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뇌졸중 중태" 세르비아 의회, 최루탄·연막탄 난동... 무슨 일이?

2025-03-05 15:58

 세르비아 의회가 야당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로 아수라장이 됐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의사당에서 야당 의원들이 연막탄과 최루탄을 투척해 최소 3명의 의원이 부상당했고, 이 중 집권당(SNS) 소속 야스미나 오브라도비치 의원은 뇌졸중으로 중태에 빠졌다.

 

이날 의회는 대학 교육 기금 증액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권은 지난 1월 기차역 지붕 붕괴 참사 책임을 지고 사임한 밀로스 부세비치 총리의 사임안 처리와 새 정부 구성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 공석 상태에서 현 정부가 새 법안을 통과시킬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세르비아 법에 따르면 총리 사임은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30일 이내에 새 정부를 구성하거나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격렬한 논쟁 끝에 야당 의원들은 "세르비아가 봉기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회의 시작 약 1시간 만에 본격적인 항의 시위가 시작됐다. 일부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돌진하며 경비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연막탄과 최루탄을 던졌고, 의회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검은색과 분홍색 연기가 의회 내부를 뒤덮는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의회 밖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1월, 세르비아 제2도시 노비사드 기차역에서 중국 국영기업 컨소시엄이 보수공사를 마친 지 4개월 만에 지붕이 붕괴돼 1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1964년에 건설된 이 기차역은 2021년부터 2024년 7월까지 보수공사가 진행됐으나,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가 참사 관련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며 분노했고, 시위는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으로 맞서고 있으며, 대학생들까지 시위에 가세하면서 반정부 시위는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아나 브르나비치 의회 의장은 야당을 "테러리스트 집단"이라고 맹비난했지만, 야당은 총리 사임안 처리와 새 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를 "외국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는 체제 전복 시도"로 규정하고 조기 총선과 사임 요구를 모두 거부하고 있어, 세르비아 정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의회 난동 사태는 세르비아 정치의 불안정성과 깊은 갈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향후 정국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팽민찬 기자 fang-min0615@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손흥민에 BTS까지 소환…25년 만에 돌아온 '마당놀이 홍길동'이 작정하고 만든 무대

로 뜨거웠다. 흥겨운 남사당패의 가락에 맞춰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였고,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고사를 지내는 진풍경은 엄숙한 공연장의 경계를 허물었다. 숨소리마저 조심해야 했던 기존의 공연 문화와는 달리, 마음껏 웃고 추임새를 넣으며 즐길 수 있는 마당놀이의 귀환은 관객에게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하며 연말을 위한 완벽한 처방전임을 예고했다.이번 공연은 고전 '홍길동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가장 파격적인 변신은 단연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이 연기하는 '여성 홍길동'의 탄생이다. 와이어에 몸을 싣고 5m 상공을 날아오르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시원한 소리를 뽑아내는 그의 등장은 그 자체로 압권이다. 패랭이와 푸른 쾌자로 상징되는 홍길동의 모습이 여성 소리꾼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릴 수 있음을 증명하며,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설움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영웅상을 제시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아크로바틱, 감쪽같은 마술, 롤러스케이트 퍼포먼스 등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고난도 볼거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지며 2시간의 공연 시간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낡은 고전을 2025년의 무대로 성공적으로 소환한 비결은 대중문화 코드의 과감한 차용과 시대적 감수성을 반영한 세심한 각색에 있다. 홍길동의 인기를 "BTS 뺨치는 신드롬"에 비유하고, 축구선수 손흥민을 소환하는 등 재치 있는 대사들은 시종일관 객석의 웃음을 터뜨린다. 올해 인기를 끈 '사자보이즈'가 홍길동을 쫓는 역할로 등장하고,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홍길동의 활약을 돕는 등 현대적인 캐릭터 활용도 돋보인다. 또한, 남성 중심의 원작 서사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여성 홍길동을 필두로 원작에 없던 여성 활빈당원 '삼충' 캐릭터를 추가함으로써, 차별 없는 세상을 외쳤던 '홍길동 정신'을 더욱 선명하게 구현해내는 영리함을 보여주었다.마당놀이의 백미인 풍자와 해학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통쾌하게 객석을 파고든다. "뼈를 깎는 반성과 회개를 해야 할 자들이 참회의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구나"라는 일침은 특정 정권을 넘어 시대를 막론하는 위정자들의 무능과 위선을 정통으로 꼬집는다. 계엄, 주가조작, 뇌물수수 등 현실의 답답한 문제들을 유쾌하게 비틀어내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의 열띤 박수와 공감의 추임새가 쏟아졌다. 율도국에 머물러야 할 홍길동이 굳이 2025년의 대한민국으로 날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공연은 웃음과 해학 속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