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이후 최대 작전? 영국 '요새 작전' 논란

2026-08-04 22:22

 영국 내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해군을 투입, 프랑스 해안에 이민자들을 강제로 하선시키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개혁당은 프랑스 정부가 송환 협조를 거부할 경우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민자들을 출발지로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실상 인접국의 영토에 병력을 상륙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어,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둔 양국 간의 외교적 갈등이 군사적 긴장감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지아 유수프 영국개혁당 내무 담당 대변인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집권 시 '요새 작전'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통합 감시 사령부를 창설해 영국 해협을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해상 국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유수프 대변인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모든 선박을 군대가 차단할 것이며, 단 한 명의 불법 이민자도 영국 땅을 밟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작전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해협에서 벌어지는 최대 규모의 군사 행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혁당의 구상은 프랑스 당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행된다는 점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유수프 대변인은 프랑스가 이민자 인계를 거부한다면 영국 해병대가 직접 이민자들을 프랑스 해변에 하선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 스페인이 군을 동원해 모로코 이민자들을 밀어낸 사례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이나, 주권 국가인 프랑스의 해안에 군을 투입한다는 발상은 국제법적으로 심각한 결례이자 도발로 간주될 소지가 다분하다.

 

프랑스 정부는 즉각 분노를 표출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번 계획이 자국의 주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이며, 해양법을 포함한 각종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전직 영국 해군 지휘관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군 투입이 불법 이민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동맹국인 프랑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안에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행위는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양국은 그동안 고무보트를 이용해 해협을 건너는 이민자 방치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대립해왔다. 영국은 프랑스의 단속 미비를 탓해왔고, 프랑스는 광활한 해안선을 완벽히 봉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맞서왔다. 지난해 양국은 이민자 송환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며 돌파구를 찾는 듯했으나, 실제 송환되는 인원보다 새로 유입되는 난민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 협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개혁당의 이번 공약은 이민자 문제에 지친 영국 내 여론을 자극하며 정치적 지지세를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가 간의 주권 존중이라는 기본 원칙을 무시한 군사적 접근 방식은 국제 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인도주의적 가치와 국경 봉쇄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영국 해군 투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김애란 “AI 시대에도 문학은 필요하다”

문학의 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드는 가운데 인간과 세계를 느린 호흡으로 들여다보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8개국 2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올해 축제의 주제는 ‘누구세요?’다.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문학은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집중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사람을 복잡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더 큰 정체성으로 단순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축제는 이러한 복잡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연대를 모색한다.축제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연수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인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그는 이번 축제에서 ‘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보다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2006년 제1회 축제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연수 작가는 20년 만에 다시 기획위원을 맡았다. 그는 한국 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하면서 AI만으로는 인간과 세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이 누구인지,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개막 대담에는 김애란 작가와 벵하민 라바투트 작가가 ‘사람입니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비행운’, ‘안녕이라 그랬어’ 등을 통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포착해 사회와 인간을 바라봐 왔다.라바투트 작가는 ‘매니악’ 등의 작품에서 논픽션을 탐구하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면 픽션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바라본 두 작가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지점에서 만난다.김애란 작가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가족의 안부를 묻는 순간처럼 일상적인 행동에서 인간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모든 동물에게 자기 보존 욕구가 있지만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라바투트 작가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다양한 경험과 인간이 풀어내지 못하는 세상의 미스터리를 꼽았다. 그는 예술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며, 문학은 결말을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탐구하는 장르라고 말했다.AI가 읽기와 쓰기의 기본적인 관계를 바꾸고 창작 영역까지 진입하고 있지만, 작가들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AI가 결과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과 달리 예술에서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김연수 작가는 AI가 결과물을 보여줄 뿐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술에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순히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통해 알게 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앎만 생기는 것은 맹신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김애란 작가는 실시간 번역 기술을 예로 들며 소통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SNS에 실시간 번역 기능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언어의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갈등과 혐오, 전쟁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다.그는 문학의 미덕 가운데 하나가 소통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가 빠르게 오간다고 소통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라는 의미다.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김효은·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어린이입니다’, 안보윤·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작가의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이승우·데이먼 갤것 작가의 ‘직면하는 사람입니다’, 김멜라·천쉐 작가의 ‘몸을 쓰는 사람입니다’, 황정은·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다른/같은 사람입니다’ 등의 대담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