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율 1%의 비극, 영남권 논바닥 갈라졌다

2026-07-31 20:55

 장마철임에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기현상이 지속되면서 영남권 전역이 거대한 사막처럼 변하고 있다. 31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일대의 저수지들은 물 대신 갈라진 흙바닥이 속살을 드러냈으며, 저수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곳도 속출하고 있다.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바닥 위에서 농민들은 타들어 가는 벼 포기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상태다. 인근 하천에서 물을 끌어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류마저 바닥을 드러내면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사투는 한계에 다다랐다.

 

과수 농가 역시 폭염과 가뭄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울산의 대표 특산물인 배는 한창 열매가 커져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예년 크기의 70% 수준에 머물러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수확을 앞두고 물 부족으로 성장이 멈춘 과실들은 수출길마저 막힐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산속 계곡물까지 마르자 먹이를 찾아 내려온 멧돼지들이 과수원을 헤집어 놓는 2차 피해까지 겹치면서 농심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남권의 강수량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울산과 포항, 창원 등 주요 도시의 7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10~20%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비가 거의 오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누적 강수량 부족은 저수지뿐만 아니라 주요 상수원의 수위 급락으로 이어졌다. 대구와 경북의 식수원인 운문댐은 이미 가뭄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에 들어섰으며, 울산의 주요 댐들도 한 자릿수 저수율을 기록하며 비상등이 켜졌다.

 

식수난이 현실화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낙동강 원수를 끌어다 쓰는 비상 급수 체계로 전환했다. 울산시는 자체 수원 고갈로 인해 40km 이상 떨어진 낙동강에서 물을 수송하고 있으며, 포항시는 취수원의 염도가 높아지자 영천댐 등으로 공급원을 긴급 변경했다. 경주와 청도 등지에서는 농업용수 공급량을 조절하고 단수 사태에 대비해 비상 식수를 확보하는 등 전시 상황에 준하는 대응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특정 시간대 물 공급을 끊는 제한 급수가 시행되고 있다.

 


바다 상황도 육지만큼이나 처참하다. 남해안 전역에 내려진 고수온 특보 속에 경남 하동의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수천 마리의 가숭어가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가 오지 않아 바닷물의 순환이 정체된 상태에서 수온만 계속 오르자 용존 산소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어민들은 액화 산소를 공급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고수온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양식 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가뭄을 해갈할 만한 집중호우 예보가 없다는 점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2017년 발생했던 최악의 영남권 가뭄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당시에도 댐 저수율 급락으로 타 지역의 물을 빌려 써야 했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관정과 양수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천수답식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용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김애란 “AI 시대에도 문학은 필요하다”

문학의 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드는 가운데 인간과 세계를 느린 호흡으로 들여다보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8개국 2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올해 축제의 주제는 ‘누구세요?’다.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문학은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집중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사람을 복잡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더 큰 정체성으로 단순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축제는 이러한 복잡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연대를 모색한다.축제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연수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인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그는 이번 축제에서 ‘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보다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2006년 제1회 축제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연수 작가는 20년 만에 다시 기획위원을 맡았다. 그는 한국 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하면서 AI만으로는 인간과 세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이 누구인지,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개막 대담에는 김애란 작가와 벵하민 라바투트 작가가 ‘사람입니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비행운’, ‘안녕이라 그랬어’ 등을 통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포착해 사회와 인간을 바라봐 왔다.라바투트 작가는 ‘매니악’ 등의 작품에서 논픽션을 탐구하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면 픽션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바라본 두 작가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지점에서 만난다.김애란 작가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가족의 안부를 묻는 순간처럼 일상적인 행동에서 인간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모든 동물에게 자기 보존 욕구가 있지만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라바투트 작가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다양한 경험과 인간이 풀어내지 못하는 세상의 미스터리를 꼽았다. 그는 예술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며, 문학은 결말을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탐구하는 장르라고 말했다.AI가 읽기와 쓰기의 기본적인 관계를 바꾸고 창작 영역까지 진입하고 있지만, 작가들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AI가 결과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과 달리 예술에서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김연수 작가는 AI가 결과물을 보여줄 뿐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술에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순히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통해 알게 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앎만 생기는 것은 맹신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김애란 작가는 실시간 번역 기술을 예로 들며 소통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SNS에 실시간 번역 기능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언어의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갈등과 혐오, 전쟁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다.그는 문학의 미덕 가운데 하나가 소통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가 빠르게 오간다고 소통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라는 의미다.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김효은·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어린이입니다’, 안보윤·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작가의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이승우·데이먼 갤것 작가의 ‘직면하는 사람입니다’, 김멜라·천쉐 작가의 ‘몸을 쓰는 사람입니다’, 황정은·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다른/같은 사람입니다’ 등의 대담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