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살리려 전기료 동결..한전 적자 폭증 우려 커져

2025-06-23 14:22

 이재명 정부가 민생 안정과 물가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은 사실상 동결될 전망이다. 지난 23일 한국전력공사(한전)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2022년 3분기부터 13분기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연료비 조정단가를 통한 전기요금 인상 여력을 사실상 제한한 셈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용 연료 가격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통상 3개월 간의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고려해 ±5원 범위 내에서 조정한다. 이번 조정안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임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심각한 재무 상황을 고려해 전 분기와 동일한 5원 인상 폭을 유지하는 결정을 반영했다. 정부는 한전 측에 “재무 악화를 막고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을 고려해 3분기에도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기요금 체계는 연료비 조정단가 외에도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되지만, 현재 정부가 물가 안정에 주력하고 있어 이들 요소의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2023년 5월 이후 전기요금 인상은 멈춘 상태이며,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9개 분기째 동결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역시 민생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직접 주재하며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전기요금 동결 정책이 장기적으로 한국전력에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월 중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계기로 중동 정세가 급변했으며, 이란 의회가 세계 석유 수송의 주요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가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봉쇄 시 국제 유가는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2011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했을 당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바 있다.

 

국제 금융회사 JP모건은 중동 위기 상황에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전력 생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한전은 2021년 2분기부터 이어진 적자가 2025년 1분기 말 기준 31조4905억원에 달하며, 부채 규모는 206조8019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재무 악화는 한전의 신사업 투자에도 제동을 걸 우려가 크다.

 

특히 한전은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15년간 약 72조8000억원 규모의 송전망 투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충분한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유가 전망도 불투명하고 전력망 구축비용도 상당해 지금과 같은 요금 체계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면, 이재명 정부는 민생과 물가 안정을 위해 3분기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했으나,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과 한전의 심각한 재무 상태가 맞물리면서 전기요금 인상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전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해서는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과 민생 부담 사이에서 신중한 정책 결정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전기요금 정책과 한전 재무 구조 개선이 국민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

 

황이준 기자 yijun_i@trendnewsreaders.com

컬쳐라이프

세계 무대 휩쓴 임지영, 베토벤 협주곡으로 서울 관객 심장 강타

서울시향은 오는 7월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25 서울시향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는 임지영과 서울시향의 오랜 인연을 이어가는 자리이자, 그녀의 깊어진 음악적 성숙을 보여줄 중요한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이번 공연의 지휘는 페루 출신의 미겔 하스베도야(57)가 맡는다. 하스베도야 지휘자는 서울시향 무대에 첫 데뷔하는 것으로, 그의 지휘로 서울시향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전망이다. 미겔 하스베도야는 21년간 미국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약했으며, 현재 명예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남미 음악의 발굴과 보존을 위해 비영리 단체 ‘카미노스 델 잉카’를 설립, 예술감독으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공연은 지미 로페스의 ‘피에스타!’(Fiesta!)로 시작한다. ‘피에스타’는 스페인어로 ‘축제’를 의미하며, 이번 서울 공연이 국내 초연이다. 2008년 리마 필하모닉 협회 100주년을 기념해 위촉·초연된 이 작품은 원래 실내 앙상블을 위한 곡으로 작곡됐으나, 유럽 고전음악의 형식미와 라틴 아메리카, 아프로-페루 전통음악, 그리고 현대 팝 음악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역동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하스베도야의 고향인 페루의 음악적 정서가 깊이 녹아있는 곡으로, 서울시향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에너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바이올린 협주곡의 제왕’이라 불리며, 연주자의 기교보다는 섬세한 선율과 철학적 깊이를 요구하는 고난도 곡이다. 베토벤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리듬과 서정적인 멜로디, 깊은 사유가 어우러져 있어 연주자의 해석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임지영은 이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깊이와 기술을 입증하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풍부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공연의 마지막은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이 장식한다. ‘창작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작품은 총 14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제9변주 ‘님로드’(Nimrod)는 장엄하고 숭고한 분위기로 널리 사랑받아 독립된 곡처럼 자주 연주된다. 엘가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인간적인 통찰력이 돋보이는 곡으로, 공연을 풍성하게 마무리하는 데 제격이다.임지영은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금호음악인상, 대원음악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명단에 클래식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포함되며 음악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아티스트로 주목받고 있다.이번 서울시향과의 협연은 임지영이 국내 관객들과 다시 만나는 의미 있는 자리다. 4년 만의 재회인 만큼, 그녀의 성숙한 연주와 하스베도야의 새로운 지휘가 서울시향과 어우러져 풍성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 관객들은 한층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서울시향 관계자는 “임지영과 미겔 하스베도야의 협업은 서울시향의 음악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잊지 못할 공연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모으며, 여름 시즌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7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질 이번 서울시향의 ‘임지영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은 예매가 빠르게 진행 중이며, 국내외 음악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지휘자 미겔 하스베도야, 그리고 서울시향의 조화로운 음악 여정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깊은 매력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될 것이다.