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없는 승부사’ 손흥민, 리그 127호 골로 역사 경신
2025-03-10 14:21
이날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을 사용해 경기에 나섰다. 선발 명단에는 윌슨 오도베르, 도미닉 솔란케, 브레넌 존슨,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 로드리고 벤탄쿠르, 제드 스펜스, 크리스티안 로메로, 케빈 단소, 페드로 포로,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포함됐다. 손흥민은 벤치에서 대기했으며,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과 함께 중요한 선수들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는 초반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20초 만에 실점할 뻔했다. 로메로가 박스 앞에서 실수로 공을 내주자 이바니우송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비카리오가 손끝으로 이를 막아냈다. 이어 전반 4분에는 비수마의 실수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으나, 비카리오가 슈퍼세이브를 펼쳐 팀을 구해냈다. 그럼에도 본머스는 전반 42분, 케르케즈가 포로의 패스를 끊고 빠른 속도로 전진한 뒤 태버니어에게 완벽한 크로스를 올려 선제골을 기록했다. 1-0으로 본머스가 앞서며 전반이 마무리됐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과 루카스 베리발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손흥민은 왼쪽 날개로 자리를 옮겼고, 오도베르는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후반 9분, 손흥민은 박스 왼쪽에서 두 명의 수비를 따돌리고 오른발로 슈팅을 날렸으나, 공이 수비에 맞고 굴절된 뒤 골대를 때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후반 18분, 손흥민은 매디슨에게 패스를 찔러줬고, 매디슨은 공을 더 좋은 위치에 있던 사르에게 전달했지만, 사르의 슈팅은 빗나갔다.
후반 20분, 본머스는 클라위버르트의 패스를 받은 이바니우송이 칩샷으로 비카리오를 넘겨 2-0을 만들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2분 뒤 사르의 행운의 골로 추격에 나섰다. 사르의 크로스는 동료 머리를 맞고 골키퍼의 키를 넘기며 그대로 골문으로 들어갔다.
손흥민은 후반 37분, 빠른 속도로 상대 수비 라인을 뚫고 뒷공간을 침투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파넨카로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며 리그 7호 골을 기록했다. 경기의 최종 스코어는 2-2로 끝났고, 손흥민의 활약이 빛을 발했다.
이번 득점은 손흥민이 공식전 10경기 만에 터뜨린 골로, 지난 1월 호펜하임과의 유로파리그 경기 이후 44일 만의 득점이다. 리그에서는 1월 아스날전 이후 55일 만에 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이번 골로 프리미어리그 127골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득점 공동 16위에 올라섰다. 그는 로비 킨(126골)을 제치고,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영국의 '스탠다드'는 손흥민에게 평점 8점을 부여하며 "손흥민은 영리하게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0-1 상황에서도 감아차기로 가장 가까운 골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토트넘 뉴스'도 손흥민에게 평점 7점을 주며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았다. 이 매체는 "손흥민은 올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보였지만, 교체 투입된 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매우 실망스럽고 좌절스럽다"며 "홈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그는 "지난 알크마르전과 오늘 전반전은 엉성했다"며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많이, 더 잘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손흥민은 팀의 정신적인 강화를 중요시하며, 자신감을 되찾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완벽한 비례, 화려한 장식, 그리고 웅장한 위용. 지금까지 우리가 '문화유산'이나 '국보'를 떠올릴 때 연상하던 가치들은 분명 이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포트라이트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넓디넓은 미간에 콩알만 한 눈, 길게 늘어진 중안부 아래 소심하게 자리 잡은 입까지. 마치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 '듀..가나디'를 연상시키는 '하찮은' 생김새의 한 유물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문화유산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이 신드롬의 주인공은 충남 부여의 옛 백제 왕궁터인 관북리 유적에서 발굴된 6~7세기경의 그릇받침이다. 표면 곳곳에 금이 가 있고, 형태는 투박하기 그지없으며, 심지어 구체적인 용도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교과서에서 보던 정교하고 화려한 유물과는 모든 면에서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못난이' 그릇받침은 지금 소셜미디어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이달 초 국가유산진흥원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 유물의 사진이 게시되자, 불과 2주 만에 '좋아요' 수가 2만 7천 개를 돌파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통상적으로 해당 계정의 게시물 '좋아요'가 수백 개 수준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댓글 창은 MZ세대의 재치 있는 놀이터가 되었다. "백제의 듀물(유물)", "듀..상님(주상님)" 등 이모티콘 캐릭터와 엮은 애정 어린 별명들이 쏟아지며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이러한 현상은 비단 '백제 듀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문화유산 향유의 흐름을 보면, 이처럼 정형화된 미(美)의 기준에서 벗어난 '엉뚱하고 못생긴' 유물들이 큰 사랑을 받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역사적 의미가 깊거나 조형적 완성도가 높은 지배층의 유물이 주목받던 과거의 관람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결이다.올해 3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순회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역시 MZ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대표적인 사례다. 약 1600년 전 신라와 가야의 장인들이 조물조물 빚어낸, 작고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토우(土偶)들이 젊은 관람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전시를 기획한 노형신 학예연구사는 "기성세대와 달리, 조형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보다 '허술하지만 친근한' 매력과 '각자의 개성'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MZ세대의 선호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박물관과 관련 기관들도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문화유산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깰 절호의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시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유명한 '이나피스퀘어'와 협업하여 전시장 곳곳을 귀여운 그림으로 꾸며 관람의 재미를 더했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투각인면문옹형토기(透刻人面文甕形土器)'로 교체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얼굴이 새겨진 6세기 신라 토기를 기관의 '얼굴'로 내세운 것이다.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완성도 높은 지배층의 유물이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정형화된 미의식에서 벗어난 유물의 매력에 젊은 층이 재치 있는 현대적 해석을 더하며 즐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더 이상 문화유산을 배우고 익혀야 할 '학습'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즐기는 '놀이'의 대상으로 재창조하는 MZ세대의 새로운 문화 향유 방식을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