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에어컨 전쟁, "덥다" vs "춥다" 승자는?

2026-08-07 19:35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공장소 곳곳이 '에어컨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최근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실내 온도를 낮춰달라는 손님과 춥다며 꺼달라는 손님 사이의 고성이 오가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지하철은 갈등의 최전선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체 민원의 80%가량이 냉방 관련 내용이며, 흥미롭게도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같은 열차 내에서 동시에 접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개인의 기초대사량이나 체격에 따라 체감온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추위를 많이 타는 승객이 약냉방칸을 이용하거나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한다.

 

여름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양산과 휴대용 손선풍기도 때로는 타인에게 위협적인 흉기가 된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양산을 가로로 눕혀 들거나 계단에서 앞뒤로 흔들며 걷는 이들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흔들리는 우산 끝에 부딪히는 충격은 유리를 깰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 실명이나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밀집된 공간에서 손선풍기를 사용하다 옆 사람의 머리카락이 모터에 감기는 사고도 빈번해, 사용자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정숙함이 생명인 공공도서관에서는 손선풍기의 소음이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도서관을 찾는 '북캉스'족이 늘면서, 열람실 안에서 강풍으로 틀어놓은 선풍기 모터 소리가 다른 이용자들의 집중력을 해친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도서관 측은 강제적인 제재보다는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당부하고 있지만, 개인의 시원함과 공공의 정숙함 사이의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는 좁은 공간에서 다수가 함께 생활하는 도시 환경에서 여름철 에티켓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직장 내 복장 논란도 폭염과 함께 다시 불붙었다. 반바지나 슬리퍼, 오프숄더 등 파격적인 출근룩을 두고 '업무 효율을 위한 자유'라는 의견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례'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특히 일본에서는 남성 직원의 반바지 차림에서 드러나는 다리털이 불쾌감을 준다는 의미의 '스네하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거부감으로 분석하며, 조직 내에서 수용 가능한 복장의 범위를 사전에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야외 공원에서의 노출 문제도 논쟁의 대상이다. 한강변 등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달리는 이들을 두고 공공장소 에티켓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공원을 찾는 시민들은 과도한 신체 노출에 눈살을 찌푸리지만, 러너들은 폭염 속 운동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현행법상 단순히 상의를 벗는 행위만으로는 처벌이 어렵지만, 서울시 등 지자체는 안내문을 통해 상의 착용을 권고하며 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폭염 속 에티켓 논쟁의 핵심은 '나의 시원함이 타인의 불편함이 되지 않게 하는 것'에 있다. 신체적 차이와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진 만큼, 공공장소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먼저 고려하는 태도가 절실하다. 지자체나 기업의 규제만으로는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없기에, 서로의 온도 차이를 인정하고 한 발씩 양보하는 성숙한 시민 문화 정착이 폭염을 이겨내는 진정한 해법이 될 것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김애란 “AI 시대에도 문학은 필요하다”

문학의 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드는 가운데 인간과 세계를 느린 호흡으로 들여다보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8개국 2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올해 축제의 주제는 ‘누구세요?’다.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문학은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집중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사람을 복잡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더 큰 정체성으로 단순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축제는 이러한 복잡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연대를 모색한다.축제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연수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인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그는 이번 축제에서 ‘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보다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2006년 제1회 축제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연수 작가는 20년 만에 다시 기획위원을 맡았다. 그는 한국 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하면서 AI만으로는 인간과 세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이 누구인지,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개막 대담에는 김애란 작가와 벵하민 라바투트 작가가 ‘사람입니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비행운’, ‘안녕이라 그랬어’ 등을 통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포착해 사회와 인간을 바라봐 왔다.라바투트 작가는 ‘매니악’ 등의 작품에서 논픽션을 탐구하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면 픽션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바라본 두 작가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지점에서 만난다.김애란 작가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가족의 안부를 묻는 순간처럼 일상적인 행동에서 인간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모든 동물에게 자기 보존 욕구가 있지만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라바투트 작가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다양한 경험과 인간이 풀어내지 못하는 세상의 미스터리를 꼽았다. 그는 예술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며, 문학은 결말을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탐구하는 장르라고 말했다.AI가 읽기와 쓰기의 기본적인 관계를 바꾸고 창작 영역까지 진입하고 있지만, 작가들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AI가 결과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과 달리 예술에서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김연수 작가는 AI가 결과물을 보여줄 뿐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술에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순히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통해 알게 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앎만 생기는 것은 맹신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김애란 작가는 실시간 번역 기술을 예로 들며 소통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SNS에 실시간 번역 기능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언어의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갈등과 혐오, 전쟁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다.그는 문학의 미덕 가운데 하나가 소통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가 빠르게 오간다고 소통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라는 의미다.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김효은·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어린이입니다’, 안보윤·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작가의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이승우·데이먼 갤것 작가의 ‘직면하는 사람입니다’, 김멜라·천쉐 작가의 ‘몸을 쓰는 사람입니다’, 황정은·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다른/같은 사람입니다’ 등의 대담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