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앞두고 ‘침묵 전략’

2025-03-10 14:44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로 복귀한 후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역시 구속 취소 직후 고무된 분위기에서 차분한 태도로 돌아서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정치권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외부 일정 없이 관저에서 머물며 최소한의 행보만 이어갈 전망이다. 참모진과 국민의힘 관계자, 변호인단 등을 제한적으로 만나며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도 말을 아끼고 있다"며 "추가적인 메시지를 준비 중인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여론전을 펼칠 경우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직후 상기된 모습을 보였던 대통령실도 다시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구속 취소 결정 직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불법 수사가 바로잡혔다"며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복귀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후에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거리 두기에 나섰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도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았으며, 회의 내용도 정책 과제 점검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윤 대통령은 직무 정지 상태이지만 비공식 보고를 통해 현안을 전달받고 있다. 지난 8일 관저로 복귀한 직후 정진석 실장 등과 저녁식사를 하며 "대통령실이 흔들림 없이 국정의 중심을 잘 잡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측은 "탄핵 선고를 앞두고 예방하는 분들을 종종 만날 수는 있으나 메시지는 매우 절제된 수준이 될 것"이라며 "겸허하고 담담하게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구속 생활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건강에 이상이 없다. 오히려 잠을 많이 자니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으며, 구치소 생활을 통해 "배울 것이 많았다"며 성경을 열심히 읽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에 변수가 되면서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 탄핵심판 선고는 14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변론 종결 약 2주 뒤 금요일에 선고가 이뤄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이 구속 취소를 결정한 만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이 별개이므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여권에서는 탄핵심판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월 15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1월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23일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보완 수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전국 검사장 회의를 거쳐 1월 26일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변호인은 "구속 기한이 1월 25일 만료된 후 기소가 이뤄졌으므로 불법 구금"이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4일 법원에 구속 취소를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속 기간 계산을 '날 기준'이 아닌 '시간 기준'으로 해야 하며, 체포적부심사를 위한 법원 검토 기간도 구속 기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했고, 대검찰청이 항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윤 대통령은 9일 오후 5시 47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윤 대통령은 석방 직후 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자택 도착 후 반갑게 꼬리치는 강아지들을 일일이 껴안아 주었고, 김건희 여사 및 비서실장, 수행실장, 경호차장 등과 함께 김치찌개로 저녁식사를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탄핵심판 선고를 조용히 기다리는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은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집중되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손흥민에 BTS까지 소환…25년 만에 돌아온 '마당놀이 홍길동'이 작정하고 만든 무대

로 뜨거웠다. 흥겨운 남사당패의 가락에 맞춰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였고,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고사를 지내는 진풍경은 엄숙한 공연장의 경계를 허물었다. 숨소리마저 조심해야 했던 기존의 공연 문화와는 달리, 마음껏 웃고 추임새를 넣으며 즐길 수 있는 마당놀이의 귀환은 관객에게 짜릿한 해방감을 선사하며 연말을 위한 완벽한 처방전임을 예고했다.이번 공연은 고전 '홍길동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가장 파격적인 변신은 단연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이 연기하는 '여성 홍길동'의 탄생이다. 와이어에 몸을 싣고 5m 상공을 날아오르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시원한 소리를 뽑아내는 그의 등장은 그 자체로 압권이다. 패랭이와 푸른 쾌자로 상징되는 홍길동의 모습이 여성 소리꾼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릴 수 있음을 증명하며,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설움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영웅상을 제시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아크로바틱, 감쪽같은 마술, 롤러스케이트 퍼포먼스 등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고난도 볼거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지며 2시간의 공연 시간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낡은 고전을 2025년의 무대로 성공적으로 소환한 비결은 대중문화 코드의 과감한 차용과 시대적 감수성을 반영한 세심한 각색에 있다. 홍길동의 인기를 "BTS 뺨치는 신드롬"에 비유하고, 축구선수 손흥민을 소환하는 등 재치 있는 대사들은 시종일관 객석의 웃음을 터뜨린다. 올해 인기를 끈 '사자보이즈'가 홍길동을 쫓는 역할로 등장하고,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홍길동의 활약을 돕는 등 현대적인 캐릭터 활용도 돋보인다. 또한, 남성 중심의 원작 서사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여성 홍길동을 필두로 원작에 없던 여성 활빈당원 '삼충' 캐릭터를 추가함으로써, 차별 없는 세상을 외쳤던 '홍길동 정신'을 더욱 선명하게 구현해내는 영리함을 보여주었다.마당놀이의 백미인 풍자와 해학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통쾌하게 객석을 파고든다. "뼈를 깎는 반성과 회개를 해야 할 자들이 참회의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구나"라는 일침은 특정 정권을 넘어 시대를 막론하는 위정자들의 무능과 위선을 정통으로 꼬집는다. 계엄, 주가조작, 뇌물수수 등 현실의 답답한 문제들을 유쾌하게 비틀어내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의 열띤 박수와 공감의 추임새가 쏟아졌다. 율도국에 머물러야 할 홍길동이 굳이 2025년의 대한민국으로 날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공연은 웃음과 해학 속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