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조 무시한 작업장, 37세 가장을 삼켰다

2026-07-10 22:51

 충남 아산의 고속철도 증설 터널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국가 사업으로 진행 중인 평택-오송 복복선 제2공구 현장에서 일하던 아웅민우 씨는 지난 1일 터널 깊숙한 곳에서 설비에 끼인 채 발견됐다. 사고 지점은 터널 입구에서 무려 2.4km나 들어간 곳이었으며, 최초 발견 당시 그는 이미 질식사 징후를 보이며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이번 사고는 위험한 공정의 최전선에 배치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안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장 동료들은 이번 사고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위험 작업 시 반드시 지켜져야 할 2인 1조 원칙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현장에서 무시되었던 점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4월 관리자가 바뀐 이후 인원 보충 없이 작업 강도만 높아졌으며, 사고 당일에도 아웅민우 씨는 홀로 2.6km에 달하는 컨베이어벨트 구간을 점검해야 했다. 만약 옆에 동료가 한 명이라도 더 있었다면 비상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탄식이 쏟아지는 이유다.

 


안전 설비의 부실함 역시 피해를 키운 주요 요인이다.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벨트에는 비상시 가동을 멈출 수 있는 정지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전체 구간 중 초반 1km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정작 사고가 발생한 2.4km 지점에는 아무런 안전 장치가 없었으며, 피해자는 기계에 몸이 끼인 상태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조차 갖지 못했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와 하청업체는 그동안 안전 교육을 실시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어로만 진행된 교육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고 이후 사측의 대응 방식은 동료 이주노동자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관리자들이 사고 현장의 흔적을 지우려 하거나 최초 목격자에게 사진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직적 은폐 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도 동료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폐쇄적인 현장 관리는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언제든 우리도 소모품처럼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와 분노를 확산시키고 있다.

 


숨진 아웅민우 씨는 미얀마에 있는 아내와 세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성실히 일해 온 건실한 청년이었다. 숙소에서 동료들의 머리를 직접 깎아주고 미래에 선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그는,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일당을 받으며 주야 12시간 맞교대의 고된 노동을 견뎌왔다. 현재 그의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한국 입국을 준비하고 있으나, 비자 발급 절차가 지연되면서 타국에서 차갑게 식은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 기간 시설 공사 현장의 이주노동자 안전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험한 업무를 이주노동자에게 전담시키면서 정작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제2의 아웅민우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시공사와 하청업체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엄중히 조사하고 있으며, 유족들은 진실 규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너 T야?\" 감정 체험형 전시에 MZ세대 열광

들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의 전시가 거장들의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의 흐름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평범한 삶의 궤적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관람객들은 작가의 연습장이나 연출된 일상 사진을 통해 자신의 삶을 투영하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부산 동구 좌천동 문화플랫폼에서 열리는 '재수의 연습장: 재수 좋은 날'은 26만 구독자를 보유한 만화가 재수의 창작 세계를 집대성했다. 전시장 입구부터 작가의 고백이 담긴 말 구름이 배치되어 관람객들을 친근하게 맞이하며 작가가 평범한 관찰자에서 인기 작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수백 점에 달하는 드로잉과 낙서들은 연애의 설렘부터 육아의 고단함,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시간까지 우리 삶의 단편들을 절묘하게 묘사한다. 작가가 한 장의 완성본을 위해 거쳐온 수많은 연습의 흔적들은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해운대 신세계갤러리에서는 일본 크리에이티브 그룹 엔타쿠 프로듀스가 기획한 감정 체험형 전시가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너무 착한데?'와 '틀린 건 아닌데'라는 두 가지 상반된 주제를 통해 현대 사회의 미묘한 인간관계와 심리를 조명한다. 타인을 향한 사소한 배려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삭막한 도시 생활 속에서 잊고 지냈던 따뜻한 인류애를 환기시킨다. 반면 논리적이지만 차갑게 느껴지는 이른바 'T형' 사고방식의 상황들을 제시하는 공간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공감과 반성 사이의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엔타쿠 프로듀스는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현대인의 일상을 정밀하게 관찰해 글과 사진, 오브제로 표현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은 이미 뉴욕과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수백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그 파급력을 입증한 바 있으며, 부산에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독창적인 콘텐츠를 선보였다. 특히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상황극 체험 코너는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시장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곳을 넘어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소통의 장으로 변모했다.이번 전시들은 디지털 콘텐츠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연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다. 온라인상에서의 폭발적인 인기가 실제 전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전시 문화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료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현대인들이 그만큼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작품들은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진솔한 기록이 가진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부산 동구의 아카이브 전시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이어지며 매주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신세계갤러리의 체험형 전시는 이달 30일까지만 운영될 예정이어서 관람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두 전시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나서며 스마트폰 속에 저장된 수많은 사진 중 진정으로 의미 있는 순간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된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이 기록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작은 연습장 하나를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