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에 배치기 날린 염경엽 감독, 상벌위 징계받나?

2025-04-15 14:55

 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배치기 퇴장’ 논란으로 KBO 상벌위원회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건은 지난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경기 중 발생했다. LG가 1-2로 뒤진 5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타자 이주헌이 3루 선상으로 강하게 타구를 날렸고, 두산 3루수 강승호가 다이빙캐치 후 공을 놓친 뒤 다시 잡아 2루로 송구해 1루 주자 문성주가 아웃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심판의 파울·페어 판정 및 볼데드 타임 선언에 대해 혼란이 일었고, 결과적으로 LG 벤치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오해가 발생했다.

 

문성주는 직선타 아웃으로 착각해 주루를 멈췄고, 이주헌은 1루까지 전력질주해 베이스를 밟았다. 이후 두산 수비진은 1루로 공을 던졌고, 1루수 양석환이 1루 베이스에 있던 문성주와 이주헌을 번갈아 태그했다. LG 측은 이 상황에서 누가 주자인지, 누가 아웃인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염 감독은 이에 대한 항의를 위해 1루심 이영재에게 다가갔다. 특히 3루심이 양팔을 들어올린 제스처를 LG 벤치는 ‘파울’로 인식했으나, 심판진은 ‘타임’을 의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플레이 도중 타임을 선언한 것이 판정 혼란의 원인이 됐다.

 

이 상황에 강하게 항의한 염 감독은 언쟁 도중 욕설을 사용했고, 이에 주심 배병두는 곧바로 퇴장을 선언했다. 그러나 퇴장 명령을 받은 염 감독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이영재 심판의 몸을 상체로 밀치는 ‘배치기’ 행위를 했다. 심판 신체에 접촉한 이 행위는 리그 규정상 징계 사유에 해당하며, KBO는 15일 상벌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KBO 리그규정 벌칙내규 제7항은 감독, 코치, 선수 등이 심판 판정에 불복해 폭행이나 폭언 등으로 경기 질서를 문란하게 할 경우 최대 300만 원의 제재금과 30경기 출장 정지, 또는 유소년 봉사활동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사례들을 살펴보면, 감독이 심판과 신체 접촉을 한 경우 대부분 제재금 부과에 그쳤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1년 8월 31일 대전에서 열린 KT와 한화 경기에서 이강철 감독이 심판에게 우천 중단 결정을 요구하다 어깨를 밀친 사건이 있다. 당시 상벌위는 이 감독에게 2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또 2019년 7월 7일 같은 감독이 대전 한화전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한 뒤 배치기식 몸 밀기로 심판과 충돌했고, 당시에도 제재금 100만 원이 부과됐다. 2021년 7월 4일 인천에서 열린 롯데와 SSG 경기에서는 김원형 감독이 심판의 볼 판정에 어필하다 퇴장된 후 가슴을 밀친 장면이 있었으며, 이 경우도 제재금 100만 원과 엄중 경고로 끝났다.

 

 

 

이번 염경엽 감독의 퇴장과 배치기 논란은 과거 사례들과 비교해 수위가 다소 높다는 점에서 제재금 외에 출장 정지 등의 징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심판에게 가한 물리적 접촉이 명확하고, 해당 심판이 과거 이강철 감독과의 배치기 사건에서도 언급된 이영재 심판이라는 점에서 재발 방지 차원에서 KBO가 더 강한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염 감독은 사건 다음 날 인터뷰를 통해 “만원 관중 앞에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감정이 앞섰던 내 행동이 경솔했다”고 말하면서도, 심판진과의 언쟁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해야 한다. 존중을 받아야 한다면 먼저 존중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염 감독은 평소에도 냉정하고 이성적인 스타일이지만, 이날 만큼은 순간적인 판정 혼란과 감정의 격화로 인해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KBO는 15일 열릴 상벌위원회에서 염 감독의 행위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야구 팬들의 이목은 상벌위 결과에 쏠리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향후 감독과 심판 간 커뮤니케이션과 판정 기준 정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문지안 기자 JianMoon@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열일곱 소녀의 꿈은 어떻게 남았나…김혜자 주연 ‘여전히 찬란하게’

