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대 윤석열, LA 산불에 손 내밀다..진심일까, 노림수일까?

2025-01-13 11:00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13일 윤 대통령은 SNS를 통해 "LA 대형 산불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불의의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미국은 대한민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흔들림 없이 우리의 손을 잡아주었던 소중한 동맹"이라고 강조하며 "LA는 전 세계에서 우리 교민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미국과 LA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강한 돌풍으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피해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며 "미국 국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하루속히 산불이 진화되고 피해가 복구되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 LA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 당국을 통해 피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미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여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현지에 계신 우리 교민 여러분의 안전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며 "외교부와 LA 총영사관은 우리 교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비록 자신이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지만, 동맹국 미국 국민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진심으로 위로와 지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 이후 SNS에 글을 올린 것은 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추락 사고에 대한 애도 메시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탄핵 정국 속에서 국내 현안뿐 아니라 국제적인 재난 상황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 동정 여론에 호소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나를 지우려다 '무나씨'가 된 작가, 그의 진짜 정체는?

싼 세계의 모습이다.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는 이처럼 복잡하고 모순적인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탐구의 결과물이다. ‘나는 우주의 먼지’라는 흔한 말 이면에는, 그 우주를 구성하는 것 역시 바로 ‘나’라는 역설이 존재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와 내밀한 감정들을 한지 위에 먹과 잉크, 아크릴로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전시의 제목처럼,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는 그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하며 관객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무나씨라는 작가명은 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어린 시절부터 ‘지워지고 싶다’는 욕망과 고독에 대한 갈망을 안고 살았지만, 동시에 세상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또 다른 자아가 그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숨고 싶지만 드러내고 싶고, 내성적이지만 할 말은 많은 이 팽팽한 내적 줄다리기는 그의 창작 활동의 근원이 되었다. 처음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은 그림이 아닌 글이었다. 틈틈이 쓴 단편을 엮어 산문집을 만들어 카페에서 팔기도 했던 경험은, 역설적으로 그에게 ‘무나씨’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에서 착안해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여기에 타인을 부르는 호칭 ‘씨’를 붙여 스스로를 타자화한 것이다. 말은 쉽게 흩어지고 글은 추상적인 감정을 담기에 버거웠지만, 그림은 명확한 설명 없이도 관객 각자의 해석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가장 완벽한 숨을 곳이자 표현의 장이 되어주었다.그의 작품은 수많은 선의 집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산수화라는 전형성에 갇히기 싫었던 작가는, 통일신라나 고려 시대 불화처럼 지극한 공력이 들어간 정교한 작업을 추구했다. 그는 한지에 먹을 사용해 무수한 선을 한 획씩 그어 화면을 채우는 노동집약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채우는 행위를 넘어, 그림에 시간의 층위를 쌓고 작가 자신의 소란스러운 마음을 견뎌내는 수행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본 상형문자 석관에서, 돌덩이 앞에 웅크려 앉아 망치를 쪼았을 석공의 시간에 깊이 감정 이입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선 하나하나에는 사실 작가의 혼란한 내면과 그것을 이겨낸 억겁의 시간이 담겨 있으며, 관객들이 바로 그 지점에서 감동을 느끼길 바란다.무나씨의 작품 세계는 최근 중요한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과거 자신과 타인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고 혼자만의 자유를 이야기했던 그가, 이제는 그 경계를 허무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3년 전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은 이러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을 넘는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막상 그 경계가 허물어졌을 때 찾아오는 예상 밖의 자유로움을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RM이다. RM은 무나씨의 작품 2점을 소장한 컬렉터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전시에는 그가 소장한 ‘영원의 소리’가 포함되어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페어에서 작품을 본 RM이 직접 작가의 자택까지 방문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작품을 구매해 갔다는 일화는, 그의 작품이 지닌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2월 1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