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25년 전망도 먹구름.."4분기 실적 참담해"

2025-01-09 13:45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 6조5000억 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예상치인 8조5000억 원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지난해 8월만 해도 예상됐던 12조 원에서 점차 하향 조정된 수치마저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75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5% 증가했으나, 전 분기 대비 5.18% 감소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등 주요 사업부문 모두 부진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영업이익 3조6000억 원을 기록했으나,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부의 2조 원대 적자가 성과를 깎아먹었다. 메모리 사업에서는 HBM과 서버용 DDR5의 수요가 안정적이었으나 PC 및 모바일 중심의 범용 메모리 수요가 부진하며 전체 실적이 악화됐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가격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D램 가격은 지난해 연초 대비 약 25% 하락했고, 낸드플래시 가격은 반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특히 4분기 들어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가속화되며 비트그로스(출하량 증가율)는 감소하고, 평균 판매가격(ASP)도 하락세를 보였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경쟁 심화와 고정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33% 감소한 약 1조 원에 머물렀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부문은 영업이익 약 2조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북미 시장에서는 애플의 공세에 점유율이 하락하고,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중국 제조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 계절적 비수기와 폴더블 신제품 출시 효과 소멸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DA부문은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이 약 5000억~6000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3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4분기 성적은 더욱 아쉬운 수준이다. 3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0조8500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 흐름을 보였으나, 4분기 들어 실적이 29.19% 급감했다. 3분기에는 메모리 가격 안정과 성수기 효과가 일부 반영됐으나, 4분기에는 전반적인 시장 침체가 가시화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반도체 부문에서의 출혈이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상반기 내내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의 구형 D램 시장 공급량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다만, 차세대 메모리 제품과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개선 가능성은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시장은 유통 재고가 점차 정리되며 2분기부터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HBM3E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도 엑시노스와 이미지 센서(CIS) 가동률이 상승하며 적자 축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애플향 OLED 패널 공급 경쟁 심화로 실적 압박이 예상된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이익이 매출 감소와 함께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낸드 시장의 가격 방어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와 기업용 SSD(eSSD)의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의 수익성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분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반도체 부문에서 연구개발(R&D)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매출액은 연간 기준으로 300조 원에 근접해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회복을 도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메모리 가격의 안정과 차세대 제품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역사책에선 차마 알려주지 못한 장영실의 '진짜' 삶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담하고 통쾌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역사에서 지워진 장영실이 사실은 조선을 떠나 르네상스가 꽃피우던 이탈리아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 되었다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역사 기록의 마지막 한 줄, 그 너머의 삶을 무대 위에 화려하게 부활시키며 관객들을 새로운 진실 혹은 상상 속으로 이끈다.1막은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노비 출신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삶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무대 위에는 자격루, 혼천의 등 그의 위대한 발명품들이 감각적으로 재현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백성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던 세종과의 관계는 단순한 군신 관계를 넘어 깊은 우정으로 그려지며 애틋함을 더한다. 하이라이트는 장영실의 발목을 잡았던 '안여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작품은 이 사건이 장영실을 벌하기 위함이 아닌, 시기하는 대신들로부터 그를 보호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보내주기 위한 세종의 눈물겨운 선택이었음을 보여주며 두 사람의 관계에 깊이를 더하고 2막의 파격적인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한다.2막의 배경은 조선에서 르네상스의 심장부인 이탈리아 피렌체로 단숨에 이동한다. 세종의 배려로 목숨을 구하고 머나먼 이국땅에 도착한 장영실이 어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 그의 스승이 되고, 조선의 앞선 과학 기술을 유럽에 전파했다는 과감한 상상력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심지어 서양인이 그린 최초의 한국인 그림으로 알려진 루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 속 주인공이 바로 장영실이었다는 설정은 이 대담한 서사에 방점을 찍는다. 이러한 시공간의 급격한 변화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무대 디자인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경복궁 근정전의 입체적인 모습부터 성 베드로 대성당의 상징적인 건축미까지, 화려한 볼거리는 이야기의 빈틈을 채우며 몰입감을 극대화한다.물론 방대한 소설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2막의 전개가 다소 급하게 느껴지고,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배우들의 폭발적인 열연은 이러한 서사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탈리아에 홀로 남아 조선과 두고 온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넘버 '그리웁다'는 천재 과학자의 모습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외로움과 고뇌를 오롯이 전달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꿈과 재능이 있어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이 시대의 수많은 '장영실'에게, 이 작품은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해 손을 뻗을 용기를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