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대형 산불, 목격자 '성묘객 번호판 찍고 도망 못 가게 했다'

2025-03-24 12:35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성묘객의 실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마을 주민은 산불 발생 직후 산에서 급히 내려오는 성묘객 무리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23일 한 언론사에 따르면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에서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쯤 산불이 발생했다. 괴산1리 마을 주민 A씨는 산불 발생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향했으며, 오전 11시 55분쯤 불이 난 지점 인근에서 허겁지겁 내려오는 성묘객 무리를 만났다. A씨는 “성묘객들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지만 대답을 하지 못했다”며 “그들이 타고 온 차량 번호판 등을 사진으로 남기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성묘객들을 상대로 기초 조사를 진행했으며, 불이 난 현장에서 라이터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성군 관계자는 “성묘객 중 한 명이 119에 직접 신고하며 ‘묘지를 정리하던 중 불이 났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A씨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불은 신월리 방향으로 옮겨붙었고, 헬기 투입 요청이 즉시 이뤄졌다. 인근 양계장을 운영하는 주민 안모씨는 “불길이 양계장 근처까지 번졌으나 소방관들과 함께 진화 작업을 벌여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산림청과 경북도에 따르면, 24일 오전 6시 30분부터 진화 헬기 59대와 인력 2600명, 장비 377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산불 진화율은 60%로, 산불 영향 구역은 약 6078ha에 달한다. 전체 화선 101㎞ 중 39.8㎞ 구간이 여전히 불길에 휩싸여 있다.

 

이번 산불로 의성군 주민 1554명이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했으며, 94채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현장에는 초속 1m 정도의 약한 바람이 불고 있으나, 낮 동안 최대 초속 15m에 이르는 강풍이 예상되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국은 산불 진화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산불 원인 및 책임 소재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임시원 기자 Im_Siwon2@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국보 6점, 보물 39점…'이순신 유물' 역대급 총출동

되는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개막 단 6일 만에 누적 관람객 2만 2400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말에는 이른 아침부터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이순신 장군의 코스튬을 입은 어린이들이 전시실을 누비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순신 전립 와인마개', '이순신 장검 장패드' 등 주요 굿즈는 일찌감치 품절 사태를 빚는 등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이순신과 관련된 국보급 유물들이 사상 최초로, 최대 규모로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이다. 이순신 친필본 '난중일기'를 포함해 국보 6건, 보물 39건 등 총 258건 369점에 달하는 관련 유물이 총망라됐다. 특히 이순신 종가의 유물 20건 34점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서울에서 대규모로 공개되는 것으로, 흩어져 있던 역사의 파편들이 마침내 한 공간에서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또한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정왜기공도' 병풍 전반부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후반부와 나란히 전시되어, 수십 년 만에 하나의 작품으로 재회하는 역사적인 순간도 직접 목도할 수 있다.전시는 위대한 전쟁 영웅의 모습 뒤에 가려졌던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서정적인 면모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어머님께서 평안하시다 하니 다행이나, 아들 면은 몹시 아프다 하니 가슴이 지독히 탔다"는 '난중일기'의 기록에서는 가족을 향한 애틋함이, 아들의 죽음 앞에서는 "간담이 타고 찢어졌다.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며 절규하는 아버지의 절절한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와 함께 그가 사용했던 '복숭아 모양 잔과 받침'이나 "달빛은 낮과 같이 밝았다"와 같은 서정적인 구절들은 그의 예술가적 감성을 엿보게 한다. 물론, 노비부터 장수까지 공을 세운 모든 이의 이름을 빠짐없이 기록해 올린 보고서 '임진장초' 등을 통해 그의 공명정대한 리더십 또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임진왜란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명나라의 각기 다른 시선과 기억을 유물을 통해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족의 영웅 이순신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신격화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초상화와 목상, 그리고 일본 다이묘 가문이 소장해 온 '울산왜성전투도' 병풍 등이 국내 최초로 함께 전시된다. 이를 통해 전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입장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순신의 장검, 류성룡의 갑옷, 곽재우의 장도 등 조선의 무기들과 일본 다이묘의 투구와 창, 명나라의 군용 도검을 나란히 비교 전시함으로써,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다각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