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 사퇴 요구.."군사지원 끊고 최후통첩 날려"

2025-03-04 14: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렬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퇴진 요구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며, 미국의 계획대로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가속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한층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광물협정 서명 준비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충돌한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지원을 일시 중단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도 평화라는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며 “미국의 지원이 종전 해결에 기여하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지원을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평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보인다고 판단할 때까지 군사 지원이 계속 중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운송 중이거나 폴란드에서 대기 중인 무기, 항공기 및 선박을 통해 전달될 예정이었던 군사 장비도 지원이 보류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젤렌스키는 전쟁 종식이 멀다고 말하는데, 이는 최악의 발언이다. 미국은 이를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사람은 미국의 지원이 있는 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이며, 미국이 중재하는 종전 협정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군사 지원을 중단한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퇴진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임을 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NBC 인터뷰에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며 “젤렌스키가 정신을 차리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다른 지도자가 국가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며 종전 협상 참여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을 강조하며 유화적인 태도로 전환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우리는 미국과 유럽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평화로 가는 길에서 미국의 지원이 매우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한 “진정한 평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런던에서 열린 긴급 유럽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미국도 준비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지원을 중단하면서도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광물협정’을 다시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백악관에서 대만 TSMC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광물협정 협상이 끝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거래”라며 “바이든 전 대통령이 3500억 달러를 전쟁을 벌이는 나라에 제공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돈이 있었다면 미국 해군을 더 빠르게 재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정책을 비판했다. 또한 “우리는 반도체와 희토류를 비롯해 여러 전략 자원이 필요하다”며 광물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밤 9시(한국시간 5일 오전 11시) 예정된 미 의회 연설에서 광물협정과 관련한 새로운 발표를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협상 재개를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날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젤렌스키가 더 미국에 감사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언제나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왔다”고 답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종전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압박은 군사 지원 중단과 젤렌스키 대통령 퇴진 압박, 그리고 광물협정 재협상이라는 세 가지 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종결하고 러시아와의 협상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응이 향후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나를 지우려다 '무나씨'가 된 작가, 그의 진짜 정체는?

싼 세계의 모습이다.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는 이처럼 복잡하고 모순적인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탐구의 결과물이다. ‘나는 우주의 먼지’라는 흔한 말 이면에는, 그 우주를 구성하는 것 역시 바로 ‘나’라는 역설이 존재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관계와 내밀한 감정들을 한지 위에 먹과 잉크, 아크릴로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전시의 제목처럼,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는 그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하며 관객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무나씨라는 작가명은 그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어린 시절부터 ‘지워지고 싶다’는 욕망과 고독에 대한 갈망을 안고 살았지만, 동시에 세상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또 다른 자아가 그를 끊임없이 흔들었다. 숨고 싶지만 드러내고 싶고, 내성적이지만 할 말은 많은 이 팽팽한 내적 줄다리기는 그의 창작 활동의 근원이 되었다. 처음 그가 택한 표현 방식은 그림이 아닌 글이었다. 틈틈이 쓴 단편을 엮어 산문집을 만들어 카페에서 팔기도 했던 경험은, 역설적으로 그에게 ‘무나씨’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에서 착안해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여기에 타인을 부르는 호칭 ‘씨’를 붙여 스스로를 타자화한 것이다. 말은 쉽게 흩어지고 글은 추상적인 감정을 담기에 버거웠지만, 그림은 명확한 설명 없이도 관객 각자의 해석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그에게 가장 완벽한 숨을 곳이자 표현의 장이 되어주었다.그의 작품은 수많은 선의 집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산수화라는 전형성에 갇히기 싫었던 작가는, 통일신라나 고려 시대 불화처럼 지극한 공력이 들어간 정교한 작업을 추구했다. 그는 한지에 먹을 사용해 무수한 선을 한 획씩 그어 화면을 채우는 노동집약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단순히 화면을 채우는 행위를 넘어, 그림에 시간의 층위를 쌓고 작가 자신의 소란스러운 마음을 견뎌내는 수행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본 상형문자 석관에서, 돌덩이 앞에 웅크려 앉아 망치를 쪼았을 석공의 시간에 깊이 감정 이입했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선 하나하나에는 사실 작가의 혼란한 내면과 그것을 이겨낸 억겁의 시간이 담겨 있으며, 관객들이 바로 그 지점에서 감동을 느끼길 바란다.무나씨의 작품 세계는 최근 중요한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과거 자신과 타인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고 혼자만의 자유를 이야기했던 그가, 이제는 그 경계를 허무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3년 전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은 이러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을 넘는다’는 것이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막상 그 경계가 허물어졌을 때 찾아오는 예상 밖의 자유로움을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러한 그의 작품 세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RM이다. RM은 무나씨의 작품 2점을 소장한 컬렉터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전시에는 그가 소장한 ‘영원의 소리’가 포함되어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페어에서 작품을 본 RM이 직접 작가의 자택까지 방문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작품을 구매해 갔다는 일화는, 그의 작품이 지닌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2월 1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