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뒤 텅 빈 교실" 초등학교 입학식, 저출산 그림자 드리우다

2025-03-05 16:20

 전국 초등학교에서 일제히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4일, 갓 입학한 1학년 신입생들의 설렘과 희망찬 표정이 학교를 가득 채웠다. 꽃다발과 선물을 양손에 든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기된 모습이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서 양은 "특히 수학을 좋아해서 더 잘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학교생활에 대한 당찬 포부를 밝혔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어놀고 싶다는 김 군은 "술래잡기를 제일 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수줍음 많은 이 양은 "친구들아,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라고 인사를 전하며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이처럼 활기찬 것은 아니었다. 저출산의 여파로 신입생을 받지 못해 1학년이 없거나, 아예 문을 닫는 학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여주의 이포초등학교 하호분교는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포천의 중리초등학교는 신입생 부족으로 지난 1일 폐교됐다. 경기도 내에서만 학생 수 부족으로 문을 닫은 학교가 올해 들어 6곳에 달한다. 양평, 여주, 평택, 포천, 화성 지역에서는 입학생이 단 1명뿐인 학교도 5곳이나 됐다.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는 점이다. 전북 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10년 전보다 36.6%나 줄었고, 경북은 33.3%, 경남은 31.7% 감소했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32만여 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입학식 현장의 밝은 분위기와 신입생 없는 학교의 씁쓸한 현실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텅 빈 교실의 적막함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새 학기, 초등학교 입학식 풍경은 우리에게 두 가지 상반된 메시지를 던진다. 하나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기대이고, 다른 하나는 저출산으로 인한 교육 현장의 위기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그리고 학교가 지역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부모님은 현인, 나는 신해철…세대 대통합 예고한 오케스트라의 정체

깨고, 대중가요를 클래식 선율로 재해석하거나 미술품을 일상 공간 속 인테리어 소품처럼 제안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 이는 예술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된 오케스트라의 파격적인 연주회와 여러 갤러리가 협업하여 쇼룸 형태로 꾸민 특별한 기획전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먼저 부산과 경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연주자들이 모여 창단한 '트레프 오케스트라'는 오는 28일,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클래식은 특정 계층만 즐기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가요를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섬세한 선율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가수 현인과 작곡가 박시춘의 명곡들은 물론,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고(故) 신해철이 불렀던 노래들이 강상모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새롭게 태어난다. 소프라노 정성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그런가 하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신세계갤러리에서는 우리의 일상 공간을 예술로 채우는 방법을 제안하는 특별한 기획전 'COLLECTIBLES:공간미학'이 한창이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동명의 기획전에 힘입어 다시 한번 마련된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하얀 벽에서 벗어나, 마치 잘 꾸며진 쇼룸이나 감각적인 편집숍을 둘러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갤러리 휴, 플레이리스트, 아트사이드 등 여러 갤러리와 빈티지 가구 전문점 등이 협력하여 원화, 아트 프린트, 가구, 포스터 등 약 200점에 달하는 작품들을 다채롭게 연출했다. 권소진, 류주영, 염지애 등 12명의 참여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감정과 풍경을 섬세하게 비추며, 관람객이 자신의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직접 고르고 수집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이처럼 장르와 형식은 다르지만, 두 행사는 모두 예술이 일부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레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단 하루 동안 펼쳐지는 특별한 이벤트라면, '공간미학'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비교적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산책 코스다. 익숙한 멜로디의 감동을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증폭시키고 싶거나, 나의 취향이 담긴 작품으로 나만의 공간을 꾸며보고 싶은 이들에게 부산의 6월은 풍성한 예술적 영감을 얻을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딱딱한 틀을 벗어던진 예술이 대중과 어떻게 호흡하고 소통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