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비상계엄 선포에 한목소리 비판 "민주주의 자부심 훼손"
2024-12-05 12:05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에 대해 종교계가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총무원장 진우 스님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국민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역사의 후퇴"라고 지적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법적 판단과 국민의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용훈 주교 이름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군사 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계엄령이 현재 대한민국에 선포된 것에 대한 타당성을 의문시하며,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사태를 설명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역시 총무 김종생 목사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규정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민주적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상계엄이 국회 의결로 6시간 만에 해제되었지만, 대통령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사과와 사법적 책임을 촉구했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마크 로스코의 주황색 추상화가 나란히 걸려 묘한 긴장감과 평온을 동시에 선사한다. 현재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고전미와 로스코의 현대적 숭고미가 결합한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팔라초 스트로치를 중심으로 도시 곳곳의 유적지가 로스코의 색면 회화와 조우하며, 그의 예술적 뿌리가 유럽 고전 문명에 닿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거대한 화면을 채운 단순한 색 덩어리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앞에 선 관람객들은 종종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눈물을 흘리곤 한다. 스티브 잡스와 김환기 등 수많은 천재가 열광했던 그의 작품은 캔버스 안쪽에서 빛이 배어 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보는 이를 깊은 명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번 전시는 가난한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방황하던 마르쿠스 로트코비츠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거장 마크 로스코로 거듭났는지 그 고통스러운 창작의 여정을 세밀하게 추적한다.로스코의 예술 세계에서 1950년의 이탈리아 여행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그는 피렌체 산마르코 수도원의 프레스코화에서 색채가 어떻게 벽면과 일체가 되어 영적인 공간을 창조하는지 목격했다. 또한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압도적인 계단실에서는 인간을 짓누르는 듯한 공간의 무게감을 경험했다. 이러한 고전의 기억들은 로스코의 캔버스 위에서 거대한 색면으로 치환되었고, 관객을 화면 안으로 끌어당겨 영혼을 울리는 독보적인 화풍인 '색면 회화'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궁전의 한 방을 통째로 차지한 가로 4m가 넘는 대작 '무제'와 시그램 빌딩 벽화의 드로잉들이다. 특히 평소 대중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시그램 벽화 준비 자료들은 로스코가 안젤리코의 벽화를 얼마나 깊이 연구했는지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다. 로스코는 과거 거장들의 기법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인의 고독과 실존적 고뇌를 치유하는 명상적 도구로 승화시켰다. 그의 그림은 이제 종교적 도상을 넘어 현대의 새로운 제단화로 기능하고 있다.전시의 마지막은 로스코가 생의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부은 휴스턴 채플의 분위기를 재현한 팔각형 방이 장식한다. 1970년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그린 '블랙 앤드 그레이' 연작은 짙은 어둠 속에서도 미묘하게 명멸하는 색채의 변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탐구한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보랏빛과 회색의 대비는 로스코가 평생 추구했던 빛과 어둠의 투쟁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이 팔각형 공간에서 작가의 마지막 숨결과 마주하며 고요한 슬픔과 위안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이번 피렌체 전시는 로스코의 추상이 결코 고립된 현대의 산물이 아니라, 인류 예술사의 유구한 흐름 속에 존재하는 영속적인 가치임을 증명한다. 도보로 연결된 세 곳의 전시장을 걷다 보면 15세기의 프레스코화와 20세기의 유화가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르네상스의 심장부에서 마주하는 로스코의 색채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인간 영혼의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여정이다. 8월 말까지 이어지는 이 특별한 만남은 고전과 현대가 어떻게 서로를 완성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