꿈꾼다. 노래에 재능이 있는 정임은 가수가 되고, 순옥은 정임을 무대에 세우는 단장이 되겠다는 약속을 나눈다. 서울에 가서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고된 현실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그러나 일본군이 공장 취직을 내세워 어린 여자아이들을 끌고 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녀들의 평범한 일상은 위협받는다. 두 사람은 우선 몸을 숨기기로 한다.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소녀들의 삶은 시대의 폭력 앞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오는 21일 개봉하는 송일곤 감독의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이 당시를 살아간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정임과 순옥의 순수한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60여 년이 흐른 뒤 할머니가 돼 다시 만난 두 사람의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서로를 누구보다 아꼈던 이들이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순옥의 기억을 따라가며 두 사람에게 일어난 일과 그 속에 남겨진 감정을 하나씩 드러낸다.노년의 순옥은 배우 김혜자가, 정임은 배우 차미경이 맡았다. 두 배우가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마주한 친구의 모습을 연기하며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소녀 시절의 정임과 순옥은 각각 최주은과 박서경이 연기해 풋풋한 생명력을 더한다. 어린 시절의 꿈과 우정, 이후 두 사람이 겪게 되는 긴 시간의 간극은 서로 다른 세대의 배우들을 통해 교차하며 그려진다. 특히 이번 작품은 김혜자가 영화 ‘길’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송일곤 감독은 지난 15일 언론 시사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혜자를 캐스팅하기까지 여러 차례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당시 김혜자는 들꽃처럼, 이름 없는 꽃처럼 조용히 지내고 싶다며 당분간 작품 활동을 쉬고 싶다는 뜻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감독은 그런 김혜자를 거듭 찾아가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김혜자에 대해 “선생님은 ‘이 작품에 왜 출연해야 하는가’의 명분이 중요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누구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하게 연습했다며, 외출도 삼간 채 대사와 쉼표, 시선 하나까지 반복해 준비했다고 전했다.김혜자가 오랜 공백을 깨고 작품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감기가 심해져 시사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자필 편지를 통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편지에는 송 감독에게 받은 글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 담겼다. “순옥은 울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믿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이었다. 김혜자는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슬픈 역사잖아요.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해야만 해요. 하지만 저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 했는지도 잊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밝혔다.이는 영화가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이 어떤 꿈을 꾸고 무엇을 바라며 살았는지 함께 돌아보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역사 속 피해자들을 고통의 기억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꿈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다.두 노년 배우의 연기 역시 영화의 중요한 감상 지점이다. 어린 시절의 정임과 순옥을 연기하는 최주은과 박서경이 풋풋한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김혜자와 차미경은 눈빛과 표정만으로 오랜 세월의 흔적을 전달한다. 송 감독은 김혜자를 두고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이어 친구를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 미묘한 미소를 포착하고 싶었다며 배우의 일생과 다채로운 감정을 화면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정임 역을 맡은 차미경도 김혜자의 연기를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그는 김혜자의 연기를 하얀 도화지 위에 물감을 떨어뜨렸을 때 아름답게 번져 나가는 수채화에 비유했다. 촬영 과정에서도 특별한 무언가를 억지로 표현하기보다 장면 속 상황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데 집중했다며 “아름다운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여전히 찬란하게’는 이혜숙 작가가 쓴 희곡과 낭독극 형식의 짧은 대본에서 출발했다. 송 감독은 두 여성의 긴 세월을 담아낸 이야기에서 솔직한 마음과 깊은 울림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러한 출발점은 영화의 간결한 소품과 뚜렷한 인물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작품은 작은 연극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며, 인물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극 중에는 소녀 정임이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두 사람이 미래를 상상하며 나누었던 꿈과 정임의 노래는 이야기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송 감독은 음악을 통해 영화의 정서가 관객에게 한층 감성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두 소녀가 함께 꿈꾸던 미래는 시대의 비극 속에서 멀어졌지만, 서로를 아끼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간 개인들의 꿈과 우정, 기억의 의미를 전한다.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는 오는 21일 개봉하며, 상영 시간은 118분이다.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