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국으로 치닫는 與野..김건희·채해병 특검법 야당 단독 처리

2024-09-10 11:06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김건희 특검법'과 채해병 특검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4건의 법안을 조율한 결과 두 특검법을 단독으로 처리했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바 있다. 이번에 다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11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12일 본회의 표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승원 법사위 야당 간사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으며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견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을 국정농단에 비유하며 철저히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수사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며 특검법 처리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채해병 특검법도 의결했다. 여당 의원들은 채해병 특검법이 처리된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원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법안에 대한 대안을 제안했으나 국민의힘 측의 토론 참여가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무혐의 권고 결정과 공천 개입 의혹이 나오자 강경 모드로 전환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현 정부의 행태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최근 여야 간의 화해 분위기가 다시 대치 국면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붓질 몇 번에 오리가 둥둥, 이강소의 찰나

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화된 그의 조각 실험은 인간의 인위적인 의도를 걷어내고 중력과 속도, 물질의 본성이 빚어내는 자연스러운 질서를 탐구해 왔다. 억지로 다듬지 않은 투박한 흙의 모습은 작가의 손끝을 거쳐 비로소 살아있는 존재로 거듭난다.서울 롯데뮤지엄에서 막을 올린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는 거장의 50년 예술 여정을 150여 점의 작품으로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간 회화에 가려져 있던 조각과 판화의 비중을 높여 작가의 다각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특히 1973년 명동화랑에서 선보였던 전설적인 퍼포먼스 '소멸'이 53년 만에 재현되어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 놓인 낡은 탁자와 의자는 과거의 복원을 넘어 새로운 시간과 관객을 만나며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낸다.이강소의 작업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비움'과 '무위(無爲)'다. 그는 붓을 잡을 때조차 미리 정해진 형상을 쫓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붓이 가는 대로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예기치 못한 신비로운 이미지가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화면 속 오리나 배의 형상은 뚜렷한 실체가 아니라 몇 번의 붓질이 남긴 흔적일 뿐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을 경계하며, 끊임없이 '나의 아성'을 죽이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실재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의문은 그의 설치 작품 '여백'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낙동강변의 갈대를 전시장으로 옮겨온 이 작품은 거울과 관람객의 모습이 투영되며 매 순간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닭의 발자국을 작품으로 삼았던 것처럼, 그는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요소를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존재한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보는 그대로인지 묻는 거장의 질문은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다.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2025년 신작 '바람이 분다' 연작은 노장의 멈추지 않는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화선지와 먹을 활용해 한국화의 형식을 빌려온 이 작업에는 수십 년 전 지인에게 받은 낙관이 찍혀 있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붓질이 교차하며 나타남과 사라짐의 미학을 완성한다. 검은 물감 위에 흰색을 덮어 지우고 다시 드러내는 과정은, 끊임없이 의도를 지워내려는 작가의 치열한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새벽 작업실로 향하는 이강소는 여전히 다음 작업을 궁리하는 현역이다. 익숙해진 방식을 버리고 '안 하던 짓'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회화와 조각, 사진과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어온 그의 실험은 11월 1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난다. 거장이 빚어낸 찰나의 흔적들은 우리가 믿어온 실재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