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의심" 안철수, 이재명-하라리 대담에 날 세웠다

2025-03-20 11:45

 다가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유발 하라리 작가와 대담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고 실망스럽다"는 날카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민주당은 안 의원의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규정,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안철수 의원은 19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표가 'K-엔비디아'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지난 3월 5일 AI 관련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고, 저는 기꺼이 응했지만, 이후 이 대표 측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적었다. 안 의원은 "그런데 느닷없이 하라리 교수와의 대담 소식이 들려왔다"며 "170석을 가진 거대 야당 대표라면 자신이 먼저 제안한 토론에 책임을 지는 모습이 우선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를 "공개 토론은 회피하고 세계적인 석학과의 만남을 선택한 것"이라고 꼬집으며, "총상을 입고도 '싸우자'를 외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되며, 부산에서 피습당한 후 누워있던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 안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규백 당 대표 총괄특보단장은 "정치 테러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사람에게 이런 망언을 하는 사람이 국민 앞에서 지도자를 자처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전용기 의원도 "국민의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조차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 확신이 든다. 이들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버렸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민주당은 안 의원 외에도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역시 이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이 지난 16일 이 대표를 겨냥해 사용한 '테러 위협이라는 자작극 의혹이 짙은 명분'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이재명 대표는 오는 22일 '사피엔스'의 저자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와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이 대화는 AI, 기후변화, 불평등과 같이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와 해결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가 자신과의 AI 관련 공개 토론 제의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하라리 교수와의 대담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진정성이 결여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 사이의 이러한 갈등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긴장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여야 간의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열일곱 소녀의 꿈은 어떻게 남았나…김혜자 주연 ‘여전히 찬란하게’

꿈꾼다. 노래에 재능이 있는 정임은 가수가 되고, 순옥은 정임을 무대에 세우는 단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나눈다. 서울에 가서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고된 현실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그러나 일본군이 공장 취직을 내세워 어린 여자아이들을 끌고 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녀들의 평범한 일상은 위협받는다. 두 사람은 우선 몸을 숨기기로 한다.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소녀들의 삶은 시대의 폭력 앞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오는 21일 개봉하는 송일곤 감독의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이 당시를 살아간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정임과 순옥의 순수한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60여 년이 흐른 뒤 할머니가 돼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서로를 누구보다 아꼈던 이들이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순옥의 기억을 따라가며 두 사람에게 일어난 일과 그 속에 남겨진 감정을 하나씩 드러낸다.노년의 순옥은 배우 김혜자가, 정임은 배우 차미경이 맡았다. 두 배우가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마주한 친구의 모습을 연기하며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소녀 시절의 정임과 순옥은 각각 최주은과 박서경이 연기해 풋풋한 생명력을 더한다. 어린 시절의 꿈과 우정, 이후 두 사람이 겪게 되는 긴 시간의 간극은 서로 다른 세대의 배우들을 통해 교차하며 그려진다. 특히 이번 작품은 김혜자가 영화 ‘길’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송일곤 감독은 지난 15일 언론 시사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혜자를 캐스팅하기까지 여러 차례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당시 김혜자는 들꽃처럼, 이름 없는 꽃처럼 조용히 지내고 싶다며 당분간 작품 활동을 쉬고 싶다는 뜻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감독은 그런 김혜자를 거듭 찾아가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김혜자에 대해 “선생님은 ‘이 작품에 왜 출연해야 하는가’의 명분이 중요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누구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하게 연습했다며, 외출도 삼간 채 대사와 쉼표, 시선 하나까지 반복해 준비했다고 전했다.김혜자가 오랜 공백을 깨고 작품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감기가 심해져 시사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자필 편지를 통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편지에는 송 감독에게 받은 글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 담겼다. “순옥은 울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믿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이었다. 김혜자는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슬픈 역사잖아요.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해야만 해요. 하지만 저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잊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밝혔다.이는 영화가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이 어떤 꿈을 꾸고 무엇을 바라며 살았는지 함께 돌아보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역사 속 피해자들을 고통의 기억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꿈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다.두 노년 배우의 연기 역시 영화의 중요한 감상 지점이다. 어린 시절의 정임과 순옥을 연기하는 최주은과 박서경이 풋풋한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김혜자와 차미경은 눈빛과 표정만으로 오랜 세월의 흔적을 전달한다. 송 감독은 김혜자를 두고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이어 친구를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 미묘한 미소를 포착하고 싶었다며 배우의 일생과 다채로운 감정을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정임 역을 맡은 차미경도 김혜자의 연기를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그는 김혜자의 연기를 하얀 도화지 위에 물감을 떨어뜨렸을 때 아름답게 번져 나가는 수채화에 비유했다. 촬영 과정에서도 특별한 무언가를 억지로 표현하기보다 장면 속 상황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데 집중했다며 “아름다운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여전히 찬란하게’는 이혜숙 작가가 쓴 희곡과 낭독극 형식의 짧은 대본에서 출발했다. 송 감독은 두 여성의 긴 세월을 담아낸 이야기에서 솔직한 마음과 깊은 울림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러한 출발점은 영화의 간결한 소품과 뚜렷한 인물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작품은 작은 연극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며, 인물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극 중에는 소녀 정임이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두 사람이 미래를 상상하며 나누었던 꿈과 정임의 노래는 이야기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송 감독은 음악을 통해 영화의 정서가 관객에게 한층 감성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두 소녀가 함께 꿈꾸던 미래는 시대의 비극 속에서 멀어졌지만, 서로를 아끼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간 개인들의 꿈과 우정, 기억의 의미를 전한다.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오는 21일 개봉하며, 상영 시간은 118분이다.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