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다자녀 가구 정책, 실효성과 한계

2024-05-06 11:46

 부산의 2자녀 가구 대다수는 부산시의 다자녀 가구 지원 정책에 대해 실질적인 혜택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다자녀 가구 지원 정책이 3자녀에서 2자녀로 축소된 지 6개월 만에 그런 평가가 나온 것이다.

 

2자녀 가구가 다자녀 지원 대상에 포함되긴 했지만, 주된 혜택은 여전히 3자녀 가구에만 적용된다. 일례로 다자녀 가구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하면 공영주차장 요금이 50% 할인되는데, 대부분의 주차장은 무인 결제기를 운영하므로 스티커 확인이 어려워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2자녀 가구 부모 중 명목상 다자녀 가구에 속함에도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다 보니 불쾌하다는 의견이 많다.

 

'출산율 쇼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합계 출산율이 매우 낮은 수치(0.78명)를 기록하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Z세대 중 10명 중 3명은 출산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향후 출산율이 더욱 낮아질 우려가 크다.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은 원하지만 아이는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8%를 차지했다. 결혼과 아이 모두를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에 머물렀다. 결혼과 아이 모두를 원하는 응답은 45%로, 아직 결정하지 않은 비율도 21%였다.

 

또한 "일 vs 가족"을 주제로 한 조사 결과는 가족이 우선이라는 응답이 4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둘 다 비슷하다"가 32%, "일이 우선이다"가 20%를 차지했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응답자들은 주된 이유로 '가족이 주는 기쁨과 행복이 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경제적, 정서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일이 우선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

 

부산시는 시민의 가정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다자녀 가구에 대한 정책을 개정했다. 그러나 시행 6개월이 지난 지금, 세 자녀와 두 자녀 가구 간의 혜택 격차로 인해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관계자는 "예산 등의 문제로 한꺼번에 두 자녀 가구까지 혜택을 확대하기 어려우며, 모든 다자녀 가구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사를 진행하고, 향후 혜택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자녀 가구의 한 가장은 "예산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자녀 가구의 혜택을 늘린 것은 허상에 불과하며, 출산ㆍ육아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지원이 아닌 다른 사업들을 정리하고 실질적인 보육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국립무용단 '탈바꿈', 탈춤과 EDM의 파격 만남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며 빚어내는 새로운 에너지를 공개했다. 무용수들은 익숙한 전통 탈을 쓰고 어깨춤을 추다가도 어느새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는 LED 탈을 착용하고 힙합 그루브를 타며 연습실을 달궜다. 이재화 안무가가 이끄는 이번 작품은 ‘가장 우리다운 움직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어, 박제된 전통이 아닌 동시대와 호흡하는 한국적 미학을 탐구한다.이재화 안무가는 그동안 한국 무용계에서 관성적으로 사용되어 온 ‘한국적’이라는 단어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의상이나 외형적인 형식에 매몰되기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세대들의 정신적인 내면에 주목했다. 억압받는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내는 인내와 그 과정에서 분출되는 에너지가 오히려 오늘날 가장 한국적인 정서라고 판단한 것이다. 작품 제목인 ‘탈바꿈’ 역시 단순히 탈을 교체한다는 물리적 의미를 넘어, 기존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형태를 찾아가는 ‘탈피’의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작품 속에서 탈은 무용수의 본래 신분을 감추는 익명의 장치이자 동시에 내면의 자아를 해방시키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실제 무용수들은 탈을 쓰는 순간 사회적 역할에서 벗어나 평소보다 훨씬 과감하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내향적인 성향의 단원조차 탈이라는 보호막 뒤에서 심리적 자유로움을 느끼며 무대 위를 활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익명성의 에너지는 공연 후반부 탈을 벗고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으로 이어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해방감을 선사한다.이번 공연은 지난해 선보였던 30분 분량의 초연을 60분으로 대폭 확장하며 예술적 밀도를 높였다. 초연이 탈의 시각적 재미에 치중했다면, 이번 확장판은 안무가의 인생관과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거대한 회전 구조물은 현대 사회의 계급 구조와 개인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상징하는 ‘수레’로 비유된다. 누군가는 버티며 끌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 위를 활보하는 공간적 대비는 영화 ‘기생충’이나 ‘설국열차’가 보여준 사회적 은유와 궤를 같이한다.음악과 무대 미술의 결합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박다울 음악감독은 포크송 ‘터’를 모티브로 삼아 거문고의 고전적인 음색과 5인조 라이브 밴드의 사운드, 그리고 차가운 전자음악을 실시간으로 충돌시킨다. 이러한 청각적 긴장감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만나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전통 탈춤 이면에 숨겨진 슬픔과 고단함을 ‘버티는 몸’의 언어로 치환해낸 안무는 궁극적으로는 절망을 딛고 희망으로 나아가는 서사적 구조를 완성하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국립무용단의 ‘탈바꿈’은 다음 달 19일부터 2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본 공연에 앞서 관객들이 직접 안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오픈 클래스 등 소통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기대를 모은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오는 10월 주미한국문화원의 초청으로 뉴욕과 워싱턴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어서, 한국 무용의 현대적 변신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통의 탈을 벗고 동시대의 얼굴로 갈아입은 국립무용단의 도전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