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연기 뒤덮인 영천, 플라스틱 공장 발 산불

2026-08-03 20:40

 경북 영천시 청통면의 한 제조공장 창고에서 시작된 불이 인근 야산으로 옮겨붙으며 소방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3일 오후 3시 45분쯤 발생한 이번 화재는 공장 내부의 가연성 물질을 타고 급격히 확산되었으며, 진화 과정에서 불씨가 바람을 타고 산림으로 번지며 대형 산불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 상태다. 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대응 단계를 높이고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불길 잡기에 나섰으나, 적재된 다량의 플라스틱 제품이 타면서 뿜어내는 열기와 연기로 인해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에는 소방대원과 시청 공무원 등 인력 75명과 소방차량 29대가 투입되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화재가 산림으로 확산되자 산림 당국은 진화 헬기 3대를 긴급 투입해 공중에서 물을 뿌리며 방화선을 구축 중이다. 건조한 날씨 속에 불길이 산 위쪽으로 빠르게 타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소방과 산림 당국은 야간 진화 체제로 전환하기 전 주불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장의 바람 방향과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입체적인 진화 작전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불로 인해 철골조로 된 창고 건물 1동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되었다. 창고 내부에는 플라스틱(PE, PPE) 완제품 약 100톤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 물량 대부분이 소실되면서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플라스틱이 타면서 발생하는 검은 연기는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목격될 정도로 거셌으며, 유독가스 배출에 따른 대기 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인근 공장으로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차단벽을 설치하고 연소 확대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영천시는 화재 직후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시는 주민들에게 청통면사무소 등 안전한 장소로 즉시 대피할 것을 권고하고, 화재 현장 주변을 지나는 차량은 우회 도로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짙은 연기가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는 데다,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대피령에 당황하면서도 당국의 안내에 따라 차분히 이동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공장 내부에 있던 작업자들은 신속히 대피해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방 당국은 혹시 모를 잔류 인원이 있는지 정밀 수색을 병행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플라스틱 제품의 특성상 불길이 쉽게 꺼지지 않고 속불이 계속 살아나는 경우가 많아, 완전 진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야간에는 헬기 운항이 제한되는 만큼 날이 어두워지기 전 최대한 불길을 억제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진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공장 내부의 전기적 요인이나 작업 중 부주의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산림으로 번진 경위를 파악해 산림 보호법 위반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영천시 청통면 일대는 진화 장비의 소음과 연기로 가득 차 있으며, 소방대원들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밤샘 진화 작업을 준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김애란 “AI 시대에도 문학은 필요하다”

문학의 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드는 가운데 인간과 세계를 느린 호흡으로 들여다보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8개국 2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올해 축제의 주제는 ‘누구세요?’다.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문학은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집중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사람을 복잡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더 큰 정체성으로 단순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축제는 이러한 복잡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연대를 모색한다.축제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연수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인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그는 이번 축제에서 ‘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보다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2006년 제1회 축제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연수 작가는 20년 만에 다시 기획위원을 맡았다. 그는 한국 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하면서 AI만으로는 인간과 세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이 누구인지,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개막 대담에는 김애란 작가와 벵하민 라바투트 작가가 ‘사람입니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비행운’, ‘안녕이라 그랬어’ 등을 통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포착해 사회와 인간을 바라봐 왔다.라바투트 작가는 ‘매니악’ 등의 작품에서 논픽션을 탐구하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면 픽션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바라본 두 작가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지점에서 만난다.김애란 작가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가족의 안부를 묻는 순간처럼 일상적인 행동에서 인간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모든 동물에게 자기 보존 욕구가 있지만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라바투트 작가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다양한 경험과 인간이 풀어내지 못하는 세상의 미스터리를 꼽았다. 그는 예술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며, 문학은 결말을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탐구하는 장르라고 말했다.AI가 읽기와 쓰기의 기본적인 관계를 바꾸고 창작 영역까지 진입하고 있지만, 작가들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AI가 결과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과 달리 예술에서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김연수 작가는 AI가 결과물을 보여줄 뿐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술에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순히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통해 알게 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앎만 생기는 것은 맹신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김애란 작가는 실시간 번역 기술을 예로 들며 소통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SNS에 실시간 번역 기능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언어의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갈등과 혐오, 전쟁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다.그는 문학의 미덕 가운데 하나가 소통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가 빠르게 오간다고 소통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라는 의미다.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김효은·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어린이입니다’, 안보윤·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작가의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이승우·데이먼 갤것 작가의 ‘직면하는 사람입니다’, 김멜라·천쉐 작가의 ‘몸을 쓰는 사람입니다’, 황정은·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다른/같은 사람입니다’ 등의 대담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