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내 '윤심' 경쟁에 일침.."민심이 5000만 배 중요해"

2025-04-16 11:42

 한동훈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당내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윤심(尹心)'을 둘러싼 과열 경쟁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저를 제외한 다수의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윤심’을 이야기하고, ‘윤심 팔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에서 민심이 윤심보다 5000만 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한 예비후보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윤심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특정 인맥이나 배경에 기대는 구태 정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민심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당내 '윤심 마케팅' 경쟁에 경종을 울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제명 또는 탈당 권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평당원이다. 중요한 분이지만 당에서 이래라저래라할 시간적 단계는 지나갔다"고 일축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거리를 두면서도,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예비후보는 당 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윤리위 회부 시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당 대표로 있을 때 계엄의 바다를 수습하려 했다. 그래서 윤리위 회부를 지시했으나 이후 무산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상황인데 선거를 앞두고 굳이 얘기할 필요 있을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끼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윤석열 정부의 모두 저평가돼서는 안 된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 한미일 협력 재건과 원전 생태계 복구를 구체적인 성과로 제시했다. 그는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과거 중상주의 시대와 같다. 국가가 직접 개입해 전쟁하듯 싸운다"고 진단하며,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드러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블록에서 시대를 겪어내느냐가 중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은 북중러 블록을 선택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 1차 탄핵소추 사유에 북중러 외교 실패를 적시할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을 복원한 건 대단한 결단이자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는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부각하며, 경쟁 후보들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AI(인공지능)시대 정부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건 전력 공급"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력 구조의 심각한 왜곡을 제대로 돌려놨고, 체코로 원전을 수출한 것도 역사적으로 기억될 만한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 전 대통령의 실패가 정치력의 부재에서 왔다는 진단과 함께 협치를 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한 예비후보는 "직업 정치인으로 기간 짧지만 쫓겨나고 다시 돌아오고, 꾸역꾸역 기어 나왔다. 쫓겨났다 돌아오는 게 제가 정치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경험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구태정치를 한 경험이 없다. 사법리스크, 명태균리스크도 없다"며 "민심을 권력에 전하고, 권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아부하지 않은 경험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정치권과는 차별화된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 예비후보의 이번 발언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윤심'에 매몰되지 않고, 민심을 중심으로 정책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행보가 앞으로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변윤호 기자 byunbyun_ho@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돗자리 깔고 보는 연극, 180분의 기다림

무대에 오르는 연극 ‘개기일식 기다리기’는 극장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창작집단 음이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375년 만에 찾아오는 우주적 현상을 관객과 배우가 함께 기다린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정해진 자리에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수한 시간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김상훈 연출은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면서도 정작 현재의 시간을 오롯이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단순히 시간을 죽이는 ‘킬링 타임’이 아니라,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힐링 타임’을 선사하고자 한다. 연출가는 성수동의 긴 대기 줄이 하나의 콘텐츠가 된 현상을 목격하며,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다림이 아닌 기다림 그 자체의 소중함을 무대 위에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이는 효율성과 교환 가치에 매몰된 도시인들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존재함을 일깨워주는 시도다.작품의 규모는 지난 1월 쇼케이스 당시보다 대폭 확대되어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60분이었던 공연 시간은 180분으로 늘어났고, 출연 배우 또한 30명으로 증원되어 극장의 밀도를 높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30명의 배우 중 상당수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관객의 시야에 포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배우들은 관객과 동일한 처지에서 기다림의 과정을 공유하며, 무대와 객석 사이의 위계적 관계를 무너뜨린다. 이는 관객을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닌 사건의 공동 참여자로 격상시키는 음이온만의 독창적인 연극 문법이다.제작진은 극장에서 반드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했다. 정인혁 드라마터그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대 위 피사체에 집중하기보다 함께하는 시간의 질감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배우들 역시 기존 연극에서 기대하던 극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관객과 마주해야 하는 만큼, 심리적 조급함을 내려놓고 현존하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불친절함은 역설적으로 관객을 예술가와 동등한 위치에 서게 만드는 수평적 소통의 통로가 된다.작품의 모티프가 된 개기일식은 연출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상징적 소재다. 미국 텍사스에서 생중계된 개기일식을 친구와 함께 기다리며 느꼈던 축제 같은 분위기와 설렘이 작품의 뼈대가 되었다. 비록 실제 일식 장면을 놓치더라도 함께 기다린 시간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180분의 공연을 지탱하는 철학적 근거가 되었다. 공연의 말미에는 실제 개기일식을 형상화한 장면이 연출되지만, 이는 보상이라기보다 긴 기다림을 함께 견뎌낸 이들이 공유하는 짧은 마침표에 가깝다.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공공극장이 지닌 보수적 형식을 깨는 파격적인 실험이 될 전망이다. 익숙한 서사 구조를 거부하고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무대 장치로 끌어들인 음이온의 시도는 연극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도전적 행보다. 관객들은 돗자리 위에 앉아 배우들과 함께 3시간을 견디며 각자의 내면을 마주하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술적 획득을 약속하지 않는 이 불확실한 기다림이 과연 현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문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