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의 비밀 폭로, 비화폰 삭제 지시의 배후는?
2025-03-20 15:08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군사령관들의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부분을 가린 채 검찰에 보고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18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김 차장은 지난해 12월 7일 경호처 직원들에게 곽 전 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 단말기 통화 기록을 삭제하라고 구두 지시했다. 그러나 경호처 직원들은 증거 인멸 소지가 있다며 이를 따를 수 없다고 반발했고, 이에 따라 '경호처 보안성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김 차장의 삭제 지시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차장은 올해 1월 25일 해당 삭제 지시 부분을 가린 채 검찰에 보고서를 임의 제출했다.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는 지난 6일 경찰이 제출한 증거를 토대로 김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 측은 영장심의위에서 김 차장이 제출한 보고서와 실제 삭제 지시 정황이 담긴 보고서를 비교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의위는 6대3으로 김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적정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서울서부지검은 18일 김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형법상 직권남용,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차장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지지부진했던 비화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김 차장의 구속영장 신청서에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체포 당시 총기 사용을 언급하며 경호처 직원들을 질책한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MBC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경호처 직원에게 "총 갖고 다니면 뭐 하냐, 그런 거 막으라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특수단은 김 여사의 발언이 경호처의 총기 사용 검토와 연관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또한, 김 여사가 "내 마음 같아서는 지금 이재명 대표를 쏘고, 나도 죽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경호처 직원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수단은 윤 대통령 체포 전 김 차장 등이 경호처 간부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총을 쏠 수 없냐"는 질문을 했으며, 이에 김 차장이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특히, 김 차장과 함께 윤 대통령 체포 방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1차 체포영장이 집행 실패로 돌아간 후 직원들에게 MP7 기관단총과 실탄을 관저로 옮길 것을 지시했다. 이 본부장은 당시 "(관저) 제2정문이 뚫린다면 기관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명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진보·노동단체 시위대가 관저로 쳐들어온다는 보고를 받고 대비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계엄령이 발표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했으며, 이 본부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무위원보다 먼저 AI 서비스 챗GPT에 '계엄령', '계엄 선포', '국회 해산' 등을 검색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포렌식 과정에서 시간 오차가 발생한 것"이라며 "비상계엄 발표를 TV로 보고 알고 난 후 검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김 여사의 총기 관련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구속영장 서류에 기재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은 해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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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다. 이처럼 암울하면서도 낭만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뮤지컬이 올겨울 나란히 한국 관객을 찾는다. 하나는 갱단에 쫓기는 남자들의 유쾌한 생존기를 그린 코미디 '슈가'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를 뒤흔든 실존 범죄자 커플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보니 앤 클라이드'다. 전혀 다른 색깔의 두 작품은 같은 시대를 무대 삼아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이다.먼저, 국내 초연으로 막을 올리는 '슈가'는 1959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고전 '뜨거운 것이 좋아'를 원작으로 한 유쾌한 여장 코미디 뮤지컬이다. 갱단의 살인 현장을 목격한 두 재즈 뮤지션 '조'와 '제리'가 여자로 변장해 여성 재즈 밴드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정체를 숨긴 채 밴드의 매력적인 가수 '슈가'에게 사랑을 느끼는 조, 그리고 여자인 줄 알고 끈질기게 구애하는 백만장자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제리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재즈와 스윙 선율이 극을 채우는 가운데, 갱단의 총격전이 벌어지는 시카고의 어두운 차고에서 낙원 같은 마이애미 해변으로 전환되는 역동적인 무대 연출이 관람 포인트다. 엄기준, 이홍기, 남우현 등이 조 역을, 김법래, 김형묵 등이 제리 역을, 그리고 솔라, 양서윤 등이 슈가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반면, '보니 앤 클라이드'는 대공황 시대의 불안과 절망이라는 어두운 정서를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 같은 삶을 꿈꾸던 카페 종업원 보니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클라이드가 만나 숙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은행과 상점을 털며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부패한 권력과 자본에 대한 저항으로 비치며 대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보니의 베레모와 클라이드의 중절모는 시대를 상징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결국 비극으로 끝난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손에서 재즈, 록, 블루스를 넘나드는 강렬하고 감미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11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무대에는 조형균, 윤현민, 옥주현, 이봄소리 등 실력파 배우들이 합류해 더욱 깊어진 감성을 선보인다.'보니 앤 클라이드'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제작진은 끝없는 경쟁과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과 자유, 성취를 꿈꾸는 젊은 세대의 감정이 작품 전반에 깊이 녹아 있다고 설명한다. 혹독했던 시대에 모든 것을 걸고 사랑과 자유를 좇았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모습이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주는 것이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한 편은 유쾌한 웃음으로 현실의 고단함을 잊게 하고 다른 한 편은 치명적인 로맨스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두 작품의 등장이 올 연말 공연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