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파격 선언, "모든 권리 내려놓을 것"..2.5조 ‘무상 소각’

2025-06-13 14:51

 홈플러스의 지배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기업회생 절차와 관련해 중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MBK는 13일 발표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가 법원에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추진할 경우 자신들이 보유한 약 2조 5000억 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 전량을 무상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MBK가 보유한 홈플러스 지분 100%에 해당하며, 경영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조치다. MBK는 이 같은 결정으로 인해 기존 주주로서의 권리와 경제적 이익을 전혀 요구하지 않고, 새로운 인수인의 홈플러스 인수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MBK는 입장문에서 “지난 3월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임직원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사업자로, 총 자산이 6조 8000억 원에 이르고 부채는 약 2조 9000억 원에 달한다”면서도 “오프라인 유통업의 부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 악화, 그리고 이커머스 시장으로의 급속한 재편이라는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2월 말에는 홈플러스 단기 신용등급이 하락해 금융시장 접근성이 크게 악화됐고, 이에 따른 단기 자금 유동성 위기가 우려돼 회생절차 신청이라는 최종 선택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서울회생법원에 선임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2일 제출한 조사보고서에서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약 3조 7000억 원으로 산출되었으나, 계속기업가치는 2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1조 2000억 원 이상 높다는 의미로, 통상적인 기업회생 절차에서는 청산가치가 우월할 경우 회생 절차를 폐지하고 청산으로 전환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청산 대신 ‘인가 전 M&A’ 방식을 택해 신규 투자자를 찾아 추가 자금을 유입시켜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MBK가 강조한 ‘인가 전 M&A’는 일반적인 M&A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M&A는 기존 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인수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나, 인가 전 M&A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를 받기 전에 신주를 발행해 신규 투자자를 대주주로 맞이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MBK가 보유한 기존 주식은 모두 무상 소각되며, MBK는 경영권뿐 아니라 주주로서의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신규 인수자가 홈플러스 경영권을 확보하도록 한다. MBK는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가 전 M&A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홈플러스는 인수자로부터 유입된 신규 자본을 바탕으로 회생채권 변제에 나서고, 부채를 크게 줄인 상태에서 정상 기업으로서의 운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BK는 이를 통해 기존 주주와 분리된 경영 체제가 확립되고, 회사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인가 전 M&A 성공 사례로는 대한통운, 팬오션, 대한해운, 쌍용자동차, 이스타항공, 팬택 등이 있으며, MBK는 이 같은 선례들을 거론하며 이번 홈플러스 회생 전략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MBK는 이번 절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채권자, 노동조합, 정부 당국, 언론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협조와 이해를 간절히 요청했다. MBK는 “홈플러스가 기존 대주주와 별개로 정상기업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향후 안정적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는 전날인 1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M&A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와 관련해 삼일회계법인의 재무 분석 보고서가 핵심 역할을 했는데,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법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자체적으로 회생계획안을 독립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신규 투자 유입을 통한 회생 절차 진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회사는 청산 절차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

 

홈플러스의 이번 위기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 그리고 온라인 유통 확대라는 시장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실적 악화가 심화됐고, 이후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큰 난항을 겪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K는 자발적으로 기존 주식을 모두 소각하며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회생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MBK와 홈플러스는 향후 인가 전 M&A가 원활히 진행돼 새로운 주인이 들어서고, 회생 자금이 유입되어 부채 감축과 정상화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사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내 대형 유통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최종 결과는 인수자 발굴과 법원의 승인, 채권자 및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 다각도의 난관을 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홈플러스의 이번 기업회생 및 인가 전 M\&A 절차는 단순한 자본 구조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구조 변화와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위기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향후 유통산업 재편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MBK가 보유 주식 전량을 무상 소각하는 파격적 결정과 함께, 새로운 투자자가 홈플러스를 정상 궤도로 복귀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세계 무대 휩쓴 임지영, 베토벤 협주곡으로 서울 관객 심장 강타

서울시향은 오는 7월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25 서울시향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는 임지영과 서울시향의 오랜 인연을 이어가는 자리이자, 그녀의 깊어진 음악적 성숙을 보여줄 중요한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번 공연의 지휘는 페루 출신의 미겔 하스베도야(57)가 맡는다. 하스베도야 지휘자는 서울시향 무대에 첫 데뷔하는 것으로, 그의 지휘로 서울시향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전망이다. 미겔 하스베도야는 21년간 미국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약했으며, 현재 명예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남미 음악의 발굴과 보존을 위해 비영리 단체 ‘카미노스 델 잉카’를 설립, 예술감독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공연은 지미 로페스의 ‘피에스타!’(Fiesta!)로 시작한다. ‘피에스타’는 스페인어로 ‘축제’를 의미하며, 이번 서울 공연이 국내 초연이다. 2008년 리마 필하모닉 협회 100주년을 기념해 위촉·초연된 이 작품은 원래 실내 앙상블을 위한 곡으로 작곡됐으나, 유럽 고전음악의 형식미와 라틴 아메리카, 아프로-페루 전통음악, 그리고 현대 팝 음악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역동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하스베도야의 고향인 페루의 음악적 정서가 깊이 녹아있는 곡으로, 서울시향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에너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바이올린 협주곡의 제왕’이라 불리며, 연주자의 기교보다는 섬세한 선율과 철학적 깊이를 요구하는 고난도 곡이다. 베토벤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서정적인 멜로디, 깊은 사유가 어우러져 있어 연주자의 해석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임지영은 이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깊이와 기술을 입증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풍부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이 장식한다. ‘창작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총 14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제9변주 ‘님로드’(Nimrod)는 장엄하고 숭고한 분위기로 널리 사랑받아 독립된 곡처럼 자주 연주된다. 엘가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인간적인 통찰력이 돋보이는 곡으로, 공연을 풍성하게 마무리하는 데 제격이다.임지영은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금호음악인상, 대원음악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명단에 클래식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포함되며 음악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다.이번 서울시향과의 협연은 임지영이 국내 관객들과 다시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다. 4년 만의 재회인 만큼, 그녀의 성숙한 연주와 하스베도야의 새로운 지휘가 서울시향과 어우러져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관객들은 한층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서울시향 관계자는 “임지영과 미겔 하스베도야의 협업은 서울시향의 음악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잊지 못할 공연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모으며, 여름 시즌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7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질 이번 서울시향의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은 예매가 빠르게 진행 중이며, 국내외 음악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지휘자 미겔 하스베도야, 그리고 서울시향의 조화로운 음악 여정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깊은 매력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