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SPA 브랜드' 전성기 맞았다
2024-12-12 11:58
제조·유통 일원화(SPA) 브랜드들이 국내 패션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보고하고 있다. 이는 고물가 시대에 따라 '가성비'가 높은 SPA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확대된 까닭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24 회계연도에 1조원을 기록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올해 9~8월 매출 1조6,020억원, 영업이익1,489억원을 기록했다.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1조원을 제외한 것은 2019 회계연도 이후 처음이다.
유니클로는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의 합작사로, 2019년 일본 배송 불매운동 '노노재팬'의 영향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친 바 있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국내 SPA 브랜드 중 유일하게 올해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의 스파오도 2023년보다 25% 늘어난 6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며,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SPA 브랜들의 호실적은 고물가와 경기 불황으로 필요한 의류만 사는 이들이 많이 확대된 결과이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싼 세계의 모습이다.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는 이처럼 복잡하고 모순적인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탐구의 결과물이다. ‘나는 우주의 먼지’라는 흔한 말 이면에는, 그 우주를 구성하는 것 역시 바로 ‘나’라는 역설이 존재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와 내밀한 감정들을 한지 위에 먹과 잉크, 아크릴로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전시의 제목처럼,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는 그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하며 관객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무나씨라는 작가명은 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어린 시절부터 ‘지워지고 싶다’는 욕망과 고독에 대한 갈망을 안고 살았지만, 동시에 세상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또 다른 자아가 그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숨고 싶지만 드러내고 싶고, 내성적이지만 할 말은 많은 이 팽팽한 내적 줄다리기는 그의 창작 활동의 근원이 되었다. 처음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은 그림이 아닌 글이었다. 틈틈이 쓴 단편을 엮어 산문집을 만들어 카페에서 팔기도 했던 경험은, 역설적으로 그에게 ‘무나씨’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에서 착안해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여기에 타인을 부르는 호칭 ‘씨’를 붙여 스스로를 타자화한 것이다. 말은 쉽게 흩어지고 글은 추상적인 감정을 담기에 버거웠지만, 그림은 명확한 설명 없이도 관객 각자의 해석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가장 완벽한 숨을 곳이자 표현의 장이 되어주었다.그의 작품은 수많은 선의 집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산수화라는 전형성에 갇히기 싫었던 작가는, 통일신라나 고려 시대 불화처럼 지극한 공력이 들어간 정교한 작업을 추구했다. 그는 한지에 먹을 사용해 무수한 선을 한 획씩 그어 화면을 채우는 노동집약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채우는 행위를 넘어, 그림에 시간의 층위를 쌓고 작가 자신의 소란스러운 마음을 견뎌내는 수행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본 상형문자 석관에서, 돌덩이 앞에 웅크려 앉아 망치를 쪼았을 석공의 시간에 깊이 감정 이입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선 하나하나에는 사실 작가의 혼란한 내면과 그것을 이겨낸 억겁의 시간이 담겨 있으며, 관객들이 바로 그 지점에서 감동을 느끼길 바란다.무나씨의 작품 세계는 최근 중요한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과거 자신과 타인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고 혼자만의 자유를 이야기했던 그가, 이제는 그 경계를 허무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3년 전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은 이러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을 넘는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막상 그 경계가 허물어졌을 때 찾아오는 예상 밖의 자유로움을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RM이다. RM은 무나씨의 작품 2점을 소장한 컬렉터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전시에는 그가 소장한 ‘영원의 소리’가 포함되어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페어에서 작품을 본 RM이 직접 작가의 자택까지 방문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작품을 구매해 갔다는 일화는, 그의 작품이 지닌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2월 1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