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악재에도 韓 1인당 국민소득 '선방'..세계 6위 수준 유지

2025-03-05 15:42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6천 달러를 넘어서며, 주요 선진국 대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1%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일본과 대만을 또다시 앞지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023년 1인당 GNI는 미 달러화 기준 3만 6,624달러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11년째 3만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3만 7,898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정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달러 환산 기준 성장률이 원화 기준 성장률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소폭 상승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1인당 GNI 규모는 주요국 가운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일본과 대만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

 

강창구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만 비교하면 우리나라보다 1인당 GNI 규모가 큰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이탈리아의 1인당 GNI 발표 자료가 나오지 않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약 3만 8,500달러)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6위권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부장은 또한 "대만은 지난해 3만 5,188달러를 기록했고, 일본은 3만 4,500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계산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달러 기준 1인당 GNI는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각국 통화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원화, 일본 엔화, 대만 달러화의 절하율(가치 하락률)은 각각 4.3%, 7.4%, 3.0%였다.

 

IMF는 우리나라가 2027년이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 부장은 "명목 GNI 증가율은 계속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 그리고 환율 변동에 따른 미 달러화 기준 변동 폭이 커 향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은 2.6%로 집계됐다. 이는 속보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증가세를 보였으나, 민간소비는 1.8% 증가에 그치며 더딘 회복세를 나타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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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키는 익숙한 듯 낯선 캐릭터들은 현실보다 가상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옥승철 개인전 ‘프로토타입’의 장면이다. 2017년 인디밴드 아도이(ADOY) 앨범 커버로 이름을 알린 옥승철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의 시각 감수성을 팝아트 어법으로 번안해왔다.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미지의 복제·변형·유통·삭제를 키워드로 약 80점의 회화와 조각을 선보이며 ‘원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작가의 회화는 정교한 마스킹과 매끈한 표면 처리가 두드러진다. 광택을 머금은 색면은 붓질의 자취를 지우고 평면성 자체를 전면화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대치 상황의 긴장감 속에서도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다. 노출 과잉의 디지털 환경에서 감각이 무뎌지고, 불안은 상시화되는 동시대 정서를 담아낸 셈이다. ‘타이레놀’은 반복 노출된 자극에 둔감해지는 감각의 내성을 약물 은유로 그려낸 작품이다. 반면 ‘라쇼몽’ 연작은 동일 사건을 서로 다르게 지각·해석하는 인간의 인지 편차를 시각화해, 알고리즘이 분절시킨 정보 환경의 단면을 드러낸다.입체 작업은 이러한 정서를 한층 명징하게 한다. 높이 2.8m에 달하는 대형 조각 ‘프로토타입’은 머리가 잘린 메두사를 모티프로 삼되, 공포나 격정을 삭제한 채 무표정으로 서 있다. 복제 가능성을 전제하는 ‘프로토타입(시제품)’이라는 제목처럼,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익명적 존재가 된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표정과 굴곡을 최소화한 형태는 공업적 질감과 교차하며, 감정의 삭제를 시각적 규격화로 환원한다.전시장 연출도 메시지를 보강한다. 복도는 크로마키 촬영을 연상시키는 초록색으로 채워져, 관람자가 ‘클라우드’ 내부를 통과하는 듯한 체험을 만든다. 움직임과 시선이 곧 데이터가 되는 디지털 세계에서, 이미지는 저장되고 복제되며 필요에 따라 삭제된다. 관람 동선 자체가 그 과정의 은유가 된다.이번 전시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을 미학적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선명한 색채, 하이폴리곤을 연상시키는 매끈한 화면, 캐릭터성 강한 인물 등 ‘디지털 네이티브’의 시각 문법을 능숙하게 호출해 20·30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동시에 원작과 2차 창작이 뒤섞인 동시대 이미지 생태계에서 ‘원본’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복제는 더 이상 모방의 종속이 아니라, 끝없이 갱신되는 규격과 프로토콜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생산의 한 방식일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옥승철의 ‘프로토타입’은 낯익은 감각을 빌려 불안을 가시화한다. 매끈함과 무표정, 규격화된 이미지 사이에서 관람자는 자신의 스크린을 떠올리게 된다. 전시는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26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