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었다' 작가 김주혜.. 러시아 발레 소설 집필한 이유
2025-06-18 14:46
『밤새들의 도시』는 세계 정상의 발레리나였던 주인공이 치명적인 사고를 겪고, 어린 시절 발레를 처음 접했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도시에서 그는 과거의 꿈과 상처, 그리고 새로운 자아를 마주한다. 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술가와 예술 사이의 관계, 그리고 순수 예술을 고수하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발레를 소재로 삼은 데에는 작가 개인의 경험도 깊게 작용했다. 9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던 그는 “발레리나는 되지 못했지만, 내 감수성과 본성은 언제나 무대 위의 예술가와 닮아 있었다”고 말했다. 첫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 이미 차기작으로 발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를 무대로 한 작품을 발표한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김 작가는 예술과 정치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그는 “러시아 문화는 오래도록 나의 열정의 대상이었고, 이번 소설은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상황은 예술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며 “검열은 어느 방향에서든 민주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미국의 한 작가가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출간을 포기한 사례를 언급하며, 예술의 자유를 향한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예술은 국경을 넘고, 인간의 공통된 감각을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말처럼,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정치적 경계를 넘어선 예술의 보편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밤새들의 도시』의 한국어 번역본에도 김 작가의 손길이 깊이 닿아 있다. 유창한 한국어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그는 한국어의 섬세한 표현력에 주목하며, 작품 속에서 불꽃이 ‘훨훨’ 타오른다는 표현을 직접 삽입했다고 전했다. 이 단어 하나에 춤과 새, 불이라는 세 가지 상징이 모두 녹아 있다며, 그것이 곧 작품의 핵심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영어로 글을 쓰지만 자신을 ‘한국 작가’라고 정의한 그는 “미국 문학계에서는 내게 영감을 주는 롤모델을 찾기 어려웠지만, 한국의 시인과 소설가, 지성인들에게서는 그런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인 김지하의 생애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 시대의 문인들은 자신의 믿음 하나로 투옥되기까지 했는데, 나는 지금 이 위기의 시대에 그저 소설을 쓰고 책 홍보를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자문을 자주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예술이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는 “진정한 예술은 아름다움을 혼자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욕망에서 출발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불안정한 시대에 예술은 더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혜는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무대에 올라 독자들과 직접 만난다. ‘우리가 끝끝내 예술을 붙잡는 이유’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그는 소설에 담긴 고민과 철학, 그리고 예술의 의미를 독자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작품을 넘어선 작가의 성찰과 목소리는 예술의 본질을 묻는 오늘날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서성민 기자 sung55min@trendnewsreaders.com
서울시향은 오는 7월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25 서울시향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는 임지영과 서울시향의 오랜 인연을 이어가는 자리이자, 그녀의 깊어진 음악적 성숙을 보여줄 중요한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번 공연의 지휘는 페루 출신의 미겔 하스베도야(57)가 맡는다. 하스베도야 지휘자는 서울시향 무대에 첫 데뷔하는 것으로, 그의 지휘로 서울시향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전망이다. 미겔 하스베도야는 21년간 미국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약했으며, 현재 명예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남미 음악의 발굴과 보존을 위해 비영리 단체 ‘카미노스 델 잉카’를 설립, 예술감독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공연은 지미 로페스의 ‘피에스타!’(Fiesta!)로 시작한다. ‘피에스타’는 스페인어로 ‘축제’를 의미하며, 이번 서울 공연이 국내 초연이다. 2008년 리마 필하모닉 협회 100주년을 기념해 위촉·초연된 이 작품은 원래 실내 앙상블을 위한 곡으로 작곡됐으나, 유럽 고전음악의 형식미와 라틴 아메리카, 아프로-페루 전통음악, 그리고 현대 팝 음악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역동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하스베도야의 고향인 페루의 음악적 정서가 깊이 녹아있는 곡으로, 서울시향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에너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바이올린 협주곡의 제왕’이라 불리며, 연주자의 기교보다는 섬세한 선율과 철학적 깊이를 요구하는 고난도 곡이다. 베토벤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서정적인 멜로디, 깊은 사유가 어우러져 있어 연주자의 해석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임지영은 이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깊이와 기술을 입증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풍부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이 장식한다. ‘창작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총 14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제9변주 ‘님로드’(Nimrod)는 장엄하고 숭고한 분위기로 널리 사랑받아 독립된 곡처럼 자주 연주된다. 엘가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인간적인 통찰력이 돋보이는 곡으로, 공연을 풍성하게 마무리하는 데 제격이다.임지영은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금호음악인상, 대원음악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명단에 클래식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포함되며 음악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다.이번 서울시향과의 협연은 임지영이 국내 관객들과 다시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다. 4년 만의 재회인 만큼, 그녀의 성숙한 연주와 하스베도야의 새로운 지휘가 서울시향과 어우러져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관객들은 한층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서울시향 관계자는 “임지영과 미겔 하스베도야의 협업은 서울시향의 음악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잊지 못할 공연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모으며, 여름 시즌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7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질 이번 서울시향의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은 예매가 빠르게 진행 중이며, 국내외 음악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지휘자 미겔 하스베도야, 그리고 서울시향의 조화로운 음악 여정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깊은 매력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