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 주택' 신청자 폭주, 첫날 600가구 몰려
2025-03-07 14:14
6일 인천시에 따르면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신청 접수가 시작된 이날, 인천시청 중앙홀에는 이른 아침부터 신청자들이 몰려 긴 줄이 형성됐다. 접수 개시 20분 만에 200여 가구가 접수했으며, 이날 오후 5시 마감 기준으로 604가구가 신청했다. 인천시는 올해 총 5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지만,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천원주택 신청 대상은 무주택 신혼부부(혼인신고일 기준 7년 이내), 예비 신혼부부, 한부모 가정 등이다. 1순위는 신생아를 둔 가구, 2순위는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 3순위는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로 분류된다. 동일 순위 내에서 경쟁이 발생할 경우 가점 항목을 통해 최종 입주 순위가 결정된다.
이날 접수 현장에는 20~30대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임산부와 신생아를 동반한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한 신청자는 "오는 6월 출산 예정인데,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청자는 "전세 사기를 당한 뒤 월세로 전전하고 있는데, 천원주택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접수 현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신청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유 시장은 "천원주택이 신혼부부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고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실수요자 중심의 주거 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천원주택이 공급될 주요 지역 중 하나는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의 청년주택이다. 이곳은 인천도시공사가 매입한 신축 빌라로, 방 2~3개가 있는 전용면적 56~82㎡ 규모의 23세대가 포함된다. 도화역과 초등학교가 가까운 입지 조건 덕분에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청을 마친 한 부부는 "현재 LH 주택에 살고 있는데, 천원주택이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며 "임대주택이지만 깔끔하고 넓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부는 "현재 방이 두 개뿐이라 아이들에게 각자 방을 마련해 주고 싶었는데, 천원주택 덕분에 가능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천원주택은 인천시가 저출생 및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한 주거 지원 사업이다. 올해부터는 일부 소득 및 자산 기준이 완화돼 더 많은 신혼부부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신청을 원하는 신혼부부들은 관련 서류를 준비해야 하며, 자세한 사항은 인천시청 및 인천도시공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천원주택 예비 입주자 모집은 14일까지 인천시청에서 방문 접수로 진행된다. 이후 6월 5일 최종 입주자를 선정해 발표한 뒤, 주택 배정 절차를 거쳐 빠르면 6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16일 국내 증시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가 개장과 동시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거침없는 랠리를 이어갔다. 지수는 장중 상승폭을 더욱 확대하며 역사상 처..
나라를 지킨다는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신념을 실천한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다. 간송미술관이 가을을 맞아 여는 기획전 '보화비장(寶華秘藏)'은 바로 그 시절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보배로운 빛을 비밀리에 감춘다'는 전시의 제목처럼, 이는 단순한 수집품 전시를 넘어선다. 일제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예술품을 지키기 위해 '숨겨야만 했던' 시대의 미학과 저항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자리다. 당시 수장가들 사이에서 '진장(眞藏)'이라고도 불렸던 '비장'은 귀한 소장품 중에서도 특별히 감춰야 할 보물을 의미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숨겨진 보물들의 이야기이자, 간송 컬렉션의 뿌리가 된 근대 수장가 7인의 혜안과 시대정신을 조명한다.오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성북구 보화각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간송 한 사람의 이야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간송 컬렉션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7인의 근대 수장가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다. 희당 윤희중, 송은 이병직, 석정 안종원, 송우 김재수 같은 우리 수장가들은 물론, 영국인 변호사 존 갯즈비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함께 관통하며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인물들의 대표 소장품 26건 40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 중에는 국보 4건과 보물 4건이 포함되어 있어 그 무게감을 더한다. 2층 전시실에서는 운미 민영익, 위창 오세창, 석정 안종원의 컬렉션을, 1층에서는 송우 김재수, 희당 윤희중, 송은 이병직, 그리고 존 갯즈비의 컬렉션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이는 2026년 간송 탄생 120주년 특별전의 서막을 여는 전시이기도 하다.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영국인 변호사 존 갯즈비가 수집했던 고려청자 컬렉션이다. 국보로 지정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오리형연적',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을 포함해 총 9건의 작품이 출품되는데, 그 가치만 현재 시가로 약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유물들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1937년, 간송 전형필이 일본으로 유출되었던 이 보물들을 현지에서 직접 되찾아왔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 민족의 자존심을 되찾아온 문화 독립운동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와 함께 조선의 마지막 내관이자 수장가였던 송은 이병직이 소장했던 추사 김정희의 마지막 글씨, '대팽고회(大烹高會)' 예서 대련(보물)도 함께 공개되어, 시대를 관통한 예술가와 수장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신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전시의 문을 여는 작품 또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이번에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심산 노수현의 1946년 작 '무궁화'가 바로 그것이다. 화가가 직접 간송에게 선물한 이 그림에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의 후렴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암흑의 시대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문화보국의 신념,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광복의 기쁨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상징한다. 결국 간송 컬렉션은 한 천재 수집가의 안목을 넘어, 동시대 수장가들이 함께 쌓아 올린 근대의 시선과 기록이며,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가 모여 이룩한 위대한 문화사 그 자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