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숨은 보석' 부여 미륵불 괘불도, 400년 만에 국보로
2025-03-06 13:43
국가유산청은 6일,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괘불도는 사찰에서 야외 법회나 불교 의식을 진행할 때 걸어두는 대형 불화로, 규모와 도상의 다양성에서 다른 나라의 불화와는 차별화되는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괘불도는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번에 지정 예고된 괘불도는 그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이번 국보 지정 예고는 1997년, 7점의 괘불이 국보로 지정된 이후 28년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는 길이가 약 14m에 달하는 초대형 불화로, 미륵불을 보살형 입상 형식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미륵불은 불교에서 미래의 부처로, 이를 장엄하게 그린 이 괘불도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이 작품이 "장엄신 괘불의 시작점을 연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초대형 불화임에도 불구하고 균형 잡힌 자세와 비례, 강렬한 색채 대비와 조화로운 색조 사용이 종교화의 숭고함과 장엄함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 괘불도는 1627년(조선 인조 5년)에 법경, 혜윤, 인학, 희상 등의 화승들에 의해 제작되었으며, 불화 하단에 제작 연대와 화승들의 이름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화기에 ‘미륵’이라는 주존 명칭이 적혀 있어, 이 괘불도가 충청지역에서 유행하던 미륵대불 신앙과 관련이 깊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당시 미륵대불 신앙이 확산되던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그 신앙의 전통을 이어받은 예술적 표현이 돋보인다. 또한 이 괘불도는 같은 유형의 도상 중 선구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후 같은 유형의 괘불 제작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한국 괘불도의 발전과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이다.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는 그 규모와 장엄성 외에도 예술성에서 매우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괘불도의 크기가 매우 크지만, 그림의 비례나 균형감이 탁월하며, 색채 사용에서 강렬한 적색과 녹색의 대비, 밝고 온화한 중간 색조가 잘 조화를 이루어 종교화의 숭고함과 장엄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술적 요소들은 불교의 교리와 신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괘불도는 본래 양발을 넓적다리 위에 올린 좌상 형식으로 그려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입상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와 함께 괘불도는 점차 커졌고,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는 그 변화된 형태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규모와 장엄성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 괘불도는 한국 불교 미술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나타내는 작품으로, 당시 미술 기법과 불교의 상징성을 잘 융합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 작품을 국보로 지정 예고하면서, 이를 통해 한국 괘불도의 전통과 예술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이 작품은 120여 개의 괘불도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한국 불교 미술의 최고봉을 대표하는 유산으로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또한,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와 함께 고려 중기의 문인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전집 권18~22, 31~41’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규보의 문집은 41권 중 16권 4책만 현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희귀한 판본으로, 인쇄 상태가 우수하고 소장본 중에서 가장 많은 수량을 자랑한다. ‘동국이상국전집’은 이규보가 기록한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을 다룬 문헌으로, 고려 중기의 지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번 문화유산 지정 예고는 향후 3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며, 이들 문화유산들이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면, 한국의 불교 미술과 고대 문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서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기원한다는 취지다.해인사는 오는 29일 경남 합천 해인사 법계탑 마당에서 ‘해인사 장경도감 대장경 판각 고불식’을 봉행한다고 15일 밝혔다. 행사의 주제는 ‘다시 새기는 대장경, 인류를 향하다’다.13세기 고려는 몽골의 침략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던 시기에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염원을 담아 팔만대장경을 조성했다. 해인사는 당시 대장경에 담긴 정신을 오늘날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전쟁과 갈등, 기후변화, 핵무기 위협 등의 문제로 확장해 계승한다는 계획이다. 해인사 측은 이번 사업이 기존 팔만대장경 경판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장경 조성에 담긴 정신과 전통 판각기술을 되살리고, 글자 하나를 새기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수행과 책임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특히 이번 사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이 직접 손으로 글자를 새기는 행위의 의미를 조명한다. 나무의 결을 살피고 조각도에 가하는 힘을 조절하며 한 글자에 집중하는 판각 과정은 단순한 제작기술을 넘어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르고 수행과 책임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전통 판각기술을 이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일도 사업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해인사 판각학교에서는 스님과 교육생들이 직접 나무를 다듬고 조각도로 글자를 새기면서 판각기술과 수행정신을 배우고 있다. 해인사는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전통기술이 단절되지 않고 후대에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쓸 방침이다.해인사 주지 혜일 스님은 “8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대장경을 새겼다면, 오늘 우리는 사람과 생명, 평화와 인류 미래를 위해 다시 대장경을 새기고자 한다”고 밝혔다.이어 “AI가 정보를 새긴다면, 인간은 원력을 새겨야 한다”며 “기술이 빨라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과 책임은 더 깊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 자체에만 주목하기보다 이를 활용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책임 의식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해인사는 대장경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디지털화와 다국어 번역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이 부처님의 말씀을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기술 발전의 과정에서 인간의 마음과 책임이라는 가치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혜일 스님은 “경판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 수행의 정신을 다음 세대에 남기는 일”이라며 “우리는 경판만 다시 새기는 것이 아닌, 다음 천년을 살아갈 인간의 마음을 다시 새기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번 고불식에는 해인사 방장 대원 대종사와 혜일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주요 스님,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경남도, 합천군 관계자, 국가유산 및 전통문화 전문가, 판각학교 관계자와 교육생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고불식은 대장경 판각 조성의 시작을 부처님께 고하는 의식이다.고불식에 앞서 법보전 앞마당에서는 ‘대장경 판각 조성 원만 성취 만일기도’ 입재식이 열린다. 고불식이 끝난 뒤에는 법보전에서 전통 판각 시연이 진행될 예정이다.해인사는 앞으로 판각기술 교육과 전승을 비롯해 관련 기록과 연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국민 참여 프로그램, 국제교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팔만대장경에 담긴 역사적·문화적 의미뿐 아니라 위기 속에서 평화와 미래를 기원했던 정신까지 이어간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