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목표도 좌절... 한국 여자배구, 챌린저컵으로 '강제 이주'

2025-07-14 10:21

 한국 여자배구가 뼈아픈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2025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무대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표팀은 이번 VNL에서 최하위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으며, 국제 경쟁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VNL에서 한국은 1승 11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3일 일본 지바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당시 한국은 전체 18개 참가국 중 17위에 머물러 있었고, 승점 5점으로 최하위인 태국과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세트득실률에서 근소하게 앞서며 강등을 면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기대는 안타깝게도 무산됐다. 한국의 운명은 14일 태국과 캐나다의 최종전 결과에 달려 있었다. 태국은 캐나다에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25-17 23-25 28-30 25-23 13-15)으로 패했지만, 값진 승점 1점을 추가했다. VNL 규정상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하더라도 승점 1점을 얻게 되는데, 이 1점이 한국의 운명을 갈랐다. 태국은 총 승점 6점을 기록하며 한국(승점 5점)을 제치고 17위로 올라섰고, 한국은 결국 최하위로 추락하며 VNL 강등 팀으로 확정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유일한 승리는 캐나다를 상대로 따낸 3-2 승리였다. 나머지 11개 팀에게는 모두 패배하며 세계 배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VNL은 18개국이 12경기씩 치러 승수, 승점, 세트 득실률, 점수 득실률 순으로 순위를 정하며, 최하위 팀은 VNL의 하위 리그인 챌린저컵으로 강등된다.

 

한국 여자배구는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거듭해왔다. 지난해에는 태국을 상대로 국제대회 30연패의 사슬을 끊어냈고, 프랑스까지 꺾으며 2승을 기록, 16개국 중 15위에 오르며 VNL 잔류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는 '최소 2승'이라는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며 VNL 잔류에 실패, 결국 챌린저컵으로 내려가게 됐다.

 

이번 강등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게 뼈아픈 현실이자, 동시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챌린저컵에서 다시 VNL 무대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팀 전력 강화는 물론, 선수 육성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투자가 절실하다. 한국 여자배구가 이 위기를 기회 삼아 더욱 단단해지고 발전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유미의 세포들' 뮤지컬… 자존감 깨우다

‘유미의 세포들’은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연애와 이별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내면의 목소리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냈다. 티파니 영과 김예원이 주인공 유미 역을 맡아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가운데, 작품은 유미의 외부 사건보다는 그를 움직이는 세포들의 움직임에 더욱 집중하며 관객들을 내밀한 심리의 세계로 초대한다.이번 창작 초연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견습 세포 ‘109’의 등장이다. 최재림과 정택운이 연기하는 109는 이름도 역할도 부여받지 못한 채 세포 마을을 배회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인물이다. 프라임 세포인 ‘사랑’을 동경하면서도 늘 주변부에 머무는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의 자화상을 투영한다. 109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유미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긍정하게 되는 성장 서사와 궤를 같이한다.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연애의 기술이 아닌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존감’에 닿아 있다. 양정웅 연출은 세포들의 세계를 먼저 구축한 뒤 그곳에 유미를 초대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두려움과 욕망, 그리고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만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각자의 안에는 하나의 거대한 우주가 존재한다는 위로의 메시지는 소외감을 느끼는 많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음악은 이러한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너라는 이름의 이야기’, ‘마이너 마이너 마이너’ 등 총 25곡의 넘버는 따뜻한 선율 속에 자기 긍정의 철학을 담아냈다. 특히 ‘우주’나 ‘별’과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외로운 존재들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동시에 ‘응큼파티’나 ‘우선순위 쇼’와 같은 재치 있는 쇼 넘버들은 강렬한 리듬과 군무를 통해 극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 의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세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앙상블은 극의 생명력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명탐정, 패션, 응큼, 감성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포들은 서로 다른 말투와 움직임으로 유미의 복잡한 내면을 시각화한다. 개별 캐릭터의 활약보다 이들이 함께 노래하고 움직일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무대를 꽉 채우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무대 좌우의 프레임을 활용한 ‘무대 속 무대’ 구성은 웹툰의 칸 만화 형식을 연극적으로 재해석하여 원작 팬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비록 대극장 규모에 비해 영상 의존도가 높고 무대 장치가 단출하다는 일부 아쉬움은 있으나, 촘촘한 서사와 배우들의 열연이 그 빈틈을 충분히 메운다. 작품은 이름 없는 세포 109의 입을 빌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존재일지라도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자기 안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이 다정한 뮤지컬은 오는 8월 23일까지 관객들과 만나며 우리 모두가 각자 인생의 주인공임을 다시금 일깨워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