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도 짠한 노인의 인생 담은 시집 큰 인기..1만 권 돌파
2025-02-14 12:08
2025년 1월에 출간된 ‘그 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포레스트북스)는 노년의 희로애락을 재치 있게 풀어낸 시집으로, 출간 한 달 만에 1만 권을 판매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지난해 1월에 출간된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에 이은 두 번째 시집으로, 두 책 모두 시집으로서는 이례적인 판매 기록을 세운 작품들이다.이번 책은 일본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가 매년 주최하는 ‘실버 센류’ 공모전에서 수상한 최신작들을 모은 시집으로, 제목 역시 공모전 수상작에서 뽑았다. 센류는 일본 전통 시 형식으로, 5-7-5의 17개 음절로 구성되며 풍자와 익살을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2001년부터 ‘실버 센류’ 공모전이 매년 열리며, 2023년에는 1만 1000여 개의 작품이 출품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을 모은 시집은 일본에서 이미 100만 권 이상 판매되며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책의 국내 출간을 주도한 서선행 포레스트북스 편집이사는 "첫 책이 예기치 않게 큰 사랑을 받으면서 후속작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었고, 이에 힘입어 ‘그 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도 빠른 시일 내에 1만 권을 돌파하며 인기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번역은 일본 문학 전문가인 이지수 번역가가 맡아, 원작의 유머와 감성을 잘 살리며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책의 내용은 주로 노년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으로 풀어낸다. 최신작이기에 팬데믹, 인공지능(AI), 셀프 계산대 등 최근 사회의 변화가 반영된 작품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코로나처럼/아내도 몇 번이나/변이했구나’, ‘AI에게/ 저세상 가는 길/물어본다’, ‘셀프 계산대 앞/얼어붙은 사람들/죄다 할배들’ 등의 시는 현재 시대의 풍경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노년의 삶을 다룬 시집이지만, 그 안에는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며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치매 예방차/구입한 그 책/벌써 세 권째’, ‘자기소개 때/돌아가며 말한다/이름 고향 취미 지병’, ‘신경 쓰는 것/옛날에는 인맥/지금은 맥박’ 등은 노년의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예시다. 또 ‘손주에게 외친다/“마음껏 쓸어 담아!”/다이소에서’, ‘보이스 피싱/당할 정도의 돈이/내 통장엔 없다’ 등의 시는 경제적 변화와 세대 간의 차이를 익살스럽게 그려낸다.
책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나이 듦’이다. ‘아 늙었네/하지만 괜찮아/다 늙었어’처럼 나이가 들면서 맞닥뜨리는 변화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유머러스한 자세를 보여준다. 또한, 노년의 환상에 대해 일갈하는 시도 있다. ‘나이 들면/둥글어진다는 말/어쩌면 거짓말’은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환상을 뒤집으며, 현실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전한다.
시집은 그 자체로 한바탕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동시에, 노년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센류는 웃음과 슬픔이 닿아 있다”고 서 이사는 설명하며, “그 감성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석주 시인은 추천사에서 "한바탕 웃고 나니 차가운 심장은 더워지고 공허한 마음은 감동으로 충만해진다"고 했으며, 오은 시인은 “늙음을 한탄할 때조차 긍정적인 해학을 잃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책은 일본에서 시작된 ‘실버 센류’ 공모전의 수상작들을 모은 시집으로, 노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풀어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는 노년의 일상과 그들의 생각을 유머와 감동으로 그려내어,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후속작이 예정돼 있다. 서선행 편집이사는 이 시리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집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유족의 일상에 남은 흔적을 조심스럽게 더듬는다. 전시 제목은 웹상에서 정보를 찾을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오류 코드에서 착안했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 온 역사를 다시 읽고 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사진과 영상 속에 담긴 생존자들의 주름진 얼굴과 그들이 목숨을 걸고 건너야 했던 밀항의 바다는 이미지 안에 차마 다 담기지 않는 거대한 시간을 묵묵히 증언한다.작품 '바다, 엇갈림'은 제주에서 부산을 거쳐 일본 오사카로 이어진 밀항의 경로를 추적하며, 생존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절박한 순간들을 시각화했다. 또한 같은 날 태어나 부부가 된 이들의 생애를 기록한 '희권과 영애 이야기'나, 4·3과 한국전쟁을 모두 통과한 한 개인의 삶을 조명한 '사소한 위로'는 거대한 폭력의 시대 속에서도 꿋꿋이 이어져 온 인간의 존엄을 보여준다. 마을 풍경 속에 무심하게 서 있는 '세상에 없는 나무'는 과거의 상처가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페이지임을 일깨우며 8월 10일까지 관객과 만난다.중구 삼일로 스페이스에서는 인간의 원초적 감각을 파고드는 하인용의 초대전 'TRANCE'가 펼쳐지고 있다. 전시장 바닥과 벽면을 가득 채운 드로잉들은 종이 위에서 반복적으로 번지는 선과 형상을 통해 기원을 알 수 없는 생명체나 신화적 존재를 소환한다. 괴물과 외계 생명체, 혹은 신적인 존재처럼 보이는 이 기이한 이미지들은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상징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존재론적 불안과 원형적인 감각을 물질 위에 선명하게 새겨 넣었다.하인용의 전시 공간은 드로잉뿐만 아니라 세라믹 기물과 부조적 회화, 설치 작업이 뒤엉킨 하나의 거대한 의례적 장소와 같다. 둥근 항아리 표면에 촘촘하게 새겨진 문양과 검은색, 금빛, 청색이 감도는 회화는 드로잉 속 형상들과 겹쳐지며 낯선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스스로 파괴하고 다시 재생산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퍼포먼스를 함께 선보이며, 완성된 결과물보다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을 강조한다. 이는 해석의 틀에 갇히지 않는 예술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두 전시는 공통적으로 관객에게 수동적인 감상을 넘어선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한다. 박정근이 4·3이라는 역사 앞에서 다시 듣고 읽는 태도를 강조한다면, 하인용은 언어적 해석보다 먼저 몸이 반응하는 원초적 경험을 제안한다. 한쪽이 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세밀한 기록이라면, 다른 한쪽은 무의식의 심연을 건드리는 파격적인 실험이다. 이처럼 상이한 두 예술적 접근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현대 미술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역할과 개인적 성찰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박정근의 전시는 8월 10일까지 제주갤러리에서, 하인용의 초대전은 8월 2일까지 삼일로 스페이스에서 각각 이어진다. 역사의 잊힌 페이지를 찾아 나서는 여정과 내면의 낯선 감각을 마주하는 경험은 올여름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예술적 충격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두 작가가 정성스레 구축한 이 특별한 공간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감각과 기억을 복원하려는 치열한 예술적 투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