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모차르트 3부작 마침표... 초등생 그림으로 '순수' 담다
2025-03-05 16:36

이번 앨범에는 백건우가 피아니스트로서 처음 마주했던 모차르트 작품인 '론도 A단조 (K.511)'를 비롯해,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중 가장 드라마틱하면서도 심오한 감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환상곡 C단조 (K.475)', 경쾌하고 활기찬 '6개의 독일 무곡 (K.509)',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글라스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 C장조 (K.356/617a)', 장엄하고 비극적인 '작은 장례식 행진곡 C단조 (K.453a)' 등 모차르트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엄선되어 담겼다.
백건우는 지난해 5월과 11월, 각각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 13번'을 발매하며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심을 표현해왔다. 이번 앨범은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모차르트 피아노 작품 녹음 3부작의 마지막 결과물로, 그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겉으로는 단순하고 명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슬픔과 고뇌, 그리고 순수한 기쁨과 희망이 공존하고 있다는 백건우의 해석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시선과 창의적인 표현 방식을 통해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공모전을 통해 최종 선정된 작품은 놀랍게도 초등학교 3학년 이진형 군의 그림이었다. 이진형 군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자유롭고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해냈으며, 전문가들은 그의 작품이 모차르트 음악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더욱 특별한 점은, 세 장의 앨범 표지 모두 이진형 군의 작품으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이는 3부작 시리즈의 통일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백건우가 추구하는 '순수함'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강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백건우는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하여 이달부터 10월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차르트 리사이틀 순회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새 앨범에 수록된 모차르트 작품들을 중심으로, 백건우만의 깊이 있는 해석과 섬세하고 정교한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오랜 시간 모차르트 음악에 천착해 온 거장의 연주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고 있다. 이번 전시들은 해방 직후의 혼란 속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되찾으려 했던 치열한 노력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밤'이라는 시간의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조명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첫 번째 특별전 '1945-1948 역사 되찾기, 다시 우리로'는 제목 그대로 일제강점기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마주한 해방 공간 속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잃어버렸던 우리말과 글, 왜곡된 역사, 그리고 흩어진 공동체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한 유물과 함께 보여준다. 1부에서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인 '말모이'와 '훈민정음 해례본'의 첫 영인본을 통해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노력을 기리고, 광복 후 부여받은 국제 무선호출부호 'HLKA'가 새겨진 스피커를 통해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했음을 알린다. 2부에서는 조선총독부에게 빼앗겼다가 되찾은 국새 '칙명지보'와 우리 손으로 직접 진행한 최초의 발굴조사인 경주 호우총 출토 유물을 통해 단절되었던 역사의 연속성을 잇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순신 장군 관련 병풍 '팔사품도' 등을 통해 민족의 영웅을 기리고 공동체의 기억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조명한다.또 다른 특별전 '밤 풍경'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밤'이라는 시간이 지녔던 다층적인 의미를 새롭게 재조명하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이 전시는 조선시대의 야간 통행금지 제도였던 '야금'에서부터 시작해, 미군정이 공포한 야간통행금지령을 거쳐 1982년 마침내 통금이 해제되기까지, 밤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통금 시절의 웃지 못할 다양한 일화를 담은 김성환 화백의 '고바우영감' 원화는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늦은 밤 PC통신으로 새로운 세상과 접속했던 추억을 소환하는 '하이텔 단말기'는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밤의 풍경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달을 바라보며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독립운동가 김여제의 시 '추석'이 실린 상해판 독립신문은, 누군가에게는 억압의 시간이었던 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국을 향한 그리움과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는 시간이었음을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준다.이 두 전시는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조망하게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역사 되찾기' 전이 국가적 차원의 정체성 회복이라는 거시적인 서사를 다룬다면, '밤 풍경' 전은 통제와 자유, 그리움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개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든 시대의 흔적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본다. 관람객들은 박물관에 전시된 귀중한 사료와 유물들을 통해 잊고 있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마주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며 대한민국 현대사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역사 되찾기'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밤 풍경' 전시는 내년 3월 22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