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연금개혁 '빅텐트' 치나…與 대선주자 3인에 협력 요청

2025-03-24 11:50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24일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초당적 연대'를 제안하며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을 향해 "연금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는 최근 여야 합의로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미래 세대 빚 폭탄'이라는 비판 여론에 직면한 가운데,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연금 개혁 논의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연금 개악을 저지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용기 있는 정치인의 연대가 절실하다"며 "안철수, 유승민, 한동훈 세 분과 함께 연금 문제를 논의할 자리를 제안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오늘이라도 당장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당장 내년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청구서를 받고 분노하고 있다"며 "비겁한 정치적 야합에 맞서기 위해 용기 있는 정치인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도 연대의 문을 열어두며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함께 해주시길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연금 개혁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여야를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폭넓은 지지 기반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구조 개혁은 뒷전이고 미래 세대에게 부담만 떠넘기는 땜질식 처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의 연금 제도는 마치 곗돈과 같아서, 현재 납부하는 보험료와 기성세대가 받는 연금액을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고(故) 노회찬 의원이 '외계인이 침공하면 한국과 일본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연금 개혁이라는 중대한 위기 앞에서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말 동안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며 희망을 봤다"며 연대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후 "젊은 세대의 분노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대선에서 연금 개혁 의제가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대선 주자 간 협의체를 제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안철수, 한동훈 측에 구체적인 제안을 전달했고, 유승민 측에도 연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주자 3인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들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대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개정안대로라면 청년 세대가 연금 부담을 독박 쓰게 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거부권 행사 후 연금 개혁 재논의를 촉구한 바 있다.

 

이준석 의원의 이번 제안은 연금 개혁을 차기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시키고, 미래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그의 제안이 실제 여야 대선 주자들의 연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연금 개혁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돗자리 깔고 보는 연극, 180분의 기다림

무대에 오르는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극장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창작집단 음이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375년 만에 찾아오는 우주적 현상을 관객과 배우가 함께 기다린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정해진 자리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한 시간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김상훈 연출은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면서도 정작 현재의 시간을 오롯이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단순히 시간을 죽이는 ‘킬링 타임’이 아니라,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힐링 타임’을 선사하고자 한다. 연출가는 성수동의 긴 대기 줄이 하나의 콘텐츠가 된 현상을 목격하며,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다림이 아닌 기다림 그 자체의 소중함을 무대 위에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효율성과 교환 가치에 매몰된 도시인들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존재함을 일깨워주는 시도다.작품의 규모는 지난 1월 쇼케이스 당시보다 대폭 확대되어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60분이었던 공연 시간은 180분으로 늘어났고, 출연 배우 또한 30명으로 증원되어 극장의 밀도를 높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30명의 배우 중 상당수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의 시야에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배우들은 관객과 동일한 처지에서 기다림의 과정을 공유하며, 무대와 객석 사이의 위계적 관계를 무너뜨린다. 이는 관객을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사건의 공동 참여자로 격상시키는 음이온만의 독창적인 연극 문법이다.제작진은 극장에서 반드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정인혁 드라마터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대 위 피사체에 집중하기보다 함께하는 시간의 질감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배우들 역시 기존 연극에서 기대하던 극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관객과 마주해야 하는 만큼, 심리적 조급함을 내려놓고 현존하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불친절함은 역설적으로 관객을 예술가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만드는 수평적 소통의 통로가 된다.작품의 모티프가 된 개기일식은 연출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상징적 소재다. 미국 텍사스에서 생중계된 개기일식을 친구와 함께 기다리며 느꼈던 축제 같은 분위기와 설렘이 작품의 뼈대가 되었다. 비록 실제 일식 장면을 놓치더라도 함께 기다린 시간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180분의 공연을 지탱하는 철학적 근거가 되었다. 공연의 말미에는 실제 개기일식을 형상화한 장면이 연출되지만, 이는 보상이라기보다 긴 기다림을 함께 견뎌낸 이들이 공유하는 짧은 마침표에 가깝다.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공공극장이 지닌 보수적 형식을 깨는 파격적인 실험이 될 전망이다. 익숙한 서사 구조를 거부하고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무대 장치로 끌어들인 음이온의 시도는 연극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도전적 행보다. 관객들은 돗자리 위에 앉아 배우들과 함께 3시간을 견디며 각자의 내면을 마주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술적 획득을 약속하지 않는 이 불확실한 기다림이 과연 현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문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