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장소 조사?" 정진석 독단에 윤 대통령 측 "황당"

2025-01-14 11:23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공수처에 윤 대통령 조사 방식을 제안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이 "호소문 발표는 사전 상의 없었다"고 밝히면서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 비서실장은 이날 호소문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고 입장을 소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수처에 제3의 장소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실은 경찰, 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정 비서실장의 호소문은 우리와 상의 없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비서실이 윤 대통령 측과  조율 없이 독단적으로 입장을 낸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지난 13일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고 담당 수사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탄핵 심판 결론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수사보다 탄핵 심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 비서실장의 이번 호소문은 윤 대통령 측의  입장과는 다소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변호인단이 탄핵 심판에 집중하며 공수처 조사 연기를 요청한 것과 달리, 정 비서실장은  제3의 장소 조사 등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변호인단 사이에  소통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 심판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앞두고  대통령 측의  메시지가 혼선을 빚으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붓질 몇 번에 오리가 둥둥, 이강소의 찰나

다. 1990년대 초부터 본격화된 그의 조각 실험은 인간의 인위적인 의도를 걷어내고 중력과 속도, 물질의 본성이 빚어내는 자연스러운 질서를 탐구해 왔다. 억지로 다듬지 않은 투박한 흙의 모습은 작가의 손끝을 거쳐 비로소 살아있는 존재로 거듭난다.서울 롯데뮤지엄에서 막을 올린 '이강소: 일어나고 사라지는' 전시는 거장의 50년 예술 여정을 150여 점의 작품으로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간 회화에 가려져 있던 조각과 판화의 비중을 높여 작가의 다각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특히 1973년 명동화랑에서 선보였던 전설적인 퍼포먼스 '소멸'이 53년 만에 재현되어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 놓인 낡은 탁자와 의자는 과거의 복원을 넘어 새로운 시간과 관객을 만나며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낸다.이강소의 작업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비움'과 '무위(無爲)'다. 그는 붓을 잡을 때조차 미리 정해진 형상을 쫓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붓이 가는 대로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예기치 못한 신비로운 이미지가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화면 속 오리나 배의 형상은 뚜렷한 실체가 아니라 몇 번의 붓질이 남긴 흔적일 뿐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을 경계하며, 끊임없이 '나의 아성'을 죽이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실재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의문은 그의 설치 작품 '여백'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낙동강변의 갈대를 전시장으로 옮겨온 이 작품은 거울과 관람객의 모습이 투영되며 매 순간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닭의 발자국을 작품으로 삼았던 것처럼, 그는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요소를 작업 안으로 끌어들인다. 존재한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보는 그대로인지 묻는 거장의 질문은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다.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2025년 신작 '바람이 분다' 연작은 노장의 멈추지 않는 실험 정신을 보여준다. 화선지와 먹을 활용해 한국화의 형식을 빌려온 이 작업에는 수십 년 전 지인에게 받은 낙관이 찍혀 있다.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붓질이 교차하며 나타남과 사라짐의 미학을 완성한다. 검은 물감 위에 흰색을 덮어 지우고 다시 드러내는 과정은, 끊임없이 의도를 지워내려는 작가의 치열한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새벽 작업실로 향하는 이강소는 여전히 다음 작업을 궁리하는 현역이다. 익숙해진 방식을 버리고 '안 하던 짓'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회화와 조각, 사진과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경계를 허물어온 그의 실험은 11월 1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난다. 거장이 빚어낸 찰나의 흔적들은 우리가 믿어온 실재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