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들 음악 아니었어? K팝 다음 주자로 떠오른 국악의 충격적인 배신

2025-10-16 17:57

 K팝의 성공 신화 다음 주자를 찾는 사람들의 시선이 '국악관현악'으로 쏠리고 있다. 그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제3회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의 일부 공연은 이미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심상치 않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특히 18일 전주시립국악단과 25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K팝 애니메이션의 인기로 한국적 리듬의 힘이 증명된 지금, 'K-사운드'의 원류로 평가받는 국악이 세련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입고 대중의 심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축제는 국악이 더 이상 고리타분한 옛것이 아닌, 가장 현대적이고 '힙한' 음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 되고 있다.

 

그 화려한 신호탄은 지난 15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쏘아 올렸다. 김성진 지휘자가 이끈 개막 무대는 그야말로 파격과 신선함 그 자체였다. 국악 공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클래식 기타와 하프가 전면에 나섰고, 여기에 우리 전통 악기인 가야금이 어우러지며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사운드를 빚어냈다. 기타리스트 김우재, 하피스트 황세희, 가야금 연주자 유숙경은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세 사람이 음악으로 대화를 나누듯,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조화에 빠져들었다. '국악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흥분이 가득했다. 30대 관객 이모 씨는 "하프와 기타가 어우러진 예상치 못한 무대였다"며 "서양 악기와 국악기가 대화하는 듯한 순간이 정말 인상 깊었다"고 감탄했다. 국악을 처음 접했다는 10대 관객 정모 씨 역시 "전혀 낯설지 않고 오히려 너무 흥미로웠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 세계를 경험한 기분"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는 이번 축제가 노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황병기를 오마주한 '깊은 밤', 하프 협주곡 '달하노피곰' 등 실험적인 레퍼토리는 국악이 가진 즉흥성과 서정성을 극대화하며 K팝을 넘어 한국의 깊은 정서를 전달할 새로운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개막 공연의 열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16일 KBS국악관현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의 만남을 시작으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주, 강원, 서울 등 전국의 실력파 국악관현악단 10개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저마다의 색깔을 뽐낼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이번 축제는 국악관현악이 나아갈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K팝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국악의 화려한 반란이 시작됐다. 이번 축제가 과연 국악관현악을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모두의 이목이 세종문화회관으로 집중되고 있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김애란 “AI 시대에도 문학은 필요하다”

문학의 힘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빠르게 파고드는 가운데 인간과 세계를 느린 호흡으로 들여다보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가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8개국 2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올해 축제의 주제는 ‘누구세요?’다.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문학은 오랫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집중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사람을 복잡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더 큰 정체성으로 단순하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축제는 이러한 복잡성을 다시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연대를 모색한다.축제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김연수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타인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그는 이번 축제에서 ‘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기보다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2006년 제1회 축제에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연수 작가는 20년 만에 다시 기획위원을 맡았다. 그는 한국 문학의 달라진 위상을 언급하면서 AI만으로는 인간과 세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타인이 누구인지,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개막 대담에는 김애란 작가와 벵하민 라바투트 작가가 ‘사람입니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비행운’, ‘안녕이라 그랬어’ 등을 통해 일상에서 발생하는 균열을 포착해 사회와 인간을 바라봐 왔다.라바투트 작가는 ‘매니악’ 등의 작품에서 논픽션을 탐구하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면 픽션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바라본 두 작가는 결국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지점에서 만난다.김애란 작가는 인간에게 존재하는 ‘아름다운 비효율성’을 언급했다. 가족의 안부를 묻는 순간처럼 일상적인 행동에서 인간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모든 동물에게 자기 보존 욕구가 있지만 인간은 때때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라바투트 작가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다양한 경험과 인간이 풀어내지 못하는 세상의 미스터리를 꼽았다. 그는 예술이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며, 문학은 결말을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탐구하는 장르라고 말했다.AI가 읽기와 쓰기의 기본적인 관계를 바꾸고 창작 영역까지 진입하고 있지만, 작가들은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봤다. 특히 AI가 결과를 빠르게 제시하는 것과 달리 예술에서는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김연수 작가는 AI가 결과물을 보여줄 뿐 그 과정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술에서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순히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엇을 통해 알게 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앎만 생기는 것은 맹신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김애란 작가는 실시간 번역 기술을 예로 들며 소통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SNS에 실시간 번역 기능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언어의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갈등과 혐오, 전쟁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다.그는 문학의 미덕 가운데 하나가 소통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가 빠르게 오간다고 소통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라는 의미다.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에는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김효은·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어린이입니다’, 안보윤·실비아 모레노 가르시아 작가의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이승우·데이먼 갤것 작가의 ‘직면하는 사람입니다’, 김멜라·천쉐 작가의 ‘몸을 쓰는 사람입니다’, 황정은·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다른/같은 사람입니다’ 등의 대담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