를 맡았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022년 활동 종료와 함께 국가 책임 인정과 사과, 피해자 지원 개선, 중대재난조사위 설립, 안전기본법 제정 등 32건의 권고안을 남겼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이행된 것은 해양재난 수색구조 체계 개선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1건을 제외한 대부분 권고안을 이행했다고 보고 있어, 이행 기준을 둘러싼 입장 차도 크다.
추모 공간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세월호를 기억하는 공간은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안산 단원고 4·16 기억교실, 목포 신항, 팽목기억관, 제주기억관 등 5곳뿐이다. 이마저도 일부 공간은 퇴거나 이전 압박을 받고 있다. 안산 화랑유원지 내 4·16 생명안전공원은 최근 공사가 재개됐지만, 애초 계획보다 규모와 예산이 줄었다. 유가족들은 “참사를 기억할 최소한의 공간조차 온전히 지켜내기 어려운 현실이 또 다른 상처”라고 말한다.

참사 12주기인 16일 전국 각지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유가족들은 이번 추모가 단순한 애도를 넘어, 국가가 국민 생명을 보호할 책임 있는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붙드는 일이 아니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는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중인 신인철 씨는 이 특별한 음식을 40년 넘게 탐구해 온 자타공인 탕수육 전문가다. 최근 그가 펴낸 기록물은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한국 중화요리의 변천사와 화교 이민사가 촘촘히 엮인 인문학적 보고서에 가깝다. 그는 매주 세 차례 이상 전국 각지의 중식당을 누비며 탕수육 한 접시에 담긴 치열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신 씨의 탐구는 단순히 맛있는 식당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탕수육의 원형과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대장정으로 확장되었다. 그는 한국식 탕수육의 뿌리를 찾기 위해 중국 본토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영국까지 발품을 팔았다. 화교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 현지 입맛에 맞춰 변모한 광둥식 고로육이나 동북 지역의 꿔바로우를 직접 맛보며 한국 중식의 정체성을 확인했다. 가족과의 휴가조차 전 세계 중식당 탐방을 위한 치밀한 계획 아래 추진될 정도로 그의 집념은 확고했다.그가 이토록 탕수육에 매달린 이유는 현대 중식당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진짜' 맛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소스의 균형이 무너지고 재료의 원칙이 희미해지는 현실 속에서, 그는 과거 노포들이 지켜왔던 정석의 맛을 복원하고자 했다. 특히 세간의 뜨거운 감자인 '부먹과 찍먹' 논쟁에 대해서도 그는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본래 탕수육은 튀긴 고기를 소스와 함께 불 위에서 볶아내거나 자작하게 얹어내는 음식으로, 찍어 먹는 방식 자체가 현대에 와서 변형된 형태라는 지적이다.중식당의 수준을 가늠하는 그만의 기준도 흥미롭다. 신 씨는 새로운 식당을 방문할 때 탕수육과 함께 반드시 볶음밥을 주문한다. 이는 중화요리의 핵심 도구인 웍을 다루는 요리사의 솜씨를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탕수육의 튀김 상태와 볶음밥의 고슬고슬함, 그리고 짬뽕 국물의 깊이까지 확인해야 비로소 그 식당의 내공을 온전히 감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철저한 분석 덕분에 그가 관리하는 중식당 리스트는 어느덧 400곳을 넘어섰다.건강상의 이유로 혹독한 체중 감량을 이어가는 중에도 그는 탕수육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탕수육은 단순한 영양 섭취를 넘어 고단했던 삶을 위로해주던 추억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한국 화교사의 비극과 후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는 노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탕수육이라는 음식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에게 탕수육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고 사람을 잇는 문화적 가교와도 같다.수십 년간의 추적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담백하다. 완벽한 맛의 원형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람과 당시의 분위기라는 점이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라도 언짢은 기분으로 먹는다면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기에, 결국 최고의 탕수육은 소중한 이들과 웃으며 나누는 한 접시라는 의미다. 탕수육의 바삭함이나 소스의 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날의 즐거운 기억이며, 맛있는 음식은 결국 그것을 먹던 날의 행복한 장면